중국인들은 올림픽을 100년간 준비했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100년(一百年)'이란 단순한 숫자의 의미를 넘어 긴 세월이라든지 오랫동안 기다렸다는 뜻도 지닌다. 신화통신이 지난 6일 올림픽 도전 100년사를 정리한 것만 봐도 얼마나 염원했는지 짐작된다.

그 베이징 올림픽이 2008년 8월 8일 저녁 8시에 개막됐다. 중국인들은 8을 행운의 숫자로 여긴다. 8이 세 번이나 겹치는 날짜라면 그 의미는 더 커지는데 시까지 맞췄다. 그래서 개최일을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8월로 잡았고 베이징 올림픽 앞에 ‘08 08 08’을 즐겨 쓴다.

▲ 한겨레신문 8월 9일자 1면
중국 문양에는 박쥐를 형상화한 그림이 많이 나온다. 박쥐복(?)자가 복복(福)자와 발음이 같다는 이유로 둘을 동일시한다. 그처럼 8의 발음이 ‘바’로서 ‘發’(발)의 ‘파’와 비슷하기 때문에 같은 뜻으로 본다. ‘發’은 번창의 뜻을 지닌 ‘파다’(發達-발달)을 말하며 부자가 된다는 ‘바다’(發財-발재)을 의미하기도 한다.

중국이 올림픽에 혼신의 힘을 쏟는 까닭은 중화제국의 찬란한 부흥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정치적 의도이다. 중국에게 19세기 중반부터 100년간이란 국치의 역사이다. 시발점은 아편전쟁이었다. 영국에 패배하자 기술의 힘을 앞세운 서방제국주의 열강이 영토분할에 나서 조차지를 차지했다. 세계의 중심이 한 순간에 무릎을 꿇는 형국이었다.

청나라 말기 많은 중국인들이 혼란과 가난을 피해 미국 서부로 이민을 떠났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문자 그 대로 쿨리(coolie-苦力)로서 처참하게 차별받으며 살았다. 그 사이 중국이 경멸하던 변방의 왜국이 구미의 개화문물을 받아들여 산업화에 성공했다. 19세기 말엽 청-일전쟁이 중국에게 더 굴욕적인 패배를 안겨줬다. 이어 2차 대전에서는 일본한테 중원을 유린당하는 치욕을 겪어야만 했다.

2차 대전이 끝난 다음 마오체퉁의 공산국가 중국은 자폐증에 걸려 세계와 담을 쌓고 자립의 길을 모색했다. 열강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자책의 나날을 보내면서 말이다. 공자격하운동도 문화혁명도 그 일환이었다. 뎅샤오핑이 개혁개방의 기치를 들고 나온지 꼭 30년이다. 죽의 장막을 살짝 걷어 올리는 순간 그들은 너무나 놀랐다. 세계 앞에 나선 그들이 너무나 초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30년간의 고도성장은 중국을 경제대국으로 변모시켰다. 특히 지난 10년간은 그 발달이 경이적이어서 중국을 몰라보게 바꿔놓았다. 자전거의 물결은 승용차의 홍수로 바뀌고 초고층 건물의 숲이 스카이라인을 다시 그린다. 그들이 이제 올림픽을 통해 최대, 최고, 최상이라는 표현으로 21세기의 중국은 세계의 중심이라고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올림픽이 연금술을 발휘하여 중국은 국가적 위대성-자부심을 되찾았지만 많은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티베트, 위그루 등 분리주의적 소수민족문제와 타이완-홍콩, 계층간-지역간의 빈부격차 심화, 전제적 통치방식에 의한 언론검열-인권탄압-노동착취, 만연한 부패구조, 환경파괴 등등이 말이다. 여기에다 패권적 대국주의 대한 세계의 경계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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