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부상을 입은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에 대한 KBS의 부실 방송이 도마 위에 올랐다. 재난방송 주관방송사임에도 관련 소식을 YTN 보다 늦게 전했던 KBS는 수신료 인상 추진 과정에서 ‘재난방송 강화’를 수신료 인상 명분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KBS, 수신료 인상 추진하며 “재난방송 강화하겠다”

최민희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KBS는 지난해 수신료 인상안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하면서 “재난재해방송 시스템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재난재해방송 시스템 강화에 422억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을 수신료 인상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KBS는 구체적으로 재난재해 방송시스템 강화와 관련해 △통합 디지털 재난재해방송 시스템 구축 172억 △헬기 도입으로 재난재해방송 역량 강화 186억 △디지털 재난 경보방송 시스템 개발 16억 △DMB 재난재해 경보시스템 구축 44억 △재난벙보 인터넷 서비스 강화 4억 등 모두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거나 새로운 시설을 구축하는데 총 422억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KBS
하지만 이번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사고의 경우, KBS는 주관방송사로 책임 있는 재난방송을 해야했지만 실제로는 부실한 방송을 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방송통신발전기본법에 따르면 미래창조과학부장관과 방송통신위원회는 KBS를 재난방송 주관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재난방송 및 민방위경보방송의 실시에 관한 기준’은 “주관방송사는 책임 있는 재난방송 등을 실시하고 재난방송 등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여야 한다”고 주관방송사의 역할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7일 오후 9시쯤 발생한 사고를 최초로 보도한 곳은 KBS가 아닌 YTN이었다.

YTN은 이날 밤 9시30분 경 첫 속보를 냈지만, KBS는 메인 뉴스인 <뉴스9>가 방송되고 있었음에도 9시45분에 앵커가 “자세한 소식이 들어오면 알려주겠다”며 16초 동안 관련 소식을 전하는 데 그쳤다. 그리고 약 5분 뒤 기자를 전화로 연결해 1분 가량 사고 소식을 전하고, 뉴스가 끝나기 직전 다시 앵커가 약 16초 동안 속보를 전했다. 특히 KBS는 뉴스가 끝난 뒤 <가요무대>를 예정대로 편성했고, 10시40분에 <가요무대>를 잠깐 중단한 뒤 20분 동안 특보를 내고 다시 <가요무대>를 방송한 뒤 11시15분 <뉴스라인>에서 사고 소식을 집중 보도했다.

이와는 달리 YTN은 밤 9시30분 첫 속보를 전한 뒤 40분쯤 다시 속보를 내고, 9시55분부터는 아예 ‘특보체계’에 돌입해 사고 소식을 계속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민희 의원은 이에 대해 “이번 마우나리조트 붕괴 참사에서 보듯 KBS가 돈이 없어서 재난주관방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메인뉴스가 방송되는 시간에서조차 수많은 목숨을 잃은 참사 소식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재난방송주관방송사’가 과연 ‘재난재해방송을 강화하겠으니 수신료를 올려달라’고 국민에게 요구 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1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표 공영방송이고 재난주간 방송사인데 기동성에 있어서 미흡한 부분을 지적할 만하다”며 “(보도가 늦어진) 경위를 알아보긴 하겠다. 제도적으로 KBS 자체가 새로운 점검을 통해서 기동성 있게 할 수 있도록 재난방송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기도 했다.

KBS는 해당 보도가 나간 뒤 <미디어스>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알려왔습니다.

일부 인사와 언론이 이번 사고 보도와 관련해, “재난 주관 방송사 KBS, 경주 참사 부실 방송”, “YTN보다 15분 느린 속보”라고 지적하며 “재난 방송 위해 수신료 인상 요구 자격 있나”로까지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는 순수한 비판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특히 공중파 방송과 뉴스 전문 채널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KBS는 다양한 편성이 있고 이는 시청자와의 약속입니다. 다른 공중파 방송사에 비해 월등히 많은 소식을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뉴스전문채널’과 단순 비교해 이를 ‘부실’ 혹은 ‘수신료 인상 요구 자격’까지 거론하는 것은 KBS의 노력을 폄훼하는 것입니다.

KBS는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재난 예방 점검 뉴스는 물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속보 방송으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이재민 구호에 이르기까지 국민의 방송으로서 역할에 힘써 왔습니다. KBS는 앞으로도 첨단 장비와 함께 신속한 특보 체제를 갖춰 국민의 안전과 생명 보호에 재난 주관 방송사로서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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