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재철 전 MBC 사장이 낸 책을 MBC가 회삿돈으로 대량 구매해 준 사실이 드러났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이라서 특별히 사준 것이 아니고, 전례가 있다”고 해명했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지난 20일 MBC 재직 시절에 대한 소회를 밝힌 책 <바람에 또 오데가노? 김재철 전 사장이 말하는 ‘나와 MBC’>를 발간했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조선일보의 자회사 조선뉴스프레스이다.

▲ 김재철 전 사장의 책
책, <바람아, 또 오데 가노>는 “노조의 파업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경영권을 지켜 내고 산적한 개혁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노력했다”고 김재철 전 사장을 소개하고 있다.

김 사장은 머리말에서 MBC 사장 재직 당시를 회상하며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나는,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MBC는 ‘대한민국의 격을 높이고, 국민의 품격을 높이는 방송을 해야 한다. 나는 재미와 의미가 함께하는 프로그램, 미래를 보는 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그것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고 주장했다.

김재철 전 사장은 2010년 사장 취임 첫 해 이근행 당시 노조위원장을 해고했으며, 2012년에도 정영하 당시 노조위원장, 강지웅 사무국장 등 6명을 해고를 포함해 노조원 수십명을 징계하기도 했다.

MBC “사준 건 맞지만 … 전례 있어”

MBC는 김재철 전 사장의 책을 구매해 준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구체적인 지원 액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MBC는 책 마다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권수를 지정하지 않고 액수를 정해 정액제로 책 구매를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MBC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전·현직 직원 등 MBC와 관계된 외부 인사들이 책을 출간해 요청이 있을 경우에 책을 사줬다”며 “이게 김재철 사장이라고 해서 특별히 사준 것은 아니다. 전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김재철 전 사장에게 주안점을 둬 책을 구매해 준 것이 아니고 내부 기자, PD등 직원들이 책을 냈을 경우에도 관행적으로 일정 부분 금액을 지원해 책을 구매해줬다는 것이다.

MBC가 밝히진 않았으나,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는 MBC가 회삿돈으로 김 사장의 책을 100권 가량 구매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성주 본부장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언론노조 기자회견에서 “MBC를 말아먹고 MBC의 공정성과 신뢰도를 꼴등으로 만든 장본인인 김재철 전 사장이 새누리당에 입당해 이번 지방선거에 나온다고 한다”며 “책을 냈다는 광고를 보고 알아보니 MBC에서 100권을 샀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당연히 회삿돈일 것”이라고 밝힌 뒤 “이게 가능한 일인가. 회사 망쳐놓고 배임, 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 사람의 책을 왜 MBC가 사줘야 하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김재철 전 사장은 오는 3월1일 경남 사천시 사천읍에 위치한 사천수양초등학교 강당에서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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