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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2회 - 생사의 갈림길, 정우와 고아라를 단단하게 이어주었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3.11.30 11:54

성나정의 남편 김재준은 쓰레기일 가능성이 80%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여전히 이름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쓰레기가 아닌 해태나 칠봉이가 나정의 남편이 되면 그게 이상할 상황이 되고 말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희박한 확률에 대한 이야기 속에 그 답은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김광석의 등장, 시대를 불러오는 힘;
생과 사의 고비 속에서 그들이 터득한 가치는 사랑이라는 위대한 힘이었다

쑥쑥이가 태어나 하숙생들이 돌아가며 잠을 재우는 현실에서 이들의 생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신촌 하숙집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들의 모습 속에서 달라진 것은 소소한 개개인의 삶의 그림자들뿐이었습니다. 열심히 연애 중인 삼천포와 정대만 커플, 수없이 여자를 바꿔가는 해태, 여전히 쓰레기와 나정이만 바라보는 빙그레와 칠봉이의 모습도 그대로였습니다.

쓰레기라는 인물이 가지는 특별함이 이번 회에서는 극적이며 대단함으로 다가왔습니다. 세상에 그런 의사가 존재할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이상이었습니다. 인간적이면서도 탁월한 능력까지 가진 쓰레기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청자들도 행복하게 해줄 정도였습니다.

성동일의 친한 친구가 뇌종양으로 입원하고, 같은 병동의 환자가 퇴원을 준비하는 상황은 생과 사가 무엇인지를 다시 깨닫게 하는 중요한 상황이었습니다. 탄탄한 몸을 가졌으며 죽음과는 멀어 보이기만 하던 동일의 친구 만호는 친구 앞에서 여전히 당당하기만 합니다. 다음 달 부인과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자랑을 하는 뇌종양 친구의 즐거운 허세는 동일에게는 너무 아픈 순간들이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운동하며 절친했던 그 친구가 뇌종양으로 시한부 인생이 되었다는 사실을 동일을 차마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건강하기만 한 그 친구가 기적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는 동일의 마음은 어쩌면 시청자들도 함께 가진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하숙집을 나가 형제들이 함께 살고 있는 오피스텔로 양복을 전해 주러가는 나정이의 모습은 귀여웠습니다. 쓰레기 오빠에게 예쁜 여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나름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은 나정은 서툰 화장으로 귀신처럼 변한 자신의 모습에 절망하고 맙니다. 어쩔 수 없이 평소 모습 그대로 오피스텔을 찾은 그곳에는 쓰레기의 형만 있었습니다.

쓰레기보다 더욱 강렬한 쓰레기인 형은 정신없는 인물이었습니다. 나정이에게 농담이나 하는 그와 달리, 국가고시와 실습을 함께해야 하는 쓰레기는 나정이가 온 줄도 모르고 자동으로 소파에 누워 잠이 들어버립니다. 순간 존재감이 사라져버린 나정이가 머쓱해지는 것은 당연했습니다. 형으로 인해 잠에서 깬 쓰레기가 직접 나정이를 데려다 주는 상황이 그저 좋기만 했던 그녀는 분명 사랑에 빠진 모습이었습니다.

나정이는 그런 자신의 마음과 달리, 여전히 장난만 치는 쓰레기의 모습이 불만이었습니다. 그동안 사귀었던 쓰레기의 여자들을 열거하며 그들도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동일한 행동을 했느냐고 다그치는 나정이의 모습에 생리중이냐고 묻는 쓰레기는 역시 답답한 존재였습니다. 자주 가던 떡볶이 집에서 순대와 떡볶이를 시킨 그들의 모습은 서로 다르지만 결국 하나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었습니다.

서로 다른 입맛처럼 다른 그들이지만 티격태격하며 함께하는 그들의 모습은 곧 부부의 모습과 다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달라 더욱 애틋할 수밖에 없는 쓰레기와 나정이처럼 성균과 윤진이 역시 그런 커플이었습니다. 서태지 열성팬인 윤진이를 위해 함께 공연장을 찾는 성균이의 모습 역시 서로 다르지만 배려하며 사랑하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서태지 공연 10번을 보면 자신의 원하는 공연을 한 번 같이 봐준다는 조건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 속에 등장한 김광석은 여전히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물론 당시 공연 장면을 담은 영상 속에 등장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시대를 한 번에 잡아낸 김광석의 공연 중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은 더욱 강렬함으로 다가왔습니다.

   
 
나정이를 집에 데려다준 후 형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한 쓰레기는 실습이 끝난 후 고백하겠다고 밝힙니다. 결혼식 전에는 나정이라고 밝히지는 않았지만, 누가 들어도 그 상대가 나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쓰레기는 마음속 깊은 곳에 나정이를 품고 있었습니다.  

쓰레기의 큰 형 결혼식에 모인 이들의 모습에서도 쓰레기와 나정이의 러브라인은 단단하게 다가왔습니다. 식후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나정이를 챙기는 쓰레기의 세심함과 쓰레기의 첫사랑의 등장은 나정이를 들었다 놨다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이 되어버리고 둘의 모습만 바라보느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정이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합니다.

