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의 대학가에는 캠퍼스의 낭만이 아니라 최루탄과 전투경찰과의 사투가 있었다. 전두환 정권이라는 불의한 정권에 항거하는 것이 대학 강의실에서 책과 씨름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한 당시 젊은이들은, 출석일수가 모자라 유급을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거리로 나가 시위대에 가담하고 시대의 불의를 온몸으로 막아내었다.

미국에도 비슷한 시기가 있었다. 196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으로 인한 홍역을 치르고 있었다. 베트남의 정글로 징집된 젊은이들이 있는가 하면, 미국 본토에서는 베트남전을 반대하는 젊은이들의 시위가 봇물처럼 쏟아지던 시대가 1960년대였다.

하지만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드는 방식에는 일본이나 독일의 적군파처럼 과격한 방식으로 목소리를 내는 집단도 있었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웨더 언더그라운드’도 그 가운데 하나다. 웨더 언더그라운드는 평화적인 반전모임이 아니다.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폭력적인 수단도 불사하는 과격 단체다.

<컴퍼니 유 킵>은 피 끓는 청춘 시기 웨더 언더그라운드에 몸담았던 젊은이들이, 삼십여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도 젊은 시절 가졌던 신념을 끝까지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1960년대 당시 폭력을 일으킨 장본인은 평범한 주부 혹은 변호사로 신분을 철저하게 숨긴 채 살아오지만 경찰에 발각된다.

만일 벤(샤이아 라보프 분)이 짐의 과거를 들추어내지만 않았다면 샤론(수잔 서랜던 분) 하나만 경찰에 체포당했을지도 모른다. 극을 이끌어가는 짐(로버트 레드퍼드 분)은 짐의 기사로 말미암아 언론의 먹잇감이 되어 하루아침에 변호사에서 도망자로 전락한다.

세월의 풍상을 겪으며 사람은 자신의 가치관을 일부 수정하거나 바꾸기도 한다. 그럼에도 영화 속 샤론은 젊은 날에 견지한 자신의 가치관을 예나 지금이나 굳건히 지지하고 간직한다. 짐과 긴밀한 관계에 놓인 미미(줄리 크리스티 분) 역시 샤론의 가치관의 연장선에 놓여있기는 마찬가지다.

세상을 바꿀 수만 있다면 생명은 일부 희생되어도 좋다는 목적 지상주의적인 사고관은 유독 여성 캐릭터인 미미와 샤론을 통해 드러난다. 사람을 죽였다는 주홍글씨가 반평생을 그림자처럼 쫓아다니지만, 살인이라는 주홍글씨를 달지 않아도 되는 시간으로 다시금 되돌아간다고 해도 신념을 위해 똑같은 선택을 할 거라는 샤론은 굳건한 이십 대 당시의 신념이 세월의 풍상 앞에서도 녹슬지 않음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미미와 샤론의 젊은 날 누군가의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투쟁해야 했던 베트남 전쟁 반대라는 명분은 1960년대에 그치지 않고 정치가와 기업인으로 변용되어 나타난다. 투쟁의 대상은 달라져도 투쟁의 신념은 반평생이 지나도 바뀌지 않는다. 만에 하나, 정치가와 기업인이 미미에게 혹은 샤론에게 투항하고 백기를 들어 올린다면 그들은 무엇을 위해 투쟁하게 될까.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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