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위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현행법의 절차를 지키지 않아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고발된 가운데 KT의 위성 사업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었던 실무 책임자가 무궁화 2호, 3호를 헐값에 인수한 ABS(Asia Broadcast Satellite)사로 이직한 것으로 밝혀졌다.

KT에서 위성사업을 담당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KT위성사업단의 김원철 박사는 무궁화 3호 매각 과정에서 ABS사로 이직했다. 이 관계자는 “김원철 박사가 당시 KT의 위성사업 실무를 총괄했는데 갑자기 ABS사 부사장으로 이직했다”면서 “이직한 이후에도 ABS 측 부사장 자격으로 KT와 위성 매각을 진행했다”고 털어놓았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김원철 박사는 KT쪽에서 위성 매각과 관련한 실무를 진행하며 매각 서류 작성 업무를 마지막까지 관여하다 돌연 ABS사로 이직해 매각 계약 당시에는 ABS의 부사장으로 등장했다고 한다.

김원철 박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소재 버클리대학에서 인공위성 재료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재원이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원철 박사는 국내 최초 방송통신위성인 무궁화 1호부터 무궁화 6호 위성의 개발까지 총괄했다.

▲ 김원철 박사의 위성사업 관련 발언을 보도한 한국일보의 2009년 11월 12일자 기사.

당시 김원철 박사를 인터뷰 한 언론 보도를 보면 김 박사는 당시 무궁화 2호 위성을 ABS사에 매각한 것에 대해 “국내 최초의 위성 매각 사례”라면서 “관제 및 운용을 KT가 대행하고 있으니 이중의 돈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김원철 박사는 위성 매각뿐만 아니라 당시까지 국내외를 망라한 위성 관련 컨설팅 사업 전반을 담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에서 김원철 박사는 “위성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 과정을 감독하는 감리”라며 “무궁화 1호부터 6호까지 모두 감리했기 때문에 관련 경험이 컨설팅의 중요 자산”이라고 발언했다.

위성 매각이 KT입장에서 ‘이중의 돈벌이’라고 홍보하며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했던 이가 돌연 회사를 이직한 이유가 무엇인지 석연치 않은 가운데 김 박사 외에도 당시 위성 매각 사업을 주도했던 본부장과 책임 연구원 역시 현재 KT에 근무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위성 매각을 담당했던 실무 책임자급 인사들이 사실상 모두 회사를 떠난 셈이다.

이에 대해 KT 위성사업 관계자는 “당시 위성매각 사업은 위성사업본부 인원들 중에서도 극히 제한적인 5, 6명 정도만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서 “ABS사로 이직한 것 외에도 석연찮은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사람도 있는데, 위성매각을 둘러싸고 지난 2010년 가치경영실에서 감사가 지적되기도 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계약 조건의 균형이 달성되지 않고, 매각 금액 산출이 불합리해 회사 내부에서도 문제 제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위성 관련 핵심 인력이 매각 계약 기간 중 매각사로 이직한 상황은 KT의 위성사업 전반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KT의 위성 사업을 총괄하는 KT SAT의 김영택 사장은 지난 4일 열렸던 기자회견에서 “ABS사로 이직한 직원이 있느냐”는 질문에 머뭇거리다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위성 매각의 담당자가 아니었으며, 정상적인 스카우트 과정을 통해 이직했다”고 말했던바 있다. 그러나 위성 사업을 총괄했던 김원철 박사를 과연 ‘담당자가 아니다’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위성 매각 협상이 한창인 와중에 그 서류 작성에까지 참여했던 이가 이직한 것이 ‘정상적인 과정’인지는 이제부터 따져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