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 집에 남겨진 사람들이라면 연말 시상식 한두 개 정도는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 방송사마다 연기, 가요, 연예 부문으로 하루씩 배정하는 편성으로 인해, 날마다 그 시간에 텔레비전을 보던 사람들은 시끌시끌한 잔칫집을 목도할 수밖에 없게 된다. 화려한 출연자들의 면면과 그들의 수상 소감에 흘려 또 한 해가 지나가는 데서 오는 허전함을 잊을 수 있기도 하다.

다양한 장르와 수많은 가수들의 범람으로 이제는 수상 대신에 축제로 대신하는 가요 축제와 달리, '나눠먹기식'이든 '공로'상 수준이든 앞으로 잘 봐 달라는 '입도선매'의 의미이든 여전히 수상자가 정해지는 연예대상과, 연기대상은 그 나름의 흥미진진한 박진감을 지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즐겨 봤던 작품을 되새겨보며 시상식 현장의 열기를 고스란히 전해 받기도 한다.

하지만 시상식이 언제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31일엔 검색어 순위엔 하루 종일 수지의 수상 소감이란 단어가 오르내리고 있었다. <구가의 서>의 여주인공 담여울을 연기했던 수지가 예상치 못한 최우수상 여자 부분을 받아들고 당황한 나머지 수상 소감을 매끄럽게 연출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방송국 입장에서야 지금 가장 잘 나가는 스타의 이름값을 길이 빛내주고 싶었겠지만, 시청자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인지라 자신이 생각했던 방향과 다른 시상 내용은 소심한 욕설로 혹은 과격한 댓글로 표현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3사 방송국에서 결국은 무관에 그친 유재석의 대상 논란에서 보여지듯이, 그것이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에서 발현된 경우도 있으니 그 역시도 객관성이란 이름으로 대신할 것은 아닌 듯하다.

결국은 상식이 아닐까. 가장 핫한 어린 스타가 상을 받든, 높은 시청률은 아니더라도 명작이란 이름에 걸맞은 작품의 주인공이 상을 타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정도라면 고개를 끄덕일 수준의 내용이라면 설사 내 스타가 상을 받지 않더라도 수긍하고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이 되었건 극과 극의 의견을 달리하는 우리 사회에서 '상식'이란 말만큼 애매한 단어도 없다.

그뿐이 아니다. 뻔하다 하면서도 매년 연말 시상식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화려하게 빛나는 별들 사이에서 또 다른 의미로 빛나는 수상자들의 모습에 마음이 훈훈해지기 때문이다. 공로상을 받은 김수미도, 중견 연기자 장현성, 김미경도, 이제는 누구를 가르치는 게 무색하지 않을 나이에 여전히 연기가 어렵다는, 자신에게 맡겨진 캐릭터에 고민이 된다는 소회는 진실한 울림으로 전해져 온다.

트렌디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홀로 수상을 하며 <황금의 제국>의 존재감을 잊지 않고 챙긴 이요원의 존재감과, 그저 시청률이 높아서 대상이 아니라던 이보영의 언급, 그리고 당당하게 미스 김의 모습으로 대상을 거머쥔 채 이웃의 아픔을 함께 고민하는 드라마가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소원하는 김혜수의 소감은, 그저 '인기'만으로 덧칠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로 다가오게 한다. 시청률이 좋으면 다 좋다는 시청률 만능주의가 판치는 시상식장에서 진정 좋은 작품의 가치는 무색해지기가 십상이니까. 부디 2014년에도 좋은 작품을 한 배우들에게 그들의 노력의 대가가 돌아가는 한 해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