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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인정한 파업, 판결문도 안 읽고 항소"[인터뷰]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
송선영 기자 | 승인 2014.01.23 15:53

지난 2012년 170일 동안 이어졌던 ‘김재철 퇴진 투쟁’은 그야말로 진기록을 세웠다. MBC 역사상 최장기 파업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정영하 본부장을 포함한 6명 해고를 비롯해 모두 44명이 정직, 감봉 등 징계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MBC가 노조에 제기한 고소, 고발, 소송, 가처분 등 조처들은 약 10여건에 달한다.

MBC는 노조 파업이 이어졌던 170일 내내 ‘불법파업’이라는 주장을 멈추지 않았다. 더 나아가 ‘불법파업’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노조 집행부 16명을 향해 195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MBC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법원은 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하며 노조원 모두의 징계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으며, 더 나아가 MBC가 노조에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을 기각했다.

정영하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본부장은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MBC본사 1층 노조사무실에서 <미디어스>와 인터뷰를 갖고, ‘징계 무효’ 법원 판결로 인해 “김재철 투쟁을 정당하게 인정받았다는 게 제일 기쁘다”는 말로 소감을 밝혔다.

   
▲ MBC 노조가 17일 서울 여의도 MBC 남문 앞에서 승소 판결을 환영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왼쪽부터 최승호 PD, 박성호 전 MBC 기자회장, 강지웅 전 MBC 노조 사무처장, 정영하 전 MBC 노조위원장, 이용마 전 MBC 노조 홍보국장, 이성주 MBC 노조위원장. 정영하 전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스)

노조원 전원 징계 무효 판결에 대한 소감을 묻고 싶다.

민사 재판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웬만한 회사 해고 소송과는 다르게 (꼼꼼하게) 진행됐다. 민사였지만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이니 회사도 변론을 세게 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쉽지는 않겠다’고 느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있고, 회사는 당장 대형 로펌을 쓰고 모든 조직을 가동해 변론했기 때문이다. 노조는 스스로 주장을 입증해야했다. 변론을 제대로 하기에 제한이 너무나 많았다. 그렇지만 이기고 싶었다. 사실 정확히 하면 파업을 인정받고 싶었다. 이번 판결에서 파업의 근본적인 대의나 가치를 재판부가 인정해줬기 때문에, 복귀에 대한 직접적인 생각보다는 ‘정당하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기쁘다. 그게 제일 기쁜 거 같다. 

방송의 공정성이 방송사의 근로조건에 해당한다는 판결, 어떤 생각 들었나?

제가 문자 여러 통을 받았는데 제 주변 변호사가 ‘근로조건으로 방송 공정성을 인정받은 것이 대단한 성과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우리의 복직이 중요한 게 아니다. 이 조항이 있다는 게 중요하다. 공정방송 때문에 파업을 했다고 하면 법조계나 특히 검사들은 100% 불법이라고 문제 삼았다. 그런데 판결에서 명확히 인정했다. ‘근로조건이다. 그리고 파업은 정당했다. 해고는 무효다’고 명확히 말했다. 김재철 체제의 불공정 방송 등 너무 말이 안 되는 사례들이 있었기에 (재판 과정에서) 그 사례들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재판부도 그런 사례를 경청해줬다.

판결문을 쭉 읽으면서 판사의 이념적 성향은 모르겠으나 판사 스스로 공정하려 노력했다고 느꼈다. 흔한 해고무효소송, 민사 재판으로는 참 많다. 이 재판이 왜 1년6개월이나 걸렸으며, 또 판결문은 80쪽으로 굉장히 길다. 여러 측면을 다 짚은 것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이 봐도, MBC노조의 파업이 꼴 보기 싫었던 사람도 판결문을 읽으면 반박을 하지 못할 것이다. 재판부가 판결문에 방송의 공정성에 관한 부분을 담은 것이 굉장히 감명 깊었다.

MBC가 판결이 나온 즉시 항소의 뜻을 밝혔다.

