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요환이 유정현을 데쓰매치에서 탈락시키고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의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메인매치 전승으로 결승전에 올라간 이상민과 메인매치 전패를 하고서 결승전에 올라간 임요환의 결승전이 성사됐다. 메인매치에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하고, 가넷 하나도 없던 임요환의 결승 진출은 어이없는 결과이기도 하고, 의외의 결과이기도 하며, 동시에 가장 임요환다운 결과이기도 하다.

프로게이머로서 전 세계를 호령한 임요환의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는 그 시절 스타크래프트를 하던 임요환의 모습을 그대로 닮았다. 임요환의 게임은 최연성이나 이영호 같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상대를 완전히 잡아먹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는 항상 새로웠고, 변칙적이었으며 어이없게 패배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의외의 한 방을 만들어 승리를 거두는 게이머였다. 스타크래프트 게임 역사상 가장 위대한 역전극으로 알려진 도진광과의 파라독스 경기를 보면 그런 임요환의 승부 방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누가 봐도 패배한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기지를 띄울 수 있다'는 테란의 종족 특성을 끝까지 잡고 늘어져 마침내 승리를 거둬냈다. 이 게임 안에서 펼쳐진 수많은 전투에서 그는 패배했지만, 전쟁은 결국 승리로 이끌었다.

<더 지니어스>에서 임요환은 단 한 번의 메인매치도 이기지 못했다. 하지만 딱 한 번 간 데쓰매치에서 그가 1:1의 승부에 얼마나 강한지를 참가자들에게 인식시켰고, 임요환은 데쓰매치의 상대로 지목되지 않을 수 있었다. 슈퍼주니어 맴버와 함께했던 '빅딜게임'에서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상민을 우승시키고 불멸의 징표를 받아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깽판'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빠르게 전략을 바꾸기도 했다. 그리고 결승전 진출자를 가르는 마지막 데쓰매치에서는 자신의 뛰어난 1:1 능력을 바탕으로 유정현을 탈락시켰다. 이 한 방으로 그는 가넷 41개를 한 번에 얻어 냈고, 결승전 티켓을 가질 수 있었다. 그 누구도 이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상황에서 그는 꾸준히 가넷 0개를 유지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티고 버텼고, 결국 마지막 한 방으로 우승에 가장 유리한 지점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라독스에서 승리를 거뒀던 바로 그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물론 그가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에서 우승을 하게 될지는 모른다. 이상민은 너무나 강력한 상대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임요환은 임요환의 스타일대로 <더 지니어스>안에서 대단한 역전극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그는 전패했지만 버텼고, 승리의 눈앞까지 자신의 게임을 이끌어 나가는 데 성공했다.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라는 큰 전쟁 안에서 수없이 전투에는 패배했지만 결국 전쟁에는 승리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런 그의 방식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으나 임요환은 역시 임요환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따라서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의 마지막 결승전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누가 봐도 강력한 우승후보인 이상민이 왕좌에 오를 것인지 아니면 수많은 전투에서 패배한 임요환이 모두를 경악시킬만한 능력으로 이 전쟁을 승리로 가져갈지가 결정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비록 중간에 말은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지니어스 : 룰브레이커>의 마지막 결승전은 누가 이겨도 충분히 이야기가 만들어질 만한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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