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사장 엄기영)가 <PD수첩> 광우병 쇠고기 보도와 관련해 12일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MBC는 이날 밤 10시30분 <뉴스데스크>가 끝난 직후 자막과 아나운서 내레이션을 통해, 전날 방송통신위원회가 명령한 사과방송 문안을 방송했다.

사과방송 문안은 "미국 시민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동물학대 동영상과 광우병 의심환자 사망소식을 다루면서 여섯 가지 오역과 진행자가 주저앉은 소에 대해 '광우병 걸린 소'로 단정하는 표현을 방송하고, 한국인이 서양 사람보다 인간 광우병에 더욱 취약하다며 '한국인이...인간 광우병 발병 확률이 94%'라는 내용을 방송하고,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루면서, 미국의 도축시스템·도축장 실태·캐나다 소 수입·사료통제 정책 등에 대해 일방의 견해만 방송한 사실이 있다"고 돼 있다.

▲ 12일 밤 MBC의 광우병 쇠고기 보도와 관련한 '사과방송' 직후 노조원들이 본사 1층 로비에 모여 경영진을 규탄하는 비상총회를 열고 있다. ⓒ윤희상
이에 앞서 MBC는 <뉴스데스크> 말미에 MBC 경영진이 방송통신위의 사과방송 명령을 받아들이기로 한 결정에 대해 리포트를 내보낸 뒤, 노조의 반발 내용을 단신으로 이어 보도했다.

MBC 경영진이 노조와 PD협회 등 내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PD수첩>의 광우병 쇠고기 관련 보도에 대해 사과방송을 내보냄에 따라, 앞으로 심각한 내부 갈등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사과방송이 나간 직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박성제)는 조합원 비상총회를 열어 경영진의 사과방송을 거세게 성토하고, 엄기영 사장 퇴진 운동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MBC 본사 앞에서는 시민 70여명이 "공영방송 사수" 등을 외치며 13일 새벽까지 촛불집회를 벌였다.

언론노조 MBC본부 박성제 본부장은 "구성원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고 정권에 꼬리를 내린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는 앞으로 함께 갈 수 없다"며 "공영방송 사수 투쟁과 병행해 사장 퇴진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 12일 밤 MBC의 광우병 쇠고기 보도와 관련한 '사과방송' 직후 경찰버스가 MBC 본사 주차장으로 진입해 있다. ⓒ윤희상
이날 노조가 방송을 저지하려고 2층 부조정실과 5층 뉴스센터에 들어가 있었으나, 사측이 이를 피해 자회사인 MBC플러스를 통해 '우회방송'을 내보낸 것으로 파악됐다고 노조는 밝혔다.

한편 노조 비상총회가 시작된 직후 한때 경찰버스가 정문을 통해 MBC 주차장으로 사내에 진입해 노조원들의 항의를 받고 돌아가기도 했다.

또 회사 쪽 고위 관계자가 보안요원들을 시켜 취재진들을 강제로 내쫓으려다 노조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철회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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