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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 '씨'도 불편한 '의원님'에게 도다리라뇨![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3.10.08 14:36

10월 7일 방영된 <적과의 동침>은 아예 부제를 '도다리의 역습'이라고 붙여 놓고 시작했다. 도다리라니? 이른바, 사람들이 좋아하는 광어가 되기를 원하는, 도다리, 즉, 국회의원이지만 지명도가 떨어지는 의원들이 출연했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방송의 초반, 상당한 시간을 들인 소개 부분에서도 바로 이 지점,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지점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소개의 방식은 사실 여타 예능 프로그램이랑 동일하다. <라디오 스타>에서, 김구라는 지명도가 떨어지는 출연자가 등장하면 대놓고, '인지도가 떨어지는' 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적과의 동침>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 여야의 거물급 정치인인 김무성, 박지원이 출연한 거에 비해, 과연 사람들이 잘 모르는 다수의 의원들과 함께 하는 방송이 재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말을 김구라는 잊지 않았다.

   
▲ JTBC 적과의 동침 4회 방송화면 캡쳐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예능인 <적과의 동침>에 출연한 이유가 인지도의 상승이 목표라는 점에서 연예인들과 다르지 않았다. 박민식 의원은 전과는 다르게 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알아본다며 얼굴에 화색이 돈다. 박인숙 의원은 대놓고 사람들이 동네 아줌마랑 구별을 못한다면서 이번 기회에 자신을 알리고 싶다며 속내를 털어 놓는다. 예능 프로그램 출연 한 번에 인지도 상승을 노리는 목표라는 점에서, 연예인과 정치인의 모양새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적과의 동침>에 출연한 게스트들이, 그저 우리가 그들을 보고 웃고 즐길 수 없는 국회의원이라는 사실은 방송 중 곧 드러난다.

예능 코치로 함께 한 가수 솔비가 이미 <적과의 동침>을 통해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으로 거의 고정이 되다시피한 김성태 의원에게 '김성태 씨'라고 할 때, 굳어지는 그의 얼굴에서 이것이 여느 예능 프로그램이 아님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지난 주 김무성 의원 앞에서 갖은 애교를 부리고, 웃긴 춤도 불사하던 그가, 자신을 '의원님'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자신을 모르는 다른 연예인에게 불편함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자, 옆에 있는 김흥국이 해명이랍시고 한다는 말이,' '씨'라고 부르면 낙선한 거 같잖아, '의원님'이라고 불러야지'. 하자, 여기저기서 맞단 호응이 나온다. '의원님'이란다.

<적과의 동침>은 호시탐탐 이 프로그램이, 정치인을 욕받이로 쓰는 프로그램이라고 밝힌다. 즉, 자신들은 국회의원을 데려다 놓고, 그들을 희화화하며 마음껏 물고 뜯고 즐기며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치의 '정' 자도 모르는 연예인들을 연예 코치라며 합류시켜 말도 되지 않는 고양이 애교를 시키고, 우스꽝스런 게임을 하게 만들고,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단어들을 맞추지 못하면 면박을 주는 것으로 국민들의 속을 풀어주었다고 자부하는 듯하다. 심지어, 이미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들을, 한참 의정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도다리'라 거침없이 취급하는 것으로, 그들이 만만하게 다루었다고 자평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런 <적과의 동침>의 시도가 딜레마인 것이 불과 4회 만에 드러나고 있다. 같은 당 형님 앞에선 순한 양과도 같았던, 구르라면 구르기라도 할 것 같은 의원이, 다른 연예인 게스트 앞에서는 고압적인 얼굴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연히 자신은 '의원님'이어야 한다며 헛기침을 한다. '가왕' 조용필을 우리는 조용필 가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얼굴도 잘 알지 못하는 국회의원은 여전히 '나으리'이다.

정치인 예능을 만만하게 생각했던 딜레마는 4회에 바뀐 프로그램의 내용에서도 드러난다. 그간 어지간히 정치인 예능에 대한 혹독한 평가에 노심초사했는지, 프로그램 초반 <적과의 동침>은 이 프로그램을 향한 대중의 여론이 다양하다는 점을 여러 번 강조했다. 진짜 다양했다면 굳이 그렇게 해명할 필요가 없을 텐데 말이다.

거기에 덧붙여, 유치한 게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듯, 성격을 바꾸어, 상대방 지지자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10개의 문항을 맞추기 게임을 집어넣었다.

사실 이 부분은 4회간 방영되었던 <적과의 동침> 그 어떤 순간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었다. 나는 인지도가 떨어져요, 나는 재미있는 사람이예요 하던 '의원님'들이 본색을 가감 없이 드러낸 '본격 '리얼리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적과의 동침>에 대해 사람들이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이유가 무얼까? 바로 그들이 촬영장에 나와 어깨를 걸고, 친한 척을 하고, 너스레를 떨고, 심지어 춤을 추며, 저 좀 봐주세요 해도, 국회의원 배지만 달면, 국민들은 저리 가라 자신의 당리 당론에만 몰두할 사람들이며, 자신들 정당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몸싸움도 저리가라에, 힘 있는 기업과 대통령을 위해 파렴치한 발언과 법안을 만드는데 찬성표를 던질 사람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이 스튜디오에 모여, 나비넥타이를 매고, 난 연예인처럼 인지도에 목말라요 하다가, 정치와 관련된 의견들이 나오자, 숨겨진 본성을 드러내는, 불통의 정치인으로 돌아가, 그건 민주당의 의견이요, 매번 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요, 자신들은 그 어떤 정당보다도 민주적인데, 이런 의견을 이해할 수 없다는 꽉 막힌 모습을 보일 때, 정말 속이 다 시원했다. 민주당이라고 다르지 않다. 때를 만난 듯 비아냥거리는 모습도 그다지 품이 넓어보이진 않았다. 새누리당이건, 민주당이건 그간 뒤집어썼던 양의 탈을 벗어던진 늑대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적과의 동침>의 딜레마는 바로 이거다. 양인 척 하는 늑대들을 데리고, 양들의 놀이를 즐기는 것. 하지만 호시탐탐 늑대들은 자신들을 건드릴 때 마다 '으르렁, 으르렁' 거린다. '의원님'이라고 불러, 우리가 불통의 당이라고, 어디 감히 우리를! 이러면서. 이게 진짜 웃기는 거다. 어설프게 '도다리'로 치부하고, 몇 번의 면박으로 그들의 인지도나 올리는데 기여하는 게 본래의 의도가 아니라면, 진짜 국민 욕받이 방송이라면, 거침없이 그들의 가면을 벗어젖히게 만들고 국민들 앞에 본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 줄 때 <적과의 동침>의 참 재미가 생겨날 것이다.

그런데, 히히덕거리다 얼굴이나 알리고 가려고 출연했다가, 자신의 당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나오자 정색하던 의원님들이, 과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적과의 동침>이 진행된다면 계속 나오려고 할까? <적과의 동침>의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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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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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머를 유머로 봐야지 2013-10-14 17:53:00

    기자님 열등감은 빨리 버릴수록 좋습니다^^   삭제

    • gerg 2013-10-11 23:53:02

      기자님은 이 프로 봤는지나 궁금하네요.
      패널로 연예인, 현역의원, 전의원들이 나오는데 현역의원은 xx의원, 전의원은 xx씨라고 불리는게 프로그램의 호칭을 통일시킨거임. 프로그램내부에서도 바로 그다음에 김흥국씨가 "그러면 사람들이 이번에 떨어진줄알지"라고 말했는데 그런건 안보이셨나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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