항소를 할 거라고는 생각했다. 그러나 한 시간 만에 항소 의사를 밝혀 좀 놀랐다. 항소 하더라도 판결문은 읽어보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래서 항소하기까지 2주라는 시간을 주는 거 아닌가. 바로 이유 달아서 항소하고 다음날 신문 광고를 내고. 저 신문 광고 문구를 누가 썼는지 모르겠으나 판결문도 안 읽은 것이다. (읽었다면) 항소하더라도 저렇게는 쓸 수 없다. 억울하다는 정도도 아니고 MBC가 마치 권위적인 사법기관인것 마냥 ‘저런 판결 내린 게 위법이다’라는 정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 ⓒ미디어스
그렇다면 MBC는 왜 그랬을까?

놀랍다. 할 거라고 보기는 했는데 이렇게 정치적인 행보를 왜 무리하면서 할까. 이게 우리 국민이 원하는 걸까. 파시즘적인 사고를 가진 분들이 원하는 스탠스가 왜 나왔을까. 이건 사장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하다. 왜 저런 결단을 내리는 무리수를 뒀을까. 사장 임기가 2월까지인데 ‘이런 거라도 보여주지 않으면 자기는 MBC 사장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것 같다는 소문이 구성원들 사이에 있다.

판결에 문제를 제기하는 MBC 회사 입장을 담은 <뉴스데스크> 보도는 봤나?

<뉴스데스크> 보도도 급했다. (판결 소식을 전한) 스트레이트 보도까지는 모르겠는데, 회사의 입장을 실린 보도가 뒤이어 나갔다. 의견을 실어 논평 보도를 하려면 노조 관계자 코멘트가 들어가는 등 균형이라도 맞춰야 하는데 앞 뒤 다 자르고 일방적인 회사 의견만 전했다. 비극이다. 공영방송인데 뭐라 설명할 수 없이 착잡하다.

회사가 항소를 했다. 어쩌면 2심 결과가 나와도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도 있고 … 대법원까지 긴 시간이 될 거 같다.

회사가 항소하기 전에도 ‘산 넘어 산이겠다’고는 생각을 했다. 항소를 안 하고 바로 받으면 괜찮은데 항소하고, 또 그 결과를 보고 마음에 안 들면 대법원까지 가는 거다. YTN은 대법원에서 3년째 뭉개고 있다. YTN은 산을 두 개 넘었는데도 계속 걸어가면서 정상이 어딘지도 모르고 있는 거다.

우리는 이제 시작이다. 업무방해도 있다. 검찰이 업무방해에 대해 불구속으로 기소한 것에 대한 준비 기일이 잡혔다. 8~9개월 걸릴 거다. (관련 소송이 많아) 산을 대 여섯 개 넘어야 한다. 넘어가는 동안 뒤집히면 원위치 되는 거다. 기껏 두 개 넘었는데 이상한 판결 나오면 다시 우리는 원점으로 돌아가서 산을 다시 넘어야 하는 상황이니 길게 생각해야 할 것 같고. 마음 단디 먹고 가야 할 거 같다. 긴 시간 고생은 되겠다.

한편,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판결은 23일에도 이어졌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유승룡)은 23일 오전 9시 50분, MBC가 MBC노조와 노조 집행부 16인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하며, 노조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MBC는 내부 구성원들이 의견 개진하는 것을 위축시켰고, 경영자의 가치와 이익에 부합하는 방송만을 제작, 편성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근로조건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방송법 등에 의한 공정방송 의무와 법질서를 위반한 것”이라며 “노조의 파업은 위법사태 시정하고 공정방송 실현하자는 구체적 조치를 협의하기 위한 요구로서 목적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파업 목적 중 김재철 사장 퇴진에 대해서도  “파업 이르기까지 경위 비추어보면 결국 이루려고 하는 목적은 김재철 사장으로 대표되는 경영진의 공정방송 의무 침해를 저지하자는 데 있으므로, 파업 목적은 정당하다”며 “파업이 위법하다고 보이는 것에 대한 책임은 원고에게 있으나 원고가 제출한 증거로는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송선영 기자  sincerely@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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