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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비정규직 "우리는 파리 목숨과 비슷"[방송사 비정규직 인터뷰] ① 차량 운전 노동자
송선영 기자 | 승인 2014.02.13 16:32

MBC라는 로고가 찍혀 있는 차량을 운행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MBC차량부에 속해있지만 MBC와 직접 고용 계약을 맺고 있지는 않다. 이들 대부분이 MBC가 도급계약을 맺고 있는 제니엘이노베이션이라는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의 근로조건은 열악하다. 2013년에는 시간당 5,030원을 받고 일했다. (2013년 최저임금은 4,860) MBC에서 운전을 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이들의 월급은 150만원 가량이다. 월2백만원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외 근무를 100시간 이상 해야한다. 

지난 2004년 6월부터 만 10년 동안 MBC에서 차량을 운전했던 이병철씨는 지난 1월28일 제니엘이노베이션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회사 쪽은 “MBC 도급물량 감소에 따른 도급비 축소로 경영상 어려움이 있어 부득이하게 감원을 진행하게 됐다”며 해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씨가 MBC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는 점에서 소송 제기에 따른 ‘괘씸죄’가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 지난 2005년 8월 이상호 MBC 기자가 안기부의 불법도청 'X 파일' 보도와 관련 검찰에 소환된 5일 서울중앙지검 앞에 MBC 방송차량이 중계를 위해 서있다. ⓒ미디어스
이병철씨는 지난 2012년 MBC를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오전 출근해서 밤 퇴근할 때까지 임원 및 기자들의 지휘를 받아 움직였을 뿐 아니라 연말이면 MBC로부터 회식비를 지원받았고 MBC 내의 체력단련실, 구내식당, 의무실도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2012년에는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 당시 파업 대체 인력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법원은 2013년 12월20일 “위탁계약이 통상적인 의미의 도급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사정들도 있다”면서도 MBC가 운전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 지휘, 명령권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며 소송을 기각했다. 즉, 불법이 아닌 정상적인 도급계약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이병철씨의 고용 형태는 도급이다. 비정규직법에 의해 보호받을 수 있는 파견보다 더 열악한 노동형태다. KBS, MBC, SBS에서 일을 하는 운전 노동자들은 당초 파견 형태로 일했으나, 2000년 이후 줄줄이 도급 형태로 바뀌었다. 구체적으로 MBC의 경우, 2004년 12월 이전까지 파견이었으나 이후 도급 형태로 바뀌었다.

파견은 사업주가 파견노동자에 대해 직접적인 업무 지시를 할 수 있는 대신 비정규직법에 따라 파견 직종, 최장 고용기간, 처우 등에서 파견노동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방파제가 있다. 반면 도급은 어떠한 일의 완성과 그에 대한 대가로 보수를 지급해 주는 계약으로 도급을 맡긴 업체는 수급업체가 그 일을 완성하기만 하면 그 과정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실제 많은 직종에서 파견에 대한 비정규직법 상의 규제를 회피할 목적으로 표면상 도급계약을 맺고 실질적으로는 파견과 동일하게 근로자를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도급계약을 통해 방송사에서 일을 하는 운전 노동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파견노동자에 대한 비정규직법 상의 보호 규정을 회피하기 위해 도급 형태로 고용한다는 의심이 가능하다. 정상적인 도급의 경우에는 방송사가 도급의 형태로 일을 하는 노동자에게 직접적으로 어떠한 업무지시도 하면 안 되지만, 차량을 운행하는 노동자가 직접적 업무지시를 받지 않고 일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10년 동안 힘들었는데 이거보다 더 힘든 상황이 있겠나. 10년 동안도 박봉 생활을 해왔는데….”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난 이병철씨는 <미디어스>와 인터뷰에서 MBC와 MBC 구성원들을 향한 아쉬움을 표했다. 비정규직 문제를 취재하는 언론사가 정작 내부의 치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 MBC에서 10년 간 차량을 운전했던 이병철씨 ⓒ미디어스
언제부터 MBC에서 운전을 했나? 
2004년 6월1일부터 MBC에서 운전을 했다. 올해로 만 10년째다.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나? 
임원을 모실 적에는 새벽 출근이니까 거의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5시에 출발했다. 그리고 임원 거소지에 가서 모시고 출근하고, 오전에 나와서 세차를 해놓고 점심에 식사가 있으면 나가고 (시간이 나면) 잠깐 새벽에 못 잔 잠을 잔다. 오후, 저녁에 만찬이 있으면 만찬 끝날 때 까지 대기하다가 끝나면 댁에다 모셔다 드리고 집으로 가면 끝이다. 늦게 끝나는 기사들은 새벽에 들어갈 때도 있고 보통 밤 12시 전후로 들어간다. 항상 잠이 모자란다. 그래서 오후에 낮잠을 자야 한다.

