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원택 MBC 시사제작국장 . MBC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나 MBC 속사정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이름이지만,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이름이다. 그럼에도 2014년 오늘, 이 이름이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심원택 MBC 시사제작국장 임명은 MBC의 오늘을 읽을 수 있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심원택 국장의 지난 행적

▲ 심원택 시사제작국장 ⓒMBC

일선 기자들의 취재를 총괄하는 보도책임자로서 보인 심원택 시사제작국장의 지난 행보는 놀랍다. 취재 기자들과의 단순한 마찰을 넘어, 특정 아이템에 지속적으로 손을 댔을 뿐 아니라 아이템 불방에 관여한 행적도 수두룩하다. 심원택 국장이 지속적으로 손을 댄 아이템 대부분은 정부·여당 쪽에서 불편할 수 있는 성격을 지닌 아이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안철수 후보 △4대강 관련 업체들의 담합, 비자금 △NLL 아이템은 취재 불가 판정을 받았다. 또 △삼성 노조 결성 △대선 기간 투표시간 연장 관련 기사는 축소됐고, 영화 <맥코리아>와 인혁당 피해자 유족, 4대강 비판 인터뷰는 삭제됐다. 국정원 관련 보도는 불방됐다. 기자들은 “종북좌파”로 몰렸다.

심원택 국장의 과거 행보는 또 있다. 심 국장은 지난 2009년 2월, MBC가 보수 세력에 의해 좌파방송이라는 비난을 받을 당시 공정방송노조 기자회견에 참석해 “MBC 불공정 방송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일부 간부들로 구성된 노조(옛 선임자노조)의 일방적인 기자회견이었음에도 보수신문들은 이 같은 모습을 크게 보도했고, 결국 MBC는 “회사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사내 조직질서를 해치는 심각한 행위”라며 징계를 내렸다.

심원택 국장 임명이 갖는 의미

시사제작국은 <시사매거진 2580> 뿐 아니라 <100분토론>, <보도특집 다큐>를 담당하는 부서로 뉴스를 제외한 MBC의 주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총괄한다. MBC의 주요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부서의 최고 책임자로 심원택 국장이 임명되었다는 것은 앞으로 MBC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간섭이 지금보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에 충분하다. 이는 심원택 국장이 <2580>을 담당했을 때 보였던 행보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김종국 MBC 사장은 올 해 신년사에서 6월 지방선거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그럼에도 6월 지방선거라는 주요한 이슈를 앞둔 지금 시점에서 구성원들로부터 거센 “사퇴 요구”까지 받았던 인물을 시사·보도 프로그램 총괄하는 주요 자리에 임명했다. 일선 기자들의 반발과 반대 목소리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행보다.

이에 MBC 내부에서는 <2580> 뿐 아니라 <100분토론>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검열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 통화에서 “심원택 국장이라는 사람은 정치적 편향을 떠나 프로그램을 이끌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구성원 뿐 아니라 인사권을 갖고 있는 사장, 편성제작본부장도 다 알고 있을 것”며 “이는 다시 (국장이) <2580>에 손을 댈 수 있고, <100분토론>에도 손을 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또 “올 해 지방선거가 있는데 뉴스를 제외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자리에 그를 임명한 것은 인사권자가 (연임을 위해) 정권에 구애하는 것으로 회사 파괴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 2009년 2월 5일자 조선일보 2면 기사 캡쳐,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사람이 2580부장을 맡고 있는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이다.

