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을 놓고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모여 의견을 나눴다. 법의 취지와 제정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을 표했지만, 최대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만이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면 휴대폰 사업이 망할 수 있다”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우려를 표했다.

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관련 조찬간담회에는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와 제조사(삼성전자, LG전자, 팬텍), 이통사(SKT, KT, LGU+), 소비자단체(한국소비자연맹, 한국YMCA), 관련협회(한국알뜰폰통신사업자협회,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석하여 동 법안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였다.

최문기 장관은 “현재는 휴대폰 가격이 구입 장소 및 시기에 따라 200~300% 이상 차이가 나며, 고가 프리미엄폰(90~100만원) 위주로 유통돼 소비자의 통신비용이 증가하므로 중저가 단말기 사용 활성화 등을 통해 단말기 비용에 대한 국민부담을 완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관련법의 제정 필요성을 말했다. 이경재 위원장 역시 “제조업체와 이통사의 이해관계도 중요하지만 이용자가 부당하게 차별받거나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는 측면에서 과열된 단말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데 역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에서 두번째)이 5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이날 간담회에는 최근 논란이 된 '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안'(단말기 유통법)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이동통신사, 제조사, 알뜰폰 사업자,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이에 참가자들은 삼성을 제외하곤 대체로 ‘공감’ 혹은 ‘지지’한단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단체들은 법의 조속한 제정을 강조하며 ‘투명한 가격 정보 제공’과 ‘고가 프리미엄폰 위주 시장 개선’을 가장 우선시해야 할 과제로 제안했다. 한국 YMCA 관계자는 현행 단말기 시장이 “삼성의 지배력이 너무 크기 떄문에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고 있고, 노인층 등 맞는 저가폰은 사실상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삼성을 정면 비판하기도 했다.

이통사들 역시 적극적인 동의까지는 아니지만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법안 내용에 “저항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다만, 회사가 처한 상황에 따라 약간씩 동의의 결을 달리했다. 3위 사업자로 상대적으로 저가의 가격 정책을 펴고 있는 LG유플러스는 "법안에 동의한다"면서도 "경쟁 면에서 현재의 이동통신시장의 시장점유율을 고착화시키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도록 잘 집행해줄 것"을 당부했다.

반면,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는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법안에 반대하기 어려우며,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을 적극 지지하겠다”면서도 “법안의 당초 목표가 제대로 현실화될 수 있겠느냐가 중요하며,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없도록 하위규정(시행령, 고시)을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채 회장의 불명예 퇴진 이후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KT는 “법안에 대해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제조사들의 입장도 삼성을 제외하면 비슷했다. LG전자는 “기본적으로 법안에 찬성하며, 영업비밀 등의 문제는 하위규정 등 세부적인 논의를 통해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펜택 역시 “법안의 취지, 목적에 대해 지지하며 현재의 단말기 시장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데 공감하지만 세부적인 시행과정에서 제조사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고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삼성은 정부의 입장을 정면 비판하며 맞섰다. 논의에 참석한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고가 단말기 횡포의 주범으로 삼성전자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기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우려가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훈 사장은 “국내 장려금 지급율 자료가 유출되어 알려지면 글로벌 비즈니스에 심각한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제조사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문제는 기존 법 체재 내에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법 제정에 반대한단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또 이상훈 사장은 “이미 이러한 의견을 미래부에 전달했고, 좋은 대안이 도출되기를 바란다”며 미래부 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강조했다.

삼성의 이러한 입장에 대해 미래부 김주한 통신정책국장은 “제출된 자료 중 영업비밀 관련 사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호되어 대외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해당 법안에 대한 부처 간 역할 분담의 적절함 역시 “공정위와 이미 합의된 부분”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국내와 해외 간의 장려금 지급 비율이 다른 상황을 ‘차별적 문제’라고 인지하지 않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피해’라고 인식이 확인됐고,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미래부를 압박하고 있단 점이 드러남에 따라 향후 법안 처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간담회를 마치며 최 장관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법을 시행할 때 우려사항을 배려해달라는 뜻으로 이해된다”고 갈무리했지만, 삼성의 반발을 그 정도 인사말로 봉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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