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신이 가지고 있는 프로듀서로서의 가장 큰 장점은, 그가 가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을 만들어내거나 혹은 프로듀싱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박정현, 성시경 등과 작업하면서 이 둘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들을 제공해줬던 경험이 있다. 박정현의 '나의 하루'나 성시경의 '거리에서'는 가수가 지니고 있는 목소리의 힘을 가장 잘 뽑아낸 곡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한 가지 능력을 더하자면 대중적인 흐름을 기가 막히게 읽어낸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대중이 좋아할 만한, 유행하는 음악에 대한 흐름을 넘어서 대중문화 전반에 대한 흐름을 기민하게 읽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가 만들어낸 월간 윤종신이라는 기획은 음악을 듣는 매체의 전환이라는 큰 흐름을 빠르게 읽어낸 결과이며, 그가 만든 '영계백숙'이나 '팥빙수', '막걸리나' 시리즈는 대중이 좋아하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끌어나가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윤종신이기에 그가 내놓은 가수들은 꽤 훌륭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all right'이라는 곡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둔 '김예림'이 있고, 목소리를 좋아해 직접 영입하고 성공시킨 '박지윤'이 있다. 윤종신은 '박지윤'에게 가장 어울리는 곡 스타일이 '레트로'라고 결론 내린 것 같다. 그녀의 'Mr.Lee'는 레트로 사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고, 박지윤의 목소리는 그에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곡은 큰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윤종신은 이것으로 끝내지 않고 박지윤이 대중적인 흐름을 탈 수 있게끔 이미지를 만들어냈는데, 세련된 언니로 포장함으로써 박지윤이 멋진 여자로 보일 수 있게 하였다. 예전에 성인식처럼 어린 섹시함도 아니고, 하늘색 꿈을 불렀던 때처럼 애어른도 아니며, 바래진 기억에 때 같은 어쿠스틱을 기반으로 한 뮤지션의 모습도 아닌, 세련되고 멋진 여자로 포지셔닝 한 것이다. 누가 봐도 있어 보이는 이 이미지는 박지윤이 성공하는 데 확실한 도움을 줬다.

박지윤의 새로운 곡 'beep'는 윤종신의 기획력이 더욱 돋보인 작품이다. 그는 박지윤이 지니고 있는 '나쁜 면'을 끌어내고자 했다. 박지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레트로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이 세련된 언니가 지닌 '나쁜 면'을 살짝 끄집어내는, 그러면서 과거 AKFN을 통해서 볼 수 있었던 소울트레인의 이미지를 그대로 따온다. 복고지만 세련된, 그러면서 쉽지 않은 멋진 여자의 모습을 더욱 강하게 끌고 가는 것이다. 덕분에 박지윤의 이미지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풍성해졌다. 거기에 무한도전 멤버들과 박재범을 카메오로 쓰면서 '박지윤'이라는 언니가 지닌 영향력이 꽤 있다는 것을 은근슬쩍 주입한다. '박지윤'의 이름값을 확실히 올리는 것이다.

윤종신의 이 같은 프로듀싱능력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한다. 가장 대중적이면서 동시에 최신의 흐름을 발 빠르게 가지고 오면서, 가수에게 가장 잘 맞는 모습을 입힌다. 그리고 성공시킨다. 이런 윤종신의 능력은 '미스틱89'가 꽤 괜찮은 중견 기획사로 성장할 것이라는 확실한 전망을 하게 한다. 그는 이번에도 자기 가수에게 맞는 프로듀싱을 훌륭히 해냈고, 박지윤은 음원 성적에 상관없이 그 자체로 아이콘적인 요소를 꽤 많이 갖게 될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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