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노동조합이 ‘김종국 사장 체제’를 맞이했던 2013년 MBC에 대해 “제작 자율성이 실종되고, 무리한 편성이 장기화”되는 등 사실상의 “경영권 공백 상태에서 총체적 난국을 맞고 있다”고 분석했다.

10일 발간된 MBC 노보는 박재훈 MBC 노조 홍보국장의 사회로 ‘진단 2013, 김종국 체제를 말한다’ 좌담을 진행했다. 좌담에는 김병헌 보도민실위 간사, 박대용 조직국장, 윤석호 편성제작부문 부위원장, 전흥배 영상미술부분 부위원장, 정영구 기술부문 부위원장, 최원진 경영부문 부위원장이 참석했다.

▲ 10일 발간된 MBC노동조합 노보에서는 김종국 사장 체제 8개월을 진단하는 좌담이 실렸다.
좌담 참가자들은 “김재철이 남긴 유산이 전혀 극복되지 않고 있다”며 “제작 자율성 실종, 무리한 편성과 개편, 감정적 인력 배치” 등의 문제가 거의 굳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시사 프로그램은 전멸하다시피하고 개선의 여지도 보이지 않으며, 어찌어찌 방송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에 머무는 상황에 모두 절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경향은 예능과 드라마에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잇따른 예능 프로그램의 폐지 사례에서 보듯 ‘제작진과의 상의’보다는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고압적 분위기’가 사내 질서로 자리 잡으며 “제작자들의 자기 검열이 내면화됐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사태가 초래되는 근본적 이유는 “능력이 부족해 보직을 맡아서는 안 되는 사람들까지 한 자리씩 주었다”는 것이 가장 핵심적으로 꼽혔다. 무능력 보직자가 양산되며 “상명하복이 최고의 가치”가 되도록 조직 문화가 변질됐단 지적이다.

프로그램의 총체적인 질적 저하 속에서 특히, 뉴스의 경우 “이런 방송이 나가도 되나하는 자괴감이 엄습”할 정도로 심각하며 “채널 이미지 하락을 안타까워하기에도 지치는 상황”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나왔다. 한 참가자는 “MBC뉴스는 자포자기의 단계에 들어갔다”며 “곳곳에서 우리 뉴스가 조롱거리가 되고 있음에도 이젠 자존심 상하지도 않는다”고 냉소할 정도였다. MBC 뉴스의 이런 비참한 현실을 초래한 주범으로는 김장겸 보도국장과 권재홍 보도본부장이 꼽혔다. 김종국 체제에서 교체될 수도 있다고 생각됐던 김장겸 정치부장이 보도국장으로 영전하고, 권재홍 본부장이 자리를 지킨 인사 문제가 가장 크다는 지적이다. 또한 파업 이후 기자들이 “조금이라도 문제의식을 노출하면 방송에서 자취를 감추게 되는 현실”에서 구성원과 시청자 모두 “내가 알고 있는 기자들이 아무도 안 나오니 다른 방송” 같은 “정상화가 전혀 안 되는” 뉴스가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됐다.

좌담에 참가한 이들은 ‘올림픽, 월드컵, 지방선거’ 등 줄줄이 대형 이벤트가 있는 내년이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내년 MBC는 사옥을 상암동으로 이전하기도 한다. 이에 한 참가자는 “정예 인력들을 총가동해도 문제없이 될까 말까인데 지금처럼 제한된 인력들만 쓰겠다고 고집하면, 작년 런던올림픽 중계 때처럼 대참사가 나는 게 아닐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역과 서울의 괴리에 따른 이중고도 지적됐다. 한 참가자는 김종국 체제 이후 “지역은 상당히 타자화되어 있다”며 “과거에 우리는 MBC라는 큰 틀 안에 하나의 패밀리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제는 패밀리라는 생각이 엷어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역 구성원들이 “돈 논리만 내세우는 서울에 실망”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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