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94>로 또 한번 불어닥친 복고바람을 탈 영화입니다. 파릇파릇하고 설익은 청춘의 이야기 <피끓는 청춘>에서 이종석은 마을을 대표하는 고등학생 카사노바, 박보영은 이종석을 짝사랑하는 일진, 서울에서 전학을 온 이세영은 이종석이 짝사랑하는 여학생입니다. 여기에 김영광은 박보영의 맘을 얻으려고 발악하는 짱으로 나와서 삼각관계도 아닌 사각관계가 네 청춘의 젊음과 사랑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수상한 그녀>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장면마다 재미있고 웃음을 주는 포인트는 비교적 눈에 띄는데, 역시 <피끓는 청춘>도 이야기는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고서 느릿느릿 걸어가기만 합니다. 연출은 코미디와 드라마의 조율에 실패해서 희화화 일변도에 가까웠던 바람에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드러나질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각본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잘 살릴 수만 있었다면 괜찮은 성장영화가 나올 수 있었으나, 지금의 <피끓는 청춘>은 잠깐 웃는 사이에 어영부영 교훈적이고 뻔한 주제를 던지는 데서 그쳤습니다. 사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딱 하나의 캐릭터가 그대로 상징성을 지닌 채 등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에 그것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대사로 푸는 바람에 김이 새지만, 이 외에도 상징과 은유를 담고 있는 묘사가 더러 있으니 찾아서 보는 재미를 한번 느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피끓는 청춘>에서 다른 것보다도 훨씬 돋보였던 건 배우들의 연기 변신입니다. 박보영의 경우에는 이전 작품에서 연기했던 면모를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자그마한 체구에 귀여운 얼굴은 그대로지만 살벌한 연기와 욕설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와서 그럴 듯합니다. <노 브레싱>의 리뷰에서 이미지의 한계를 지적했던 이종석도 <피끓는 청춘>에서 드디어 변신을 시도했습니다. 의외로 이 영화에서의 캐릭터가 다른 것보다 더 좋았고 연기도 참 잘했습니다. 새침데기 소녀처럼 보이는 이세영도 그 이미지 그대로 나왔다가 변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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