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정택 서울시 교육감 당선’ 관련 주요신문 사설에 대한 논평 -

어제(30일) 치러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공정택 현 교육감이 당선됐다. 공 후보의 당선으로 서울시 교육정책은 경쟁 중심의 수월성 교육에 치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공 후보는 15.4%라는 낮은 투표율에 전체 유권자의 6%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따라서 이 결과를 놓고 ‘서울 시민이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지지했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더욱이 공 후보는 서울 25개 구에서 8곳만 이기고, 나머지 17개 곳에서 주경복 후보에게 졌음에도 투표율이 가장 높고 인구가 많은 강남, 서초, 송파 등의 ‘강남권’에서 60%가 넘는 몰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는 특목고 확대 등 공정택 당선자의 정책 기조가 강남 지역 부유층을 강하게 결속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더욱이 수구보수 언론들이 선거 구도를 ‘전교조 대 반전교조’로 몰면서, 주경복 후보를 ‘전교조 후보’로 낙인찍고 당선 가능성을 우려함으로써 공정택 후보로의 보수층 결집을 꾀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31일 신문들은 일제히 교육감 선거와 관련한 사설을 실었는데, 선거 결과에 대한 분석은 각기 달랐다.
한겨레와 경향은 공정택 후보가 추구해왔던 ‘교육 시장화 정책’을 비판하며, 공 후보 당선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이번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자세하게 짚었다.

한겨레는 <‘강남 몰표’로 승리한 공정택 후보>에서 공정택 후보가 “‘리틀 이명박’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 정권의 교육시장화 정책, 경쟁주의 교육정책을 앞장서 추진했던 인물”이라며 “서울시 교육감으로 있으면서 신분제적인 빈부 분리교육을 조장하고, 교육을 통해 부와 신분의 대물림을 추진하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낮은 투표율로 인해 “대표성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고 지적하는 한편 공 후보의 승리는 “보수, 부유층 결집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공 후보가 “선거에서 이겼지만, 계층간 골을 깊게 하고,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교육시장화 정책, 경쟁지상주의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꼼꼼히 돌아”보고 “교육자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가진 자를 위한 교육이 아니라, 약자를 부축하고, 아이들의 잠재력을 살리는 정책을 실시하기 바란다”고 당선자에게 당부했다.

경향신문은 <공 당선자, ‘학원 프렌들리’ 의혹부터 씻어야>에서 “한층 막강한 교육행정 권한을 가진 서울시교육감에 공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강력한 저항에 부딪혀 뒷걸음치던 이명박 정부의 ‘평준화 해체 드라이브’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며 “다양성이란 이름의 엘리트 교육 강화로 학력경쟁 심화와 사교육비 부담 가중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이번 선거가 “시민들의 무관심과 낮은 참여로 교육자치의 취지가 크게 퇴색”됐다고 지적하는 한편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공약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앙일보는 “경쟁력을 높여야”한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시민들의 뜻을 폭넓게 수렴하라’고 주장해 조선·동아일보의 주장과는 다소 차이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사설 <서울교육감, 공교육 살리고 경쟁력 높여야>에서 이번 선거가 “후보 성향에 따라 격렬한 이념대결 양상을 보였고, 여야 정치권의 대리전 모습까지 드러내 많은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교육을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조짐까지 나타났다”며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서 벗어나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서울 시민들이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전폭 지지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철학과 정책노선에만 의존해서는 절름발이식 교육, 편식 교육이 될 우려가 큰 것이다.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이었던 학교선택권·특목고 설치 여부·교원평가·학력평가 등 어느 것 하나 국가 장래와 관련해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시민들 제각각이 이들 현안에 대한 의견과 생각이 있다. 신임 교육감은 교육자치의 뜻에 맞게 이들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뜻을 폭넓게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이번 선거결과가 ‘반 전교조’ 여론인 것처럼 몰아가며 공 후보의 ‘수월성 교육’을 노골적으로 지지했다.

조선일보는 <‘전교조 교육감’은 안된다는 서울 유권자의 뜻>에서 “전교조 후보가 서울시교육감이 되면 이 나라 교육은 어디로 굴러갈 것인가 하는 위기의식에서 투표장으로 간 사람이 적지 않았다”며 “공 당선자는 ‘전교조 교육감만은 안 된다’고 한 유권자 뜻을 잘 새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무엇보다 다양한 학교,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서 학부모와 학생이 자기에 맞는 학교를 선택해 자기가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국제중, 자사고, 과학고, 영재고도 많이 만들어 수월성 교육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동아일보도 <공정책 교육감, 교육선진화 발판 만들어야>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유권자 다수가 전교조의 이념적 노선에 대한 거부와 함께 현 정부와 공 교육감이 추진해온 학교 자율화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또 “주 후보와 전교조는 선거 패배를 시인하고 이명박 교육정책의 발목을 잡기보다는 서울 교육을 한 단계 올리는 일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사설은 “교육 현장에 경쟁과 자율의 숨결을 불어넣어야 한다”며 경쟁 강화와 평준화 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쥐고 있던 교육 관련 권한을 지방으로 넘긴 4·15 학교 자율화 조치와 함께 교육감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해졌다”며 “첫 번째 임기 중 고교 선택제를 추진해 2010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2010년 상반기까지의 두 번째 임기 중에는 특목고 및 자사고 확대, 학력진단평가, 수준별 수업 확대 등 평준화를 보완하고 학교 현장에 자율화를 확대하는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조선·동아는 ‘반 전교조의 승리’라며 마냥 쾌재를 부르지만 이번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는 우리 사회에 많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다.

15% 대에 그친 낮은 투표율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 강남지역의 ‘몰표’는 또 하나의 양극화 현상을 우려하게 만든다. 즉 우리사회의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은 적극적으로 정책결정 과정에 개입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시키는 반면, 서민과 빈곤층은 선거를 통한 정책결정 과정에서조차 밀려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공정택 당선자의 공약은 고교선택제, 수준별 이동수업, 영어교육 강화, 학력평가 등 학교?학생 간 경쟁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런 경쟁 중심의 교육정책이 사교육의 기회를 많이 누릴 수 있는 부유층에게 유리하다는 사실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최소한의 양식을 갖춘 언론이라면 ‘반 전교조의 승리’ 따위의 선동을 할 것이 아니라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와 교육 양극화 심화에 따른 대책을 고민해야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조선·동아가 내놓은 교육감 선거 평가는 또 하나의 고민거리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이런 언론들이 ‘메이저 신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현실에서 우리사회가 어떻게 바람직한 ‘백년대계’를 세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고민이다.

2008년 7월 31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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