해태가 술자리에서 보인 행동에서 나정이 역시 남자들에게 첫사랑이 어떤 존재인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남자에게 첫사랑은 영원할 수밖에 없고, 그런 사랑은 순수하기까지 한다는 점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나정이의 마음은 아프기만 했습니다. 자신은 고백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쓰레기로 인해 어쩔 줄 몰라 하는 나정이에게 이런 모습은 답답함 그 이상이었습니다.

나정이의 불안과 달리, 형에게 고백했듯 다시 만난다 해도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 않는다는 쓰레기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헤어졌던 여친이 먼저 커피라도 한 잔 하자는 말에 단호하게 거부하는 쓰레기에게는 오직 나정이만 존재했습니다.

빙그레의 어머니가 농약을 치다 갑자기 쓰러져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는 소식에 단숨에 달려가 상황을 정리하는 쓰레기는 역시 대단한 존재였습니다. 아픈 엄마로 인해 정신 없는 빙그레 형제를 안심시키고 밥도 먹지 못한 동우에게 돈을 주며 식사부터 먼저 하라는 쓰레기는 큰 산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병실을 잡아주고 현실적인 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쓰레기의 진가는 빙그레가 간호사를 통해 듣게 됩니다.

간호사에게 자신의 어머니라고 소개하며 최선을 다해달라는 말을 남긴 쓰레기의 모습은 감동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쓰레기의 행동을 보면서 빙그레가 느끼는 감정은 더는 사랑이 아닌 존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신을 친동생처럼 생각한다는 사실에 감사와 함께 자신의 사랑이 끝났음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계를 차고 있어 더욱 친근했던 퇴원을 앞둔 환자 가족은 쓰레기에게는 아픔이었습니다. 동일의 친구와 같은 병실에 있던 그 가족은 삼풍백화점의 희생양이었습니다. 부인이 치료를 완료하고 퇴원을 앞둔 상황에서 부인과 아들을 위해 삼풍백화점에서 가장 맛있는 만두를 사러가 죽음을 맞이한 남편의 모습은 그 무엇으로도 이해될 수 없는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자신과 같은 시계를 차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도 했던 순박하고 사랑이 가득했던 가장이 부인의 퇴원을 하루 앞두고 시체로 돌아온 모습은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부인과 아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만두를 사러갔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당했던 이 슬픈 상황이 바로 삼풍백화점이라는 재난 그 자체였습니다.

   
 
F학점을 막아준 나정이를 위해 삼풍백화점에서 냉면을 먹기로 약속한 칠봉이를 위해 그곳으로 향하던 나정이는 말도 안 되는 뉴스를 접하고 맙니다. 삼풍백화점 붕괴로 천 명이 넘는 인명 피해가 있었다는 소식은 경악을 넘어서는 수준이었기 때문입니다. 울면서 현장으로 달려가던 나정이는 다행스럽게 건너편에서 웃으며 자신에게 손을 흔드는 칠봉이의 모습을 보며 한순간 감당할 수 없는 고마움에 펑펑 울고 맙니다.

살아 있어줘서 고마운 친구에 대한 나정이의 모습과 삼풍백화점 붕괴 소식과 함께 모든 이들에게 안부를 묻는 삐삐 소리는 당시의 참혹함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가장 강렬하게 전달하는 방법이었습니다. 나정이가 걱정되어 안부를 묻는 해태와 성균, 윤진이의 울먹이는 모습 속에서 당시 그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이들에게는 동일한 감정으로 다가올 수밖에는 없었을 듯합니다.

마지막으로 웃는 모습을 보고 광주 원정 경기를 갔던 동일은 죽어버린 친구 앞에서 그 친구가 그토록 먹고 싶어 했던 떡을 던지며 통곡합니다. 사나이들이 보여줄 수 있는 그 강렬함은 그 무엇으로 설명되지 않은 진한 감동이었습니다. 기적이란 1명을 위해 9천9백9십9명이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현실 속에서 그 행운은 나정이의 몫이었습니다.

동일의 친구에게도 퇴원하는 부인을 위해 만두를 사러갔던 가장에게도 기적은 외면했지만, 나정이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잊었을 것이라 확신했던 나정이에게 반가운 전화가 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집밖으로 나선 나정이는 자신을 찾아와준 쓰레기와 손을 잡고 데이트를 나갑니다. '우리에게 일어날 기적'은 그렇게 쓰레기와 나정이에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보면 나정이와 쓰레기의 관계가 갑자기 무너질 이유는 없을 듯합니다. 단단하게 채워진 그들의 관계가 무너진다면 그게 더 이상할 정도라는 점에서 나정이의 남편은 쓰레기일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첫 회 남편의 전화를 받고 길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서 출발한다는 점에서도 쓰레기가 나정이의 남편일 수밖에 없음을 12회에서 잘 보여주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그 시대를 이렇게 극적이고 흥미롭게 담아낼 수 있었다는 것은 기적과도 같습니다. 이제는 고인이 된 김광석을 불러와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시대적 현상을 그대로 담아낸 제작진, 병실의 혼란스러움을 당대 최고의 감독으로 세계를 휘어잡았던 왕가위의 방식으로 영상을 편집하는 센스까지 보여준 <응답하라 1994>는 역시 걸작이었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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