고용 형태는 어떠한가?
예전에는 파견이었다. 지금은 도급이다. 제니엘 자회사인 제니엘이노베이션 소속이다. 도급사 계약은 처음에는 제니엘시스템과 했는데 제니엘이노베이션으로 사명이 바뀌었다. 전에 있던 회사(한국커넥션)에 비해 처우 등이 모든 면에서 너무 불합리했다. (2004년 도급으로 전환한 MBC는 2010년 김재철 사장 취임 전까지 전국언론노동조합 비정규직지부 MBC분회와 직접 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김 사장 취임 이후 제니엘이노베이션이 직접 MBC분회와 교섭을 진행한다.)

처우나 복지는 어땠나?
한국커넥션(옛날 업체)에 있을 때에는 급여로 따지만 실수령액이 180만원 정도 됐다. 그 이후 제니엘시스템으로 넘어온 다음에는 150만원을 받았다. 여기는 수당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전 업체는) 월급이 적으니 수당을 책정해줬는데 여기는 그런 게 없어지니 급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비정규직 신분에서 MBC를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거 쉽지는 않았을 거 같은데.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2004년 6월1일 입사했을 그때도 비정규직이 있었다. 이대로 계속 가면, 우리의 처우를 누가 개선해 주지 않는다. 10년 동안 해온 거 봐도 전혀 변하는 게 없다. 우리는 거의 파리 목숨과 비슷하다. 소송해서 잘리나, 아니면 소송 못하고 찍소리 못하고 잘리나다. 남들은 잘린 다음에 소송하는데 1년 빨리 잘리나 그 이후에 잘리나 상관없다.

‘내가 안하면 누가 하겠나’ 그런 생각으로 했다. 여기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여러 동료들을 만나 면담을 했다. 그러나 그분들은 가정이 있어서 그런지 난색을 많이 표하더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결론이 났고, 결국 나와 후배랑 둘이서 소송을 시작한 거다. 무모한 도전을 한 거다. 이번에 잘리면서 좀 가슴 아픈 것은 후배는 가정이 있는데 나 때문에 (잘린 거 같아) 가슴이 많이 아프다.

2012년 김재철 사장 퇴진 파업 때 대체인력으로 참여했다고 들었다.
2012년 4월과 5월 이었다. 용문산 정상에 가면 군부대 안에 MBC 중계소가 있다. 노후한 시설이라  2011년 10월부터 신축하기 시작했는데 겨울이고 산꼭대기가 보니 늦춰졌다. 그리고 2012년 1월부터 MBC가 파업을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현장에 가서 현장 감독할 사람이 없었다. 내가 송신부 차량을 몇 년 동안 운행했기 때문에 이를 잘 알아 당시 대체 인력으로 참여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 방송사 비정규직지부 MBC분회가 있는데 왜 도움을 받지 않았나?
2004년 6월에 들어와서 언론노조 소속 분회를 만들었고, 소송을 하면서 노조에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노조를 탈퇴했다. 이후 기업노조로 갔다가 기업노조도 탈퇴했다. 기업노조는 12명이 넘는다. 이번에 6명이 해고를 당했는데 그 가운데 2명은 정년이 끝나신 분이고, 두 명은 나와 소송을 건 다른 후배, 나머지 두 명은 기업노조를 이끈 위원장과 부위원장이다. 언론노조 분회에 얘기를 했더니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 회사는 분회로 교섭창구를 단일화 했다. 분회 소속이 아니라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

MBC를 향한 아쉬움은 없나? 
언론사가 비정규직을 취재하면서도 자기 내부에 있는 비정규직들은 전혀 손 쓸 생각을 안 하고 있다. 왜 그래야 하나. 제일 먼저 (내부부터) 바뀌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기들은 안에서 곪아터지는데 밖에서 곪아터진다는 말만 하고. 그런 식으로 하면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우리들이 정규직처럼 그런 처우를 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고용안정해주고 4인 가족이 먹고 살 정도는 해줘야 하지 않냐, 요구를 했으나 요구도 안 받아들여졌다.

솔직히 언론사라고 하면 제일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도 우리 사회에 이렇게 열악한 환경이 내부적으로도 잘 안 알려지는 게 마음이 아프다. 언론사라고 하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서라도 새살이 돋게 해야 하는데 자중 역할 못하고 있으니까 답답하고. 하다 보니 직원들하고 오해 아닌 오해가 생기고 하니까 마음이 많이 아프다 이런 게 시발점이 되어서 진짜 우리나라에 고통 받고 있는 비정규직들의 처우가 개선되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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