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보다 통신의 전기통신사업법을 기준으로 삼는 법 적용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현상으로 보이지만, 방송 고유 영역에 대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으로 여겨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지난 23일 방통위원회는 IPTV 사업법의 '허가 신고 등록 승인에 관한 고시안'을 전기통신사업법을 준용해 의결했다. 이날 결정된 고시안은 IPTV제공 사업자의 허가와 콘텐츠 제공 사업자 승인에 필요한 심사기준을 "심사사항별로 100분의 60 이상, 총점의 100분의 70 이상"으로 결정했다.

▲ '21차 방통위 전체회의 결과 대변인 브리핑' 내용

'심사사항별로 100분의 60 이상'이라는 대목은 방송법 상에서는 적용되지 않던 생소한 기준으로, 일종의 ‘과락’에 해당한다. 어느 항목이라도 일정 정도의 기준을 넘지 못하면 사업자 허가 또는 승인에서 제외된다는 뜻이다.

이는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고시 제13조 1항에서 명시하고 있는 "5개 심사사항 모두에 대해 적격으로 판정(5개 심사사항별로 100점 만점 기준으로 60점 이상, 전체평균 70점 이상)받아야만 2차 심사대상이 된다"는 조항을 IPTV사업법 고시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 동안 옛 방송위가 맡아온 방송법에 따른 사업자 허가 추천과정에서 '과락'이라는 심사기준은 포함되지 않았다. 실패로 끝난 지난 2006년 첫 경인지역민방 사업자 허가 추천 당시, 참여 사업자들이 '과락'이 아니라 ' 1000점 만점에 총점 650점 이상'이라는 심사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새로운 공모 절차가 진행되기도 했다.

"IPTV가 방송이냐 통신이냐"는 논란이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간을 둔 법 적용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방통위는 이번 고시안 결정의 근거로 내세운 것이 IPTV사업자법과 방송법 제10조 제1항인 콘텐츠 사업자 승인 조항이다. 그러나 정작 핵심이 될 '심사 기준'은 결국 '전기통신사업법'을 기준으로 했다.

향후 '과락'이라는 심사기준 적용이 IPTV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방송법 시행령은 지상파방송사업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중계유선사업자의 허가에 필요한 구체적인 절차 및 방법을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을 따르도록 정하고 있지만 총점에 따른 심사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IPTV시행령에서의 '대기업 기준적용'이 이번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연동됐듯이, IPTV 사업자 승인 허가 심사기준이 다른 방송사업자 허가에서 적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즉 IPTV사업자 승인 허가 심사기준이 향후 방송법 개정에 있어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번 IPTV사업자 승인 허가의 심사기준은 여느 방송사업자들의 재허가 심사 기준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기준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방송사업자의 허가 및 재허가권을 쥐고 있는 방통위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락'이라는 심사기준은 통신에 국한되는 특수성에 기인하며 방송서비스에 대한 적용은 무리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는 "단순한 전송사업자면 몰라도 여러 가지 가치 평가 사슬이 복잡한 방송서비스에 과락 개념을 적용하는 것으로 곤란하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최 교수는 "이전 방송사업자 재허가 심사 과정에서 과락 개념을 도입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총점 개념이 중심이었으며 조건을 붙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도록 해왔다”면서 “과락 개념 도입은 사업 희망자의 도전권을 제한하는 것이므로 자유롭게 열어놓고 시장에서 경쟁하는 방향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는 통신사업자 허가 승인 심사기준인 '과락 기준'에 대해 “통신 쪽에서 신규서비스 도입 시, 서비스의 안정적 제공을 고려해 '과락'이라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방통위는 IPTV 제공사업의 최초 허가 신청 기간을 오는 8월 11일에서 18일로 정했으며, 콘텐츠사업에 대한 신고 등록 승인은 고시 시행 후 신청받기로 했다. IPTV의 보도, 홈쇼핑, 종합편성 채널 사업 등은 모두 방통위 승인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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