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고라'의 '장도리' 지면 원상복귀 서명에 대한 화면 캡쳐 사진
▲ 경향신문 장도리. 2013년 8월 29일자
<경향신문>의 9월 지면개편에서 대표적인 시사만평 4컷 만화 ‘장도리’가 오피니언란에서 인물면 최하단으로 옮겨간 것을 두고 네티즌들의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경향신문>이 ‘정권 눈치보기’를 했거나 외압에 굴복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다음> 아고라의 누리꾼들은 “장도리 원상복구” 서명운동을 진행했다. 아고라에서 9월 3일에 시작된 이 서명운동은 현재 서명목표 1,000명을 달성하고 종료된 상태다.
서명서는 사회면에 있었던 ‘장도리’가 이명박 정부 당시 오피니언면으로 옮기게 된 사정도 납득하기 어려웠는데, 오피니언면에서 인물면으로 그것도 최하단에 배치시킨 것은 “만행에 가까운 편집”이라고 규탄했다.
<경향신문>의 내부 사정을 아는 관계자들은 “외압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안다”라면서 조심스레 사내 분위기를 전했다.
한 관계자는 “장도리 지면 개편에서 납득할 만한 해명이 나오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내부에서도 사측이 장도리를 부담스러워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고 말했다. 내부에선 이 조치를 다른 사설과 칼럼들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는데, 이는 '장도리'가 독자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는 <경향신문>의 대표적 콘텐츠란 사실을 고려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였다는 것이 <경향신문> 사내의 대체적인 분위기다.
또한 <경향신문> 사내외에선 '장도리'가 그 만화의 특성상 외모에 대한 희화화가 많을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대통령이다 보니 전임자에 비해서도 외모 희화화를 더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있다.
다음은 <다음> 아고라에 올라온 서명서의 전문이다.
경향 장도리를 애독하시는 분들께 부탁드립니다
경향신문은 장도리를 원상복구 시켜주시기 바랍니다.
발의: 2013년 09월 03일
마감: 2013년 09월 30일
서명목표 1000명
현재 서명인원 1098명
이명박 정부 이래 우리나라의 언론통제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버금 갈 정도의 수준이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기어이 북한 수준을 달성할 기세로 달려 가고 있습니다.
이명박의 지난 5년간의 언론통제 하에 자행되었던 이루 말 할수 없는 폭정들 속에서 그나마 한 줄기 오아시스 같은 시원함을 주었던 것이 바로 경향신문의 장도리 였다고 생각합니다.
장도리의 수많은 레전드 만평은 일일이 소개하지 않아도 아시는 분은 다 아실 것입니다.
원래 신문의 네컷 만화는 그 신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중요했기 때문에 가장 좋은 위치, 예를 들면 2면 왼쪽 귀와 같은 최고의 자리를 차지 하는 것이 상례였으나, 언론 통제 속에서도 그나마 풍자를 통해 비판을 하는 만평들이 권력자들의 눈에 맞지 않았는지, 권력의 눈치를 보는 언론사들은 만평 작가를 교체하거나, 그러지 못할 경우 만평의 위치를 옮기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장도리의 경우에도 원래 경향신문 사회면에 있었으나 전 정권 당시 오피니언 면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이 또한 납득이 어려운 결정이었습니다. 장도리 만평의 내용을 이해한다면 당연히 사회면을 차지 하는 것이 맞는데, 독자들의 의견을 주로 듣겠다는 '오피니언'면으로 옮긴 것은 그만큼 장도리의 위상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이번 9월 개편에서는 장도리를 인물면 최하단에, 그것도 일자로 배치하는 거의 만행에 가까운 편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장도리 만화는 비록 네컷이지만 그 안에 '기, 승, 전, 결'이 확실히 녹아 있는 완전체라서 아래로 내려 보면서 '과연 어떻게 '결'을 구성할지를 보는 맛이 짭짤합니다만, 이런 식의 횡렬 배치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더구나, 만평의 내용과 아무 관련도 없는 '인물면'(어제 기준 32면 중 23면)에 배치했다는 것은 편집자의 '불순한 의도'라고 밖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경향신문 사옥이 지금 '정수장학회'소유의 부지 위에 있어서 그쪽(?)의 영향을 받는 것인지, 혹은 한겨레가 당했던 것처럼 대기업 회장님이 자주 등장해서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바람에 '광고 단절'의 협박을 받은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가끔식 경향신문이 보여주는 이상한(?) 논조와 같이 권력에 아부하는 더러운 근성이 남아 있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경향신문을 구독하는 많은 독자들은 조선, 중앙, 동아의 독자들과는 분명 다른 데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언론의 암흑기 속에서 그나마 미약한 한줄기 희망을 보고자 경향신문을 찾는 독자들을 이렇게 무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과 같은 편집은 경향의 많은 독자들에게 배신감을 주기에 충분한 편집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경향신문은 당장이라도 장도리를 원 위치로 복귀시켜주길 강력히 요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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