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기업적인 현 정부는 높은 가격의 신규 미디어 허가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디지털텔레비전 방송의 리모콘 조작만 해도 얼마나 사용이 어려운가. 방송사업자들이 보편적 방송 서비스에 대한 접근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는 법적인 강제조치가 시급하다."

15일 오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주최 포럼 <유료방송서비스 경쟁체계 본격화에 따른 보편적 서비스 안정화 방안>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친시장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나왔다.

신규매체 홍수 속 '보편적 접근권' 위한 의무장치 마련 시급

이날 발제를 맡은 김영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현재는 시장친화적인 미디어정책의 기조 속에서 기술과 산업, 서비스 등이 총체적 전환 과정에 있는 시점"이라면서 "보편적 서비스나 공익성과 같은 공적 가치는 시장에만 맡겨서는 절대 구현될 수 없다"며 "법적인 강제장치를 통해 제도적인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5일 열린 여성민우회 주최 포럼에서 김영주 언론재단 연구위원(가운데)이 '방송 영역의 보편적 서비스 확대 적용'에 대해 발제하고 있다. ⓒ 정영은
이어 김 위원은 "보편적 서비스의 경우 △'모든 국민'에게 합리적 가격으로 최소한의 기본 서비스를 제공하는 측면과 △사회적 취약계층 등 '특별한' 지원 대상자를 선정 지원한다는 두가지 측면이 모두 고려되어야 한다"며 "보편적 서비스의 개념은 공영방송의 역할 뿐 아니라 새로운 유료의 융합미디어에서 적용하는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종길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교수도 제2발제에서 "2012년으로 예정된 지상파의 디지털 방송전환은 시청자에게 상당한 무담감을 준다"면서 "방송취약층의 경우 텔레비전 이용전반에서 상당한 격차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송 교수는 "정보통신분야에서 조사되고 있는 '디지털 디바이드'를 디지털 방송에도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기획재정부 "돈없다"며 소외계층 디지털방송 지원예산 '삭감'

이어진 '현장보고'에서는 장애인단체와 노년층 모임, 이주여성단체 관계자들이 참석해 정부의 부실한 정보격차 정책에 대해 발언했다.

김철환 장애인 정보문화누리 활동가는 "정부는 장애인들의 방송서비스 이용에 대한 수화, 자막 방송 등 물리적 접근문제 등 정보민주주의 차원에서 디지털전환 과정에서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며 " 프로그램 접근을 법적으로 지원해주는 근거조차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그는 "현재 방송소외계층은 방통위가, 인터넷 관련 정보소외계층은 행안부가 이원해 담당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는 디지털 시대 정보격차 해소에 대한 장기적 안목의 정책이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 이인한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노년연구회 회원(맨 왼쪽)이 노년층의 방송접근권 보장에 대해 발언중이다. ⓒ 정영은
이인한 한국 YMCA 시청자시민운동본부 노년연구회 회원은 "노인들의 텔레비전 시청률이 젊은 층보다 훨씬 높다"면서 "정부가 계속해서 노년층 정책을 등한시 한다면 절대 국민 통합을 이루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오늘 보편적 방송서비스에 대한 논의의 장에 참여하게 된 것 자체가 감동스러울 정도"라고 밝혔다.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민들의 경제적 취약과 언어장애 실태를 예로 들면서 "한국어도 모르고 디지털 텔레비전 방송을 보기 위한 리모콘 조작 방법도 모르는 상태인데, 방송사들이 쏟아내는 다문화가정 관련 프로그램이나 베트남어 자막 등은 '그림의 떡'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또 한 대표는 "정부는 심화되고 있는 정보의 양극화 현상에도 불구하고, 영어FM 등 영어 사용이 가능한 서구출신 이주민만을 위한 방송정책을 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최근 방통위가 지상파 디지털방송전환법에서 소외계층의 디지털텔레비전 수상기 지원 등의 예산을 삭감시킨 결과를 지켜보면서, 다시 데모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냐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보편적 서비스,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복지 개념에서 중요

이어진 토론에서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헌법에는 119조 1항(자유시장경제의 원리)뿐 아니라 평등권도 있는데 요즘 지나치게 119조 1항만 강조되고 있다"면서 "경제적 민주주의 구현을 위해 평등권과 복지 차원에서 장애인과 노인, 이주노동자 등 방송 접근 소외계층에 대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최선욱 방송협회 기획팀장은 "디지털 정책 추진은 그 자체로 양극화를 부추기는 정책"이라면서 정부의 가전사업자 등 기업편향적 정책을 비판했다. 또 그는 "오는 17일 방통위가 발표할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에는 저소득층 지원 외에도 시청자지원센터와 텔레비전 설치의 지원 등등 전반적인 시청자지원 항목이 모두 빠져있다"면서 "기획재정부와의 예산조정에서 "돈없다"는 이유에서 삭감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 최근 정부의 디지털전환특별법 시행령 제정과 관련, 발언중인 최선욱 방송협회 기획팀장(맨 오른쪽) ⓒ 정영은
문효선 미디어행동 집행위원장은 "아무리 수화방송을 한들 시청자가 그 방송을 볼 수 없다는 접근성 문제가 해결이 안되면 아무 소용 없다"면서 "정부가 사업자들에게 보편적 서비스의 접근성 확보에 강한 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채 유료방송 추진과 디지털 전환을 강행한다면 '디지털 오프'운동을 벌여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을 주최한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강혜란 소장은 "고가의 IPTV 출현으로 케이블TV는 무한 경쟁에 들어갈 것"이라면서 "케이블TV 사업자들이 그동안 난시청 해소를 목적으로 제공하던 저가의 케이블TV 기본요금제를 계속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 소장은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케이블TV의 대기업 진출과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사업자 편의 봐주기'로 흘러가고 있다"며 "보편적 서비스의 문제를 사업자 자율에만 무작정 맡겨두면 사업자들은 요금경쟁과 확보경쟁 속에서 고가의 유료방송서비스 고객 유치에만 치중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강 소장은 "여성민우회 차원에서 통신서비스의 '보편적 서비스 의무화' 관련 사례를 방송서비스에 적용해, 방송사업자들에게 의무로 강제하는 법제도를 준비해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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