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탄광촌의 한 소년이 발레리노가 되어 백조의 호수를 공연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11월 26일 방영된 <감자별2013QR3(이하 감자별)>에서, 여주인공 나진아 역시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처럼 무대 중앙을 향해 도약하며 시트콤은 끝이 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3년의 나진아는 자신의 꿈을 이룬 발레리노가 아니다. 클럽으로 간 21세기의 '빌리 엘리어트' 나진아는 그래서 더 애잔하다.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나진아의 아버지는 삽자루를 타고 놀던 시절의 아이디어를 살려 (주)콩콩의 오늘을 만든 견인차 역할을 한 사람이다. 하지만 나진아의 아버지는 토사구팽의 처지였다. 먹고 살 걱정 없이 해주겠다는 장담은 겨우 1년에 쌀 한 푸대로 돌아왔고, 길거리에 나앉게 된 나진아와 그의 엄마에게 베풀어준 온정이란 게 냉기가 도는 차고요, 노수동네 집 가정부이다.
빌리의 아버지이건 나진아의 아버지이건, 영국과 한국이라는 국적과 상관없이, 그들의 청춘과 아이디어와 노동을 곶감 빼먹듯 한 후 나머지는 당신이 알아서 하라는 식의 처분은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그들 자녀들은 가난을 대물림한다.
나진아는 자신의 이름이 불린 무대를 향해 도발적 표정을 짓고 달려 나간다. 하지만, 나진아의 경우 빌리처럼 꿈을 이루기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섹시댄스대회 상금을 위해 나진아는 영화 속 빌리와 같은 혹독한 댄스 수업에 불철주야 매달린다. <감자별>은 빌리 엘리어트을 빌어었으되, 빌리가 꿈을 향해 매진하는 상황을 섹시댄스대회 출전이라는 상황으로 비틈으로써 21세기 청춘의 고달픔을 극대화시킨다.
하루아침에 노수동네 아들이 되어버린 홍버그 준혁이도 아버지가 준 '골드카드'로 나진아에게 꽃등심을 살 정도가 되었지만, 나진아에겐 그저 얻어먹으며 민망해할 자유만이 있다. 자신의 꿈은 아버지 같은 멋진 아이디어를 내서 (주)콩콩의 일원이 되겠다는 것이지만, 현실은 회사가 '인턴'이란 이름으로 그의 노동을 날로 먹고 있을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진아가 비상할 수 있는 곳은, 불가능하다 여겨지는 클럽에서의 섹시댄스대회이다. 나진아는 그저 돈 300만 원을 잡기 위해 날아오른다. 이것이 2013 대한민국 청춘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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