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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황후’ 지창욱, 역할의 서열을 바꿔 놓은 애절한 감성연기[블로그와] DUAI의 연예토픽
DUAI | 승인 2013.12.11 09:49

승냥이(하지원 분)는 폐주가 된 왕유(주진모 분)가 전장에서 적들과 싸우다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실의에 빠져 식음을 전폐하고 급기야 자리에 누워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다. 이를 알게 된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마음도 상하기는 마찬가지다. 왕유를 그리워하다 건강까지 잃어버린 승냥이가 무척이나 안타깝고 걱정되기 때문이다.

타환은 어의까지 보내 승냥이를 일으켜 세우고, 건강을 회복시킨다. 그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더 승냥이에게로만 향하고 있다. 아프면 낫게 해주고 싶고, 먹지 않으면 먹이고 싶고, 웃지 않으면 웃게 해주고 싶다. 항상 그녀가 자신의 곁에 있었으면 좋겠고,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지켜주고 싶다. 시간이 갈수록 타환의 사랑은 그렇게 깊어만 가고 있다.

하지만 승냥이의 삶에서 섬겨야 할 남자, 그리워해야 할 남자, 사랑해야 할 남자는 오직 한 사람, 왕유뿐이다. 이미 승냥이는 타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한 바 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 새는 가장 먼저 본 이를 어미로 안다지요. 어미 새가 바뀔 수는 없는 법입니다.’ 타환은 듣고 싶지 않은 말을 듣고 말았다. 왕유를 향한 자신의 지조를 에둘러 표현한 승냥이의 말에, 타환의 억장은 한없이 무너져 내렸다.

거기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왕유가 전쟁에서 승리하여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원나라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승냥이는 이제서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고 그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시들었던 가슴이 생생하게 피어오른다. 어제 방송된 ‘기황후’ 14회에서 드디어 왕유와 승냥이는 재회하게 됐다. 그것도 타환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하고도 극적인 마지막 장면을 연출하면서 말이다.

   
 
승냥이는 당당하게 입궁하는 왕유의 위엄 있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그녀도 발걸음을 옮기며 혹시나 자신을 보게 될까, 봐주지 않을까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그를 따라갔다. 그러나 왕유는 승냥이를 찾지 못했다. 결국 그녀를 놓치고 만다는 것을 암시라도 하듯, 그녀를 지척에 두고도 결국 알아보질 못했다.

왕유를 바라보는 승냥이의 눈빛은 시리면서도 뜨겁다. 사무치는 그리움이 시리게 느껴지고, 그를 향한 사랑은 타오르는 불꽃처럼 뜨겁기만 하다. 그녀만 보면 왕유와의 사랑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든다. 그리고 이내 이루어지지 못했던 그들의 사랑에 벌써부터 가슴 한편이 아려온다. 하지원의 연기는 ‘기황후’의 가운데에 선 사랑을 중심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에 반해 타환의 사랑은 순위를 매기자면 서브, 즉 두 번째에 해당되는 러브스토리다. 어떻게 보면 주인공인 승냥이와 왕유의 사랑을 가로막는 훼방꾼이며, 그들 입장에서는 악역의 역할이다. 그런 그의 사랑이 예뻐 보일 리는 없다. 게다가 원나라 왕이 품은 고려 여인에 대한 연정이다. 이래저래 타환은 ‘기황후’에서 주인공들의 적이며, 두 번째 서열에 해당되는 역할이고, 그의 사랑은 결코 중심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승냥이를 향한 타환의 눈빛에, 마음에, 사랑에 자꾸만 눈길이 간다. 분명 타환의 마음속에는 왕유에 대한 질투가 있고, 승냥이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으며,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라도 마음을 얻고자 하는 교만이 담겨 있지만, 그의 눈빛에서 그만큼의 애처로움과 처연함이 느껴진다. 이는 타환이라는 캐릭터에게 연민이 일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왕유가 원나라에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자, 타환은 승냥이에게 자신의 허락 없이 궁 안을 나다니지 말라고 명령한다. 혹시나 승냥이와 왕유가 마주칠까를 염려해서다. 왕유만을 그리워하는 승냥이를 바라보는 것이 견딜 수가 없게 되자, 타환은 힘을 써서라도 승냥이를 소유하려고 애써 본다.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고 허망하기 그지없는 짓임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를 뿌리치는 승냥이의 손을 잡은 타환의 눈에는 이미 눈물이 한 가득 고여 있다. 가슴이 터질 듯해서 더 이상 그녀를 향한 마음을 숨길 수가 없다. ‘나는 절대로 너를 왕유에게 못 보낸다. 내가 처음으로 본 건 너였느니라. 알에서 깨어난 후에 나한테는 네가 어미 새였다.’ 타환의 고백은 진심이었다. 그리고 그 진심은 끝내 승냥이의 눈에서도 눈물이 고이게 만든다.

   
 
승냥이가 보고 싶어 궁녀들이 거하는 처소로 달려가는 타환. 그는 이미 승냥이 앞에서는 황제도 아니고 권력을 쥔 자도 아닌, 그저 한 여자를 미칠 듯이 사랑하는 여린 남자일 뿐이다. 그녀에게로 달음박질을 하며 ‘승냥아! 승냥아!’를 부르짖는 그의 목소리는 고함이 아닌 절규였으며, 우렁차기보다는 애절했다. 왕유에게 그녀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한 타환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타환은 조연에 가까운 주연이기에 그의 사랑이 첫 번째 서열에 놓일 리는 만무하다. 시청자들에게 그의 감정이 어필되는 일도 어렵다. 그런데 타환 역을 맡은 지창욱의 감성연기에 그의 사랑이 점점 더 애달파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왕유보다 타환에게 마음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다 가진 듯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타환, 절대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쫓는 그의 먹먹한 가슴이 지창욱의 눈을 통해 절절하게 표현되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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