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수에 우선협상대상자가 된 삼화제분은 ‘친박 실세’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과 각별한 관계에 있는 기업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삼화제분과 서청원 의원 간의 관계가 향후 한국일보의 논조에 영향을 끼칠 경우 이는 정권 실세의 영향력 아래 편집권이 놓이게 되는 비극이 발생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국일보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화제분과 뉴시스 이종승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사를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양측의 지분은 각각 50대 50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 지분의 절반을 갖게 되는 삼화제분의 박원석 대표이사는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의 사위이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지난달 <일요시사>는 삼화제분 박만송 회장의 주택 소유에 관한 기사에서 “박 회장은 또 다른 며느리인 서모씨를 통해 정계와도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며느리 서씨는 서모의원의 딸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하면서 서청원 의원의 사진을 게재한 바 있다. 또, <일요시사>는 해당 기사에서 삼화제분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회장님의 아들이 현재 대표이사로 있다”고 보도해 박만송 회장과 박원석 대표이사가 부자관계라는 점 역시 확인 보도했다.

단순한 사위-장인 관계가 아니라 서청원 의원과 박원석 대표이사의 관계는 그 이상의 각별함이 엿보인다. 서청원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모 그룹 회장에게 국민주택채권 1000만원 짜리 100장(1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2004년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검찰 조사에서 해당 자금을 불법정치자금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는 추궁에 서청원 의원은 자신의 사위가 “우연히 사채시장에서 모 기업에서 나온 채권을 구입한 후 두 달 만에 되판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청원 의원의 가족관계가 1남 1녀로 알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기에 등장하는 사위가 바로 현재 삼화제분 박원석 대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시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모 그룹 회장은 재판에서 “해당 채권이 서청원 의원 사위의 사업자금으로 쓰였다면 내가 속은 것”이라고 증언했다. 모 회장의 주장은 서청원 의원에게 대선자금으로 건넸던 돈을 박원석 대표가 썼다는 취지였다.

당시 서청원 의원은 이 때문에 구속됐으나 12일 만에 국회에서 석방요구결의안이 통과돼 석방된 바 있다. 당시 최병렬, 홍사덕, 황우여 의원 등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서청원 의원은 결국 이 사건으로 2005년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3년, 추징금 12억원을 선고받았고 다음 해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삼화제분 박원석 대표이사와 서청원 의원은 장인과 사위 관계를 넘어 매우 돈독하고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언론계 안팎에서는 편집권 독립 이후 비교적 호평을 받았던 한국일보의 논조가 정권 최고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 얘기되는 서청원 의원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일간지 기자는 “삼화제분과 서청원의 관계는 한국일보 기자들 입장에선 극복하기 힘든 지배구조가 될 것”이라며 “어떤 형태로든 한국일보 논조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씁쓸해했다.

한편, 삼화제분은 장재구 전 한국일보 회장이 구속되기 전부터 한국일보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가, 마침내 뜻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장 전 회장 재임 시절 인수 MOU까지 맺었다가 장 전 회장이 구속되면서 철수했었는데, 당시에도 서청원 의원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가 언론계 안팎에 돌았었다. 법원의 승인 절차 등이 남아있긴 하지만 삼화제분이 한국일보의 최종 인수한 이후 한국일보의 논조가 어떤 변화를 겪게 될지에 언론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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