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주제작물에 대해, 방송사들이 일방적인 저작권 포기 계약서를 제시하는 등 불공정거래실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공영방송 KBS 역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모든 권리를 갖는 계약서를 쓰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KBS는 민형사상에 대한 책임은 외주제작사에 떠넘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참여연대가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총 48명의 제작사 대표 및 독립PD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공개했다. 그 결과, 외주제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91.7% 방송사가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외주제작사가 소유하는 경우는 6.3%, 공동소유는 2.1%에 불과했다.

방송사들, 슈퍼갑 지위 이용해 ‘저작권’ 챙겨

▲ 참여연대 설문조사 결과를 그래프로 나타낸 것
문제는 이 같은 저작권 방송사 소유가 방송사라는 ‘슈퍼갑’ 지위에 의한다는 점이다. 저작권 소유 결정 방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들 81.3%가 ‘방송사의 일방적인 저작권 포기 계약서 제시’고 답했다. ‘방송사와의 상호 합의’는 16.7%에 그쳤다. 저작권이 방송사 소유로 되면서 외주제작사들은 정작 재방송에 대한 권리도 챙길 수 없었다. 실제 이날 설문조사에서 방송사 97.9%가 해당 외주제작사에 재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주제작사 대표와 독립PD들은 외주로 제작된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저작권과 관련해 66%가 ‘방송사와 제작사 공동소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 ‘제작사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은 33.3%였으며 방송사에 있어야 한다는 응답은 0%였다.

외주제작 ‘불공정’ 사례로 빈번하게 지적받고 있는 방송사와의 계약 시점과 결제 방식에 있어서도 문제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 제작 과정에서 방송사로부터 계약서를 송부 받는 시점’을 묻는 질문에 외주제작사와 독립PD들 45.8%가 “제작 시작 이후에 송부받는다”고 응답했으며, “제작 이전”이라는 응답은 8.3%에 그쳤다. ‘방송사의 결제방식’에 대해서도 ‘제작비가 삭감된다’는 응답이 62.5%, ‘후불정산 된다’ 37.5%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응답자들은 “방송사의 방송시간 변경으로 대금 지급이 수개월 지연된다”, “사전에 구두로 약속한 제작비를 계약 체결시에는 일방적으로 삭감한다”, “추가 제작비가 들어가는 변경을 요구하면서 제작비는 동일하게 지급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응답자들은 외주제작 과정에서 나타나는 고충으로 “너무 낮은 제작단가와 제작기간”, “일방적인 내용 변경 요구 혹은 방송편성 변경”, “고가 장비나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작가·PD 채용 요구”, “인간적인 무례” 등을 꼽았다.

이 같은 외주제작 불공정행위 개선을 위해 이들은 ‘방통위와 공정위 등 감독·규제 기구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70.5%(복수응답 가능)로 가장 높았다. 또한 ‘외주제작업체들의 단결과 단체협상권 쟁취’(35.4%), ‘방송사 자율 노력’(14.6%) 등이 뒤를 이었다.

KBS ‘외주제작계약서’, “모든 권리 공사에 귀속…민형사상 책임은 외주업체”

유승희 의원은 이 같은 행태가 수신료를 받는 공영방송 KBS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의원이 KBS로부터 제출받은 ‘외주제작 현황자료’에 따르면, KBS는 지난 5년간 1561편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만들어 1464편의 모든 1, 2차 저작권을 소유했다. 이 중 외주업체가 단독으로 저작권을 소유한 경우는 2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의 ‘외주제작계약서’ 제8조 1항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국내 국외 권리를 포함한 모든 권리는 공사에 귀속한다”는 계약조항 때문이다. 또 외주 계약서 제14조는 “프로그램 제작 및 신규저작물의 제작에서 발생한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은 외주업체가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권한은 KBS가 가지돼 불이익은 외주제작사가 진다는 ‘불공정거래’ 정황이다.

유승희 의원은 “KBS는 모든 저작권의 권리는 다 가지면서 민형사상 책임은 외주제작사에 떠넘기고 있어 공영방송의 기본적 책무조차 망각하고 있다”며 “KBS가 상생의 방송콘텐츠 생태계를 만들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의원은 “영국의 BBC는 외주업체와의 저작권 소유가 분명하며 창작자의 권리 또한 잘 보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KBS는 외주제작사와의 계약에서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1, 2차 저작권을 소유하고도 그에 따른 저작권 수입은 2012년 기준 12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 전체 매출 1조5152억 원 중 0.1% 미만에 해당되는 수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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