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현재 열리고 있는 선댄스 영화제에서 작년에 대상을 수상한 영화 중 하나입니다. (선댄스 영화제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나뉘고, 이걸 다시 각각 월드시네마와 미국으로 구분하여 대상을 선정합니다. 작년에는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가 미국, 오멸 감독님의 <지슬>이 월드시네마에서 극영화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자막과 함께 마치 페이크 다큐의 일부인 것 같은 장면을 짧게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스포일러는 아닐 것 같아서 말씀드리면,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2009년 1월 1일에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을 영화로 옮겼습니다. 흑인이었던 오스카는 당시 백인 경찰들에 의해 과잉진압을 받다가 어이없게도 총격을 받고 끝내 사망했습니다. 도입부에 잠깐 보이는 건 실제로 당시에 현장에서 누군가가 촬영했던 영상입니다. 이렇게 결말을 먼저 제시하는 것은 이 영화의 이야기가 이미 꽤 알려진 실화이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관객이 다른 데 정신을 팔지 않고 보다 감독의 의도에 집중하도록 만듭니다. 이 영화로 데뷔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은 도입부의 배치를 통해서 결국 관객으로 하여금 두 개의 질문을 갖고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지켜보게 합니다. "오스카는 왜 죽었으며, 꼭 죽어야만 했는가?"

아무래도 인종차별이 절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라이언 쿠글러는 최대한 중립을 지키고 객관적으로 영화를 이끌어갑니다. 오스카 그랜트를 마냥 성인으로 그리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과거에 그의 행적을 보여준다거나, 마지막에 그를 죽음으로 모는 백인 경찰을 무슨 KKK 멤버처럼 그리지도 않습니다. 오스카가 생애 마지막 날에 누군가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나 통화를 화면에 따로 띄우는 건, 아마도 그것이 각색이 아닌 실재라는 걸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사전조사에 굉장한 공을 들였다는 걸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원제이자 실제로 사건이 발생했던 장소인 프룻베일 역에서 촬영한 것도 이 영화의 사실성이 어떤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결말은 그야말로 허무합니다. 새삼스럽지만 죽음이라는 건 이렇게 예기치 못했던 순간에 덥석 누군가를 앗아간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찾았더니 역시 당시에 촬영했던 영상이 여러 개 있더군요. 그걸 다시 봐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총을 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종차별에 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선뜻 대답하기가 망설여집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공개적인 장소에서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않는 사람에게 총을 쏜다는 게 있을 수 없잖아요? 그건 차치하고 사실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는 이런 판단 외에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예컨대 오스카와 같은 흑인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방식 같은 것? 엄밀히 말하면 이 자체가 인종차별로 인한 사회의 구조적인 결함에서 빚어진 사건인 것 같긴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영원한 반복인...

★★★★

덧 1) 포레스트 휘태커가 제작자로 참여했습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도 출연과 함께 제작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절친이자 자신의 전작 <더 헬프>의 원작자인 캐스린 스토켓으로부터 투자까지 이끌어냈습니다.

덧 2) 오스카를 사살한 경찰은 테이저와 권총을 헷갈려서 실수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감옥에서 11개월을 살고 출소했습니다. 여전히 인종차별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 짓진 못하겠으나, 어떻게 테이저와 권총을 헷갈릴 수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그만큼 경찰이 당황했던 걸까요? 글쎄요...

영화가 삶의 전부이며 운이 좋아 유럽여행기 두 권을 출판했다. 하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질색이다. 그보다는 좋아하고 관심 있는 모든 분야에 대해 주절거리는 수다쟁이가 더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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