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월에 접어든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는 두 편의 영화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의외로 <그래비티,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와 동일하게 3주 연속으로 북미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한 <라이드 얼롱>입니다. 이 흑인 듀오의 코미디 영화는 개봉 3주차에도 유일하게 1천만 불을 돌파하면서 수성에 성공했습니다. 이렇게까지 성공적인 걸 보면 단순히 흑인 관객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걸 넘어서 꽤 재미가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2위~5위

<라이드 얼롱>에 이어서 또 한번 신선한 충격을 준 영화는 <겨울왕국>입니다. 국내에서도 재빨리 500만을 돌파한 이 애니메이션은 개봉 11주차에도 불구하고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지난주와 비교하면 두 계단을 상승한 것이고, 수입으로 따져도 보시다시피 2.1%가 증가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10위권 내에서 볼 수 있는 걸까요!?

3위는 잭 에프론이 주연한 <That Awkward Moment>입니다. 그의 인기를 반영한 영화지만 현재까지 잭 에프론이 주연한 영화 중에서는 가장 낮은 성적으로 데뷔하는 데 그쳤습니다. 관객층은 역시 64%가 여성이었고, 61%는 25세 이하의 젊은 관객이었습니다. 제작비가 낮아서 문제는 없겠지만 반대로 큰돈을 벌기도 어려운 형편입니다.

국내에서도 개봉한 <넛 잡>은 4위입니다.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는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유지하면서 제작비를 넘어섰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힘을 쓰지 못하면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수출용이어서 그런 걸까요?

5위의 <론 서바이버>는 2013년 개봉작들 중에서 마지막으로 1억 불을 돌파한 영화가 됐습니다. 참고로 작년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1억 불 이상을 벌어들인 영화는 모두 35편으로, 2012년(32편)이 갖고 있던 기록을 깼습니다.

6위~10위

6위는 <잭 라이언: 코드네임 쉐도우>입니다. 이제 막 제작비의 절반을 회수했으니 속편에 대한 기대는 어렵겠습니다.

<That Awkward Moment>와 함께 새로 개봉한 <Labor Day>는 7위로 데뷔했습니다. 감독과 주연배우(아래 영화 소개 참조)를 고려하면 이 영화는 적잖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제이슨 라이트만의 영화 중에서는 초기작 몇 편과 엇비슷한데, 개봉한 극장의 수에서는 두 배 가량 많다는 것에서 실망을 더하고 있습니다.

8위는 <겨울왕국>처럼 북미 박스 오피스에서 장수하고 있는 <아메리칸 허슬>, 9위는 그 뒤를 이으면서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10위는 사실상 제작비의 절반도 거두기 힘들어 보이는 <프랑켄슈타인>입니다.

<That Awkward Moment>

<That Awkward Moment>는 북미의 대표적인 아이돌 스타 중 한 명인 잭 에프론, 얼마 전에 국내에 개봉한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에서 호연을 보인 마이클 B 조던, 그리고 마일즈 텔러가 출연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따로 떨어진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이 셋에게 각기 연애의 순간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고 있습니다. 감독은 각본까지 겸한 톰 고르미컨인데 <That Awkward Moment>가 데뷔작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봤더니 잭 에프론의 외모가 많이 달렸네요. 살이 제법 붙었습니다. 캐릭터를 봐선 일부러 그런 것 같진 않은데...

▲ 코미디 영화고 잭 에프론 주연이니...
<Labor Day>

우리말로 '노동절'을 뜻하는 <Labor Day>는 조금 더 주목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케이트 윈슬렛과 조쉬 브롤린이 주연한 것도 그렇지만 감독이 <주노, 인디 에어> 등을 연출했던 제이슨 라이트만입니다. 아버지며 코미디 영화의 대가인 이반 라이트만의 재능을 물려받아서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과 사려 깊은 연출이 돋보이는 감독이죠. <Labor Day>는 남편을 잃고 우울함에 빠진 채로 아들과 남겨진 여인이 한 남자를 만나면서 시작합니다. 강요에 못 이겨 집으로 데리고 온 이 남자는 다름 아닌 유죄를 선고 받은 범죄자였는데,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사연을 듣고는 두 사람의 관계가 다른 국면을 맞게 됩니다. 남자는 바깥세상으로 나갈 수 없는 신세였으나 둘은 자신들만의 공간을 만들고 공유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와중에도 경찰의 수색은 계속되고 점차 범위를 좁혀오자 서서히 현실적인 한계에 부닥쳐야 할 지경에 이릅니다.

▲ 아쉽지만 평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네요.
그나저나 북미에서는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이 열리면서 대작 영화의 짧은 영상이 속속 공개되고 있습니다.

<트랜스포머 4>입니다!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블로그 : http://blog.naver.com/nofeetbi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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