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라디오스타>의 칼은 녹슬지 않았다. 12월 18일 <라디오스타>를 본 소감이다. 장진 감독은 그 특유의 입담으로 자신이 연출한 뮤지컬의 출연자 박건형과 김슬기를 들었다 놨다 하며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그리고 네 명의 MC들은 그저 추임새를 넣으며 국수 배우라 일컬어지던 박건형을 멋진 남자로, 이제는 욕이 지겹다는 김슬기를 욕이 아니라도 매력이 충분한 여배우로 살려냈다.

특히나 속내 밝히기를 수줍어하는 김슬기에게 말 한 마디 못한다고 답답해하는 장진과 달리, 어떻게든 그녀의 말 한 마디를 얻어내기 위해 애를 쓴 네 명 MC들의 모습은 그래서 더더욱 거침없이 욕이나 즐길 것 같은 김슬기란 배우의 색다른 모습을 인식시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쉽기도 한 회차였다. 김연우까지 네 명의 어울리지 않는 조합에 억지로 붙인 제목, '집착하는 사람들'. 방송 초반, <디셈버>라는 뮤지컬을 연출한 장진 감독이 대놓고 '디스'하듯 박건형 편의 티켓이 남아돌고, 김연우 역시 단독 공연 티켓이 역시나 남아있어 나왔다 해도, 장진- 박건형-김슬기 세 사람에게 드리운 또 다른 한 사람의 그림자는 <디셈버>라는 뮤지컬에 대해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지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까지 뮤지컬을 홍보하러 나온 대부분의 팀은 대부분 A팀에 해당되는 출연자들이 <라디오 스타>를 찾아왔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디셈버> 하면 김준수가 출연한다고 알고 있는 것과 달리, <라디오스타>는 <디셈버>에 30여회 출연하는 김준수가 아니라 19회차의 박건형을 내세웠다. 이미 김준수의 표는 매진되었기 때문일까? 아니 김준수는 홍보를 할 필요도 없이 매진될 테니까?

김연우의 방송 출연 결정은 불과 며칠 전 이루어졌다고 한다. <디셈버> 팀에 낀 김연우는 상대적으로 말할 기회도 적었고, 대화에 섣부르게 끼어들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연우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김연우는 자신이 준비해온 모든 것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심지어 실패한 농구 점프까지.

그 과정을 보고 있노라니 네 명 MC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말 한마디라도 더해서 김연우를 살려보고자 노심초사하는 윤종신의 모습이 눈에 띤다. 과연, 윤종신 소속사의 김연우가 아니었다면, 방송을 불과 며칠 앞두고 출연하고 싶다고 출연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또 다른 MC인 규현의 소속사 SM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를 일이다.

세련된 장진 감독은 김수로처럼 노골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과 함께 출연한 박건형과 김슬기를 '셀프 디스'하는 식으로 이들의 장점을 충분히 발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쉽다. 2013년이 다가도록, 심지어 올해에는 법원 판결조차 명확하게 난 마당에도 출연은커녕 이름 언급조차 조심스러운 김준수, 그리고 JYJ의 방송 출연이 여전히 어렵다는 사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이들의 방송 출연은 여전히 용이치 않다. 이제 문제는 어쩌면 그런 분위기가 당연시되고 있다는 점이다. 함께 뮤지컬을 만든 멤버임에도 감독도, 그와 함께 한 출연진조차도 그의 이름을 언급하기 힘든 방송이 당연시되는 건 정상이 아니다. <라디오 스타>가 제 아무리 공평무사함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이런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규현과 윤종신 소속사 연예인들의 출연 역시 편협한 사시로 재단될 가능성 역시 항존하게 되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