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제도가 이해관계, 권력형성에 이용당하는 현실에 우려한다 -

축제의 장이 돼야 할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이념공세’에 시달렸다. 아니나 다를까 남은 건 ‘얼룩’ 뿐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 이하 언론노조)은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마저 이념과 색깔공세가 난무한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문화 또한 바로잡혀야 한다.

서울시 25개 선거구 가운데 17곳에서 패한 후보가 강남지역 몰표에 힘입어 당선됐다. 서울 교육이 ‘강남 대 비강남’으로 뚜렷하게 양분된데다, 여러 지역에서 고르게 득표한 후보가 낙선한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더욱이 ‘전교조’를 교육을 망치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상대후보를 구시대적인 ‘색깔론’까지 동원해가며 비판했던 후보가 당선 된 것에 우려를 표시한다. 서울교육이 또 다른 반목과 갈등의 늪에 빠진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이번 선거를 ‘이념의 정치판’으로 전락시킨 당선자에게 있다.

당선자는 대다수 지역에서 무한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셌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또 선거결과를 시민들이 이명박식 교육정책을 지지한다는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기 바란다.

'가진 자’로 불리는 강남권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보인 투표흐름은, 우리사회 이해관계에 민감한 세력들이 어떻게 선거를 이용하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반면, 경제난국 아래 생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시민들의 투표율이 전조한 점은 안타까울 뿐이다. 민주주의의 꽃으로서 ‘선거’가 제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는 이명박 정권이 누구에게 등을 기대고 있는 지 명백히 보여 주었다. 이명박 정권이 국가권력을 앞세워 100만 촛불의 정당한 목소리를 짓밟는 오만과 아집이 어디에서 출발하고 있는 지도 알려 주었다. 가진 자에 의해, ‘강남’에 의해 대한민국이 좌지우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론노조는 당선자가 선거과정에서 쏟아낸 ‘이념’ 공세에 대해 피해자들이 입은 명예훼손과 물적ㆍ 정신적 손해에 대해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이명박정권이 수월성, 경쟁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모두에게 고르게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정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히 주문한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권이 서울교육감선거 결과에 ‘흥분’해서 공공성파괴를 향한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 광란의 질주에 나설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은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를 정파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더욱 더 촛불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

2008년 7월 3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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