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새벽시간을 틈타 ‘잠입출근’한 구본홍 YTN 사장의 첫 공식업무가 사원 징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따르면, 구 사장은 이날 오전 '근무지 이탈자' 실태 파악을 지시했다. 근무 이탈자란 사장실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인 노조원들을 가리킨다.

노조는 "구씨 저지 투쟁에 참가한 조합원들을 이른바 '복귀 거부자'라고 규정하며 소속 간부들에게 해당 노조원 명단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며 "거부자는 개별 전화를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경고하라며 사실상 노조원에 대한 공개 협박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구 사장은 오늘 안에 인사위원회를 열어 근무지 이탈자로 분류된 노조원들의 징계를 결정하고, 차장대우급 사원들의 차장 승진 인사 대상자도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YTN에서 근무지 이탈을 이유로 인사위원회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 "구씨에 줄대려 자리 비운 간부들 징계해야"

▲ YTN 노조원들이 6일 오전 사장실 앞에서 농성을 하며 '구본홍 사장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이에 대해 YTN지부는 이날 두 차례 성명을 내어 "궁지에 몰린 구씨가 폭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장실을 지키는 모습을 청와대에 보이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우리는 부당한 인사와 회유, 협박을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또 "지난 주총 때 업무를 내팽개치고 주총장에 나타나 대주주의 지분까지 위임받아 구본홍 사수대로 나서고, 구씨에게 줄을 대기 위해 업무 시간 중에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고, 몇주 동안 처리한 업무가 전무하다시피 한 일부 간부들의 행태를 하나하나 기록하고 있다"며 "이들을 근무지 이탈로 징계하라"고 주장했다.

YTN지부는 이어 "선배들의 손에 직접 후배들의 피를 묻히게 하고 적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YTN을 산산조각을 내서라도 그렇게도 사장이 되고 싶은가"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홍상표 보도국장과 진상옥 경영기획실장에게도 사퇴를 요구했다.

"감사원 폭거 이은 정권의 방송 장악 완수 위한 폭거 일환"

구 사장의 징계 강행 움직임에 대해 YTN 내부에서는 "어제 감사원이 정연주 KBS 사장 해임 요구안을 결의한 것을 신호탄으로 이번 주 안에 방송 장악을 끝내기 위한 폭거의 일환"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구본홍씨가 일부 간부에게는 승진이라는 사탕을 주고, 노조원에게는 채찍을 때리는 것으로 사장 업무를 시작한 셈"이라며 "징계 수위는 주의나 경고 정도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사장실로 무언가를 들고 들어가는 YTN 관계자. ⓒ송선영
"구 사장, 5일 청와대애 두 차례 '정상 출근' 보고"

한편, 김선중 지부장 직무대행은 “구씨가 어제(5일) 청와대 관계자에게 오전과 오후 두 차례 전화를 걸어 '정상 출근 하고 있다'고 보고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노조가 발표한 성명서 전문이다.

왜 선배 손에 후배 피를 묻히게 하는가?

이른 새벽 사장실에 숨어 들어간 구본홍 씨가 이른바 '사장 주재 실·국장 회의 결과'를 밝혔다. 예상했던 대로 사규 위반자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고, 업무 방해에 대해서는 사법 조치하겠다고 한다. 폭압적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사장실을 지키는 모습을 청와대에 보여야 하는 구 씨가 안타까울 뿐이다.

더욱 분노하게 하는 것은 실·국장들에게 지시한 내용이다. 우리의 정당한 구 씨 저지 투쟁에 참가한 조합원들에게 이른바 '복귀 거부자'라며 소속 간부들에게 해당 노조원 명단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또 거부자는 개별 전화를 통해 인사상 불이익을 경고하라며 사실상 노조원에 대한 공개 협박을 명령했다. 이는 사내 갈등만 부추기고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 구 씨에게 줄을 대고 있는 일부 인사를 제외한 상당수 간부들은 과거도 현재도 우리와 15년간 한솥밥을 먹던 선배들이다.

구본홍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같은 부서, 같은 팀에서 매일 얼굴을 보며 일하는 후배들의 이름을 일일이 적어내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선배들의 손에 직접 후배들의 피를 묻히게 하고 적으로 만들려고 하는가? 구 씨는 과거 언론인으로서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YTN은 지금까지 이런 사태는 없었다. YTN을 산산조각을 내서라도 그렇게도 사장이 되고 싶은가?

구 씨의 사장실 진입을 위해 행해지는 이같은 행위가 앞으로 가져올 모든 사태의 책임은 분명히 구 씨에게 있음을 다시 한번 못박아둔다.

2008년 8월 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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