심원택 임명을 통해 본 MBC의 오늘

사실 MBC의 추락은 그다지 놀라운 사실이 아니다. <PD수첩> 등 내로라하는 고발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인 사찰, 4대강의 비밀 등 사회 현안을 굵직하게 짚은 것도, <뉴스데스크>를 통해 대통령의 사저 보도 등 권력의 핵심을 제대로 짚은 것도 모두 옛날일이다. <PD수첩>과 <시사매거진2580>은 “연성화 됐다”는 비판을 받은 지 오래이며, <뉴스데스크>는 ‘알통 리포트’ ‘비오는 날엔 소시지빵’ ‘김정은 눈썹 왜 밀었나’ 등 조롱과 희화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MBC의 추락은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MBC는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현직 기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영향력과 신뢰도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0%대를 기록했으며, 2012년 지상파 4사 가운데서도 공익성은 물론 공공성, 신뢰성, 유익성, 다양성 평가는 물론 시청률과 시청점유율에서 역시 최하위를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MBC의 현주소는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작성한 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방송문화진흥회는 <2012년 문화방송 경영평가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MBC가 공익성을 소홀히 하면서 채널 경쟁력이 심각하게 추락했다”고 명시했으며, MBC의 경쟁력 하락의 원인을 ‘시사교양 부문의 부진’에서 찾았다. 시사프로그램 <뉴스후> 폐지와 <백분토론>의 방영시간 변경, <PD수첩>의 위상 추락이 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대중들이 열광했던 <PD수첩>은 사라졌고, 대중들이 사랑했던 MBC 보도는 사라졌다. 청취자 뿐 아니라 오히려 다른 언론들이 더욱 주목했던 라디오 <시선집중>은 손석희 아나운서가 떠난 뒤 갈팡질팡 제 길을 찾지 못하고 있다. 김정근, 손정은, 최현정, 한준호 등 MBC의 대표적인 아나운서들조차도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방송에서 배제된 지 오래다. MBC 대주주조차 현 MBC의 문제를 진단하며, 해법까지 제시하고 있는데도 인사권자인 김종국 사장은 여전히 엉뚱한 행보만을 이어가고 있다.

다음은 심원택 국장이 <시사매거진 2580>을 담당했을 당시 벌어졌던 불방 및 외압의 흔적들이다.

△ 2012년 8월

심원택 국장은 지난 2012년 8월 <시사매거진 2580> 담당 부장을 맡았을 당시, 기자들에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관련 아이템 취재 중단을 통보하면서 “친북 종북 좌파라서 아이템을 맡지 못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당시 심원택 부장은 “안철수 원장을 다루는 것 자체가 편향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2012년 10월

2012년 10월은 <시사매거진 2580>의 수난시대였다. 10월28일 방송된 ‘정치, 극장에 서다’ 아이템에서 맥쿼리 자본의 문제점을 짚은 영화 <맥코리아> 부분이 삭제됐으며, 영화 <유신의 추억>을 다룬 보도에서는 인혁당 사건의 피해자인 유족들의 인터뷰가 삭제됐다. “삼성이 노조 결정과 운영을 방해하기 위해 지대위라는 조직을 꾸려 도청과 미행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제기한 ‘지대위를 아십니까’ 보도는 방송 시간이 대폭 축소된 채 방송됐다.

△ 2013년 1월

<시사매거진 2580>은 지난해 1월27일 ‘강 속에 무슨 일이’ 방송을 통해 MB정부의 핵심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보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4대강 사업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던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의 인터뷰와 현장 취재가 의도적으로 누락됐고, 이 과정에 심원택 당시 부국장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 2013년 6월

지난해 6월23일, 당초 방송될 예정이었던 국정원 관련 아이템이 불방됐다. 당초 국정원 관련 아이템을 비롯한 3개의 아이템이 방송될 예정이었으나 국정원 아이템이 불방되면서 평소 40여분 방송되던 프로그램은 시작한 지 23분 만에 끝났다. 당시 심원택 부장은 국정원 관련 사건에 대해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라고 지적한 뒤, 경찰의 수사 은폐와 조작' 부분, '원세훈 원장의 간부회의 발언' 부분을 통째로 삭제해 13분짜리 기사를 6분으로 만든 뒤 이대로 제작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2580> 기자들은 성명을 내어 심원택 부장을 교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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