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해 미래창조과학부(장관 최문기)가 아직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UHD 방송을 위해선 해당 대역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지상파 방송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 6일 ‘2013 디지털 방송 컨퍼런스’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한 지상파 4사(KBS, MBC, SBS, EBS) 단일안 ‘국민행복 700플랜’을 공개했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28일 재차 ‘국민행복 700플랜’ 토론회를 열어 700MHz를 할당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발제에 나선 계명대 법경대학 최우정 교수는 700MHz를 방송에 할당하는 것은 “헌법적 명령”이라고까지 규정했다.

최 교수는 주파수 할당 문제는 “주파수의 가장 본질적인 기능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여야 하고, 주파수 할당 문제가 효율성의 문제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인지는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며 “주파수는 사회적 공공재이며 따라서 효율성이 아닌 정당성의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의 이런 관점은 주파수 활용에 산업적, 경제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통신사의 프레임에 방송이 말려들어 주파수를 방송이 활용할 경우에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를 강조할 것이 아니라 ‘정당성’이라고 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최 교수는 방송을 위한 700MHz 배정의 정당성을 ‘△법적인 측면 △경제적인 측면 △사회적인 측면’에서 정리했다. 우선, 법적으로 최 교수는 700MHz가 “유휴주파수가 아니라 방송의 존속 및 발전보장을 위해 사용되어야 하는 사회적 공공재”라고 규정하며 “사회적 통합기능을 수행하는 방송의 미래를 위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방송의 신 유형을 제대로 전파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런 상황에서 700MHz 대역 주파수는 “헌법적 명령에 구속되어야 하는 사회적 공공재”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최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주장하고 있는 ‘창조경제’ 측면에서 보더라도 700MHz를 방송에게 배정하는 것이 합당하고,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 ‘지역 균형 발전’, ‘지역의 세계화’ 등 사회적 측면에서도 700MHz는 방송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700MHz 주파수 활용 방안에 대한 지상파 방송의 관심은 '의무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SBS가 보도한 '국민행복 700플랜' 토론회 뉴스 화면 캡처.

시청자 복지 측면에서 700MHz 활용 방안을 발제한 상지대 김경환 교수는 “지상파 방송이 갖는 가장 큰 특징은 무료의 보편적 서비스라는 점”이라며 “방송 기술의 발전을 통한 사회 소외계층의 정보격차 해소와 사회 안전망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방송용 주파수 할당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의 시청자복지는 국민들이 다양한 방송서비스를 경제적 격차나 지역적 격차, 기술적 격차에 구애 받지 않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구현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론자들 역시 700MHz 대역 주파수의 방송사용이 정당하단 점을 주로 역설했다. 석원혁 MBC 디지털본부장은 “주파수 활용에 있어 지상파는 시청자를 기반으로 하는 공익성을 보는 것이고 통신사는 가입자 기반으로 수익성, 즉 ARPU를 보는 것”이라며 “똑같은 주파수를 가지고 수익 증대 수단으로 사용할 것인지 국민 복지와 시청자 복지 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광호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통신사들은 주파수 부족을 말하지만 현재 상황을 보면 이미 할당된 것도 다 제대로 쓰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행 주파수를 적절히 조절해서 쓰면 방송용 주파수 배분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종관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은 “주파수 활용에 있어 방송용은 선이고, 통신용은 악이라는 이분법적 전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만, 방송용 주파수 활용은 공공 정책 측면의 당위인데 방송사들이 이를 자꾸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고 비판하며 “이럴 경우 광고 시장의 축소 속에서 주파수 활용에 필요한 8조원의 재원을 방송사들이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해 회의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시작하기 위해선 700MHz 대역 주파수를 할당 받는 것밖엔 방법이 없다.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이 UHD 방송을 하지 못하더라도 유료 방송을 통해서 해당 서비스를 구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단 점에서 약점이 있다. 하지만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의 직접 수신율이 13% 안팎 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상파가 꼭 해야 한다는 당위는 떨어진다고 반박한다. 통신사들은 세계적인 추세와 효율적 이용을 강조하며 그 대역을 전부 통신용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안팎의 도전과 위기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700MHz를 ‘획득’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이 ‘프리미엄 서비스가 아닌 보편적 서비스’라고 주장하지만 지상파 4사의 단일안을 보면 ‘차세대 방송’의 산업적 측면이 강조된데 비해 난시청 해소 등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기획은 다소 간과된 측면도 보인다.

더욱이 최근 지상파 뉴스의 퇴행으로 지상파 방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공감이 형편없이 낮아지고 있단 점도 불리한 요소이다. 정부가 사실상 유료방송 중심의 UHD 계획안을 갖고 지상파 방송에겐 ‘다른 것’을 주려는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 슬로건을 딴 ‘국민행복 700플랜’이 순항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방송 관계자가 던지 "이에 왜 국민행복 플랜이냐, 아직까지는 지상파 행복 플랜이지"라는 농담이 계속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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