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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대책위'를 넘어서자70년대 정권 맞선 21세기 시민…90년대 운동방식 한계 절감
산사람 | 승인 2008.07.18 16:44

7월17일 제헌절을 맞아 다시 촛불이 모였습니다. 청계천 광장에서 점화된 촛불은 종로로, 안국동으로, 시내 곳곳으로 번져나갔습니다. 모인 시민들은 물론이고 경찰들도 의외로 많이 모인 시민들의 대열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습니다. 안국동 명박산성에는 물대포가 등장하고 앰뷸런스의 사이렌 소리는 “명박퇴진 독재타도”의 구호를 덮으며 거리를 달렸습니다. 광우병 대책위는 시민들이 다치면 안된다고 대열을 이끌고 시내행진을 하려했지만 상당수 시민들은 이런 대책위의 지침을 따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평화시위를 이끌려는 대책위와 명박산성을 돌파하려는 시민들과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 날 대열을 거리에 남겨두고 조계사 쪽으로 빠져나가는 대책위 차량의 뒷모습은 더욱 쓸쓸하게 보여 안타까웠습니다.

   
  ▲ 7월18일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광우병대책위 관련 글 목록.  
 
광우병대책위의 목적은 그야말로 광우병소고기 수입을 막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촛불이 켜진 지 두 달 보름이 되었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합니다. 광우병대책위는 이 질겨야 이길 수 있는 지난한 싸움을 정부의 수배와 구속 등의 어려움 속에서도 질기게 이끌고 왔습니다. 그러나 두 달이 넘도록 게속되는 시민들의 저항에도 아랑곳없이 2MB는 착착 자신들의 목적달성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친 소 미친 교육 반대”로 시작한 촛불의 목소리도 운하 반대, 공기업 민영화 반대, 미친 교육 반대, 조중동 아웃, 공영방송 사수… 등으로 다양화하면서 2MB 퇴진으로 집중되고 있습니다. 조직화된 권력의 폭력과 맞서는 대중운동 지도부의 생명력은 대중의 지지에 있습니다. 대중의 지지는 대중들을 견인할 수 있는 비전과 대중들이 신뢰할 수 있는 운동방식을 제안하고 실천할 수 있는 조직적 역량을 갖추어야 획득할 수 있다는 것은 1980년대 이후 지속돼온 민주화 운동 경험에서 알고 있습니다.

이미 거리의 시민들은 “고시철회, 재협상 실시”라는 광우병소고기 수입 반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광우병 소고기 수입이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2MB로 상징되는 수구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확고히 하기 위해 한국사회의 모순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학습을 통해 알아낸 것이지요. 5월의 촛불과 7월의 촛불은 질적으로 다릅니다. 국민들은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학습을 통해 알아낸 것이지요. 그래서 조중동 아웃을 외치고 공영방송을 사수해야 한다며 KBS, MBC로 달려가 밤을 새는 것 아닐까요. 이렇게 발전한 시민들의 수준과 요구사항을 조직화하고 시민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광우병 대책위를 넘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합니다.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서정은  
 
5월의 촛불은 운동조직의 참여를 의식적으로 배척하려 했습니다. 청계광장에 모인 촛불들은 거리에서 익숙한 깃발들에게 공간을 내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보수언론의 ‘배후, 좌빨, 반미’ 등등의 공작이 작용되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5월31일 경찰의 폭력진압을 경험하면서 시민들은 과거의 운동권에게 “지금 무엇하고 있느냐”는 질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아고라에는 전대협을 찾고 한총련을 찾고 민주노총을 찾는 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20여년 만에 다시 거리에 등장한 전대협 깃발과 전대협진군가를 시민들은 환영했고 민주노총의 파업에도, 화물연대의 파업에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제까지 한국사회가 경험하지 못한 풍경들입니다. 광우병대책위를 향한 원망은 결국 학습을 통해 질적으로 발전한 시민들의 의식을 포괄하여 빤히 보이는 대한민국의 불행을 막아 줄 수 있는 새로운 운동방법과 새로운 조직에 대한 갈망일 것입니다.

세계최고의 정보화를 가장 일찍 이룬 우리국민들은 이번 촛불시위를 통해서도 세계를 또 한 번 놀래키고 있습니다. 어떤 이들은 디지털 민주주의라고도 하고 어떤 이들은 웹에서 광장으로라는 말로 이 놀라움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어려운 집단지성이 이뤄내는 놀라운 정보력과 학습력에서 비롯됩니다. 집단지성 앞에서 조중동과 보수언론의 프로파간다는 먹히지 않습니다. 오히려 집단지성 앞에서 처참하게 발가벗겨질 뿐입니다.

   
  ▲ '공영방송 장악 안돼'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방통위원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촛불소녀' ⓒ서정은  
 
지도부가 없어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시민들의 저항은 찬탄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러한 유연함만으로 2MB로 대표되는 한국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이 없기에 경찰의 폭력적 대응에 맞서서 폭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주장과 일부 행동에 대해 또 보수언론들은 폭력시위 운운하면서 시민사회를 분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그 목표가 무엇인지 미루어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습니다.

1970년대식 정부에 맞선 21세기 시민들을 1990년대식 운동방식으로 이끌 수 없습니다. 두 달 넘게 이어 온 촛불의 동력은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창의력, 그리고 2MB의 본질을 직시할 수 있는 시민들의 학습력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조직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촛불당을 만들어 정치세력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아고라일보를 만들어 정권의 언론장악에 맞서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런 요구들은 하나같이 조직화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말들입니다. 이는 광우병대책위의 한계를 입증하는 요구이기도 합니다.

지속되는 촛불시위는 정권에 대한 저항이면서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시민들의 경고이기도 합니다. 아고라에선 이명박이나 광우병대책위나 말이 안 통하기는 마찬가지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질긴 놈이 이긴다고 합니다. 더 질겨지기 위해서 21세기 시민들은 21세기에 걸맞은 조직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조직의 대안은 이미 성숙된 시민들의 집단지성에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민주주의는 한 판 승부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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