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성폭행 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상식적으로 이 사건의 결말은 어떠해야 할까.

사회적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장애학생들을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성폭력을 행사했다면 죄질이 매우 나쁘다. 학생들을 보호해야할 교직원이 오히려 학생들에 폭력을 행사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한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학교 내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도 오랜 세월동안 성폭력 사건이 은폐되어 왔다면 해당 사회복지법인의 운영이 비정상적이라는 말. 마땅히 법인에 대한 조치도 취해졌어야 옳다.

▲ 지난 7월 1일 전남 광주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가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폭력범들의 엄중한 처벌을 사법부에 촉구하고 있다. ⓒ 광주드림

그런데 이 상식이 뒤집어졌다. 사건 발생 3년이 흐른 지금 벌어진 일이다.

가해자 풀려나고 피해자 울었다

지역에서 그 동안 이슈가 됐던 인화학교 성폭력 사건이 최근 법원의 판결로 마무리 됐다. 정확히 말하면 법원의 판결로 인해 그 동안 광주시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장애 학생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또는 성폭행한 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광주 인화학교 전 교장과 교직원이 지난 10일 모두 풀려났다. 광주고등법원이 항소심에서 인화학교 전 교장과 교직원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죄를 뉘우치고 있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다"는 것이 판결의 이유다.

1심에서 많게는 징역 5년 적게는 징역 1년 등 실형이 선고됐던 사건이다. 그 동안 인화학교 성폭력범에 대한 엄정한 처벌과 인화학교 정상화를 걸고 싸워왔던 인화학교 성폭력대책위와 서명운동에 동참했던 광주시민들은 법원의 판결에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의 윤민자 집행위원장은 "재판부가 오히려 가해자들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것 같더라"며 분개했다.

이제 장애 학생들을 성추행했던 교직원들은 손을 털고 일어서면 된다.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장애인인권연대 등 지역 사회단체들이 이 문제를 제기한 2005년 7월 이후, 3년이 지난 지금의 결론이 바로 이것이다.

법인, 법 제도 허점 사이로 거침없는 행보

그렇다면 지금의 학교는 어떻게 굴러가고 있을까. 법은 직무유기한 법인의 책임을 물을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인화학교의 우석법인은 법과 제도의 허점 사이에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왔다.

△성폭력 가해자 ㄱ씨 복직, 성폭력 사건 축소 은폐로 검찰에 고발 당했던 교사 ㅂ씨 복직. △인화학교 성폭력 대책위원회가 지목했던 부적격 교사 교감 직무대리 승진. △재단법인에 비판적이었던 교사 ㅈ씨 ㅊ씨 파면. △역시 비판적 입장이었던 ㅇ교사 등 2명에게는 각각 1개월 정직과 1개월 감봉. △학부모·동문·학생 38명 고소. △연일 계속됐던 학생들의 수업거부…

법인의 행보는 정상화와 거리가 멀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막지 못했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을 받는 사회복지법인이 교육청으로부터 운영권을 위탁 받아 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기형적 모습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교육청은 문제가 있을 경우 인화학교의 위탁교육을 취소할 수 있으나 법인 입장에서는 타격이 없다. 사립학교의 경우 위탁 취소를 하게 되면 재단의 재산이 교육청에 귀속되지만 사회복지법인은 법인에게 소유권이 있다. 때문에 `위탁취소’를 두려워하는 쪽은 오히려 교육청이 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했다.

우석법인의 경우 인화학교를 포기하더라도 현재 법인이 하고 있는 다른 사회복지사업을 하면 되는 것이다. 반면 교육청은 위탁취소를 하게 됨과 동시에 공립특수학교 신설 등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때문에 교육청은 함부로 나설 수 없었다.

광주시청이 나서서 법인의 인가취소를 할 수도 있다. 현행 사회복지법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이 공익을 해치는 행위를 한 때 법인의 인가취소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는 `사례가 없고 법률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인화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던 학생들은 결국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 떠난 그들의 교육권을 제도가 보장해줬을까? 그것도 의심스럽다. 청각장애인이 공부할 공립특수학교가 없는 탓이다.

다시 본론이다. 법과 제도는 누구 편인가. 인화학교를 떠난 학생들은 3년만의 결론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 살기좋은 나라 대한민국?

지역일간지 <광주드림>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광주드림은 한때 지역 문화잡지 <전라도닷컴>과 한몸이었으나 자본의 문제로 각각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신문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몸으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신문법 한 조항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정기간행물은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신문법 <제5조> 3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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