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야권은 정부가 특정 의도를 갖고 지나치게 성급하게 일을 진행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당연한 조치라며 정부 방침을 두둔하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에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을 언급하며 “불행한 일이고,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순방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미리 준비됐던 것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에 대해 “우리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기도 하지만 국제적으로도 사례가 극히 드문 만큼 매우 신중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종북 배격하지만 정당 해산은 신중히 해야”

김한길 대표는 “정부는 이번 국무회의 상정이나 처리 과정에서 조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정당의 해산은 헌법가치와 정당의 실제적인 역사에 기초해서 엄정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길 대표는 “보편적 가치인 사상의 자유가 침해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한길 대표는 통합진보당 측에 대한 쓴소리도 내놓았다. 김한길 대표는 “통합진보당도 이번 기회에 당의 목적과 활동에 대해서 국민 앞에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북한식 사회주의 정권 수립을 추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자리에서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도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청구가 종북세력의 척결을 위한 정부의 정당한 결정이었는지, 아니면 마녀사냥식 정치공작의 소산이었는지를 헌법재판소가 그 어떠한 정치적 편견도 없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해줄 것을 기대하며 지켜볼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시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남과 북의 체제 대결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이념으로 하는 대한민국의 압도적 우위는 이미 명백하게 확인되고 증명된 사실”이라며 “ 민주당은 종북세력을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병헌 원내대표는 “마찬가지로 종북척결을 정치공작의 수단으로 삼으려는 세력의 준동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영길 “통진당 강령 문제삼는 것은 진보적 입장 허용할 수 없다는 것”

▲ 권영길 민주노동당 초대 대표. (연합뉴스)
민주노동당의 초대 대표를 지낸 권영길 전 의원도 같은 날 입장을 내고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에 대한 분명한 반대를 표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통합진보당의 강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지키고, 노동자 농민의 생존권을 위해 싸웠으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생을 바쳐온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온 바를 담고 있다”며 “통합진보당의 강령을 정당해산의 이유라고 말하는 정부의 주장은 사실상, 진보성향의 정치적 입장을 허용할 수 없다는 박근혜 정부의 편향된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잘못된 정치적 입장, 정치적 활동에 대한 심판은 국민의 몫”이라며 “국민의 엄정한 판단에 앞서 행정부가 함부로 나서는 것은, 국민의 정치적 선택의 권능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권영길 전 의원은 “유권자의 표를 얻지 못하면 정당은 생존할 수 없다”면서 “몇몇 정당은 선거를 통해 집권하거나 의석을 얻었지만, 수많은 정당들이 표를 얻지 못해 해산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2007년 권영길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기점으로 민주노동당을 탈당한 세력이 결성한 진보신당은 2012년 총선에서 전국득표율 2%를 얻지 못해 등록 취소된 바 있다.

새누리당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수호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 불가피”

반면 새누리당은 대한민국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통합진보당 해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같은 날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우리 헌법은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는 세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한 방어적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이번 심판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적 기본질서 안에서 대한민국을 지켜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우여 대표는 “서독의 경우 국가 존립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정당과 단체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는 안보법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독일은 1951년 사회주의제국당과 1956년 독일공산당을 해산했고, 통일 이후에도 자유독일노동당, 민주연맹 등의 정당 자격을 박탈하며 위협 요소를 발본색원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자리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세력을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 다시는 발을 못 붙이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면서 “진보와 사상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위장해 사회 곳곳에 뿌리를 내리는 종북세력은 이미 대한민국 정당으로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그동안 통진당은 북한의 핵실험과 정전협정 폐기선언, 북한의 3대 세습 등에 북한을 옹호해왔고 이석기 의원의 국가전복 내란음모 혐의로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행위의 정점을 찍었다”면서 “정당 해산 심판청구와 별개로 이석기 의원과 보좌진에 대한 세비, 자료요구권 등을 제한하는 법안을 여야 공동으로 금명간 제출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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