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 노조는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 불방사태의 배후에 길환영 KBS사장이 있다며, 조속한 방송과 함께 관계자 문책을 요구했다.

당초 KBS <추적60분>은 지난달 31일 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을 방송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방송 이틀 전인 29일,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통진당 내란음모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방송 시기가 적합하지 않다’며 방송을 1~2주 연기할 것을 제작진에게 일방 통보했다. 제작진은 이 같은 결정을 거부했지만, 백운기 국장은 진행 중인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심의실 판단을 들어 방송을 보류시켰고 결국 31일자 방송은 불방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김현석, 이하 새 노조)는 2일 오후 12시 서울 여의도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추적60분> 불방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 및 보고대회를 열었다.

▲ 새 노조는 2일 오후 12시 KBS본관 민주광장에서 '추적60분' 불방사태 규탄 긴급 기자회견 및 보고대회를 열었다. (새 노조 제공)

김현석 KBS본부장은 <추적60분> 불방사태에 대해 “국정원의 정치공작에 누가 될까봐 그런(불방시킨) 것이다. 길환영은 정권에 잘 보여서 자신의 자리를 더 확고하게 하려고만 한다”며 “<추적60분>을 불방시킨 폭거에 철저히 응징하고, 가장 이른 시간 내에 방송될 수 있도록 투쟁하며, 방송 후에도 사과할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홍기호 부본부장은 “최근 일련의 사태에서 국정원 아이템은 내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게 읽힌다. 국정원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라며 “KBS가 다루는 아이템 중 국정원 관련 아이템은 유독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을 연출한 남진현 <추적60분> PD는 “사측의 연기 요청은 못 받아들인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를 댔기 때문”이라며 “그런 걸 받아들이면 (방송 여부에 대해)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는 관례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31일 반드시 방송이 나가야 된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남진현 PD는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있는 주장, 피해자들의 주장을 균형 있게 담아내 방송 내용상의 어떤 문제도 없었다. 심의실 평가에 대해 개탄스럽게 생각한다”며 “취재할 때 많은 사람들이 아마 KBS에서 방송 못 나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번 불방으로) 그 말이 맞게 됐다. 하지만 꼭 방송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심의실, 심의규정 악용…재판 중인 사건 방송하지 말라는 내용 없어”

새 노조는 또한 같은 날 특보를 발행, <추적60분> 불방사태의 전말을 상세히 밝혔다. 새 노조는 ‘KBS의 국정원 특종 인터넷 뉴스에서 삭제 지시’, ‘<추적60분> 국정원 보도 불방사태’ 등 최근 일어난 국정원 관련 사건의 배후에 ‘길환영 사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 새 노조는 2일 오전 특보를 발행, '추적60분' 불방사태의 전말을 밝혔다. 새 노조는 최근 KBS 내부에서 연이어 발생한 국정원 관련 사건의 배후에 길환영 사장이 있으며, 불방의 근거였던 심의실의 심의내용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 노조는 “<추적60분> 불방에 대해 백운기 국장은 자신의 판단으로 보류를 제안했다고 하지만, 사장에게 방송 편성에 대해 보고하는 주간 편성회의가 끝나자마자 이 결정이 내려진 것을 볼 때 단독 결정으로 보기 힘들다”며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불거진 이후 두 달 동안 길환영 사장은 정권의 사수대 역할을 스스로 자임했다. 비겁하게 숨지만 말고 떳떳이 진실을 밝히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또한 새 노조는 “사전심의란 방송이 나가기 전 문제점을 보완하는 절차인데 편파적인 심의 몇 줄을 근거 삼아 방송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며 불방사태의 근거였던 ‘심의실의 사전심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추적60분> 심의는 30일 오후 이루어졌으며, 지난 2011년 미화 논란이 있었던 백선엽 다큐 ‘전쟁과 군인’의 책임자였던 최재호 심의위원이 심의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새 노조는 “심의규정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주의하라는 것이지 아예 방송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일개 심의위원이 심의규정을 악용해 방송 불가 의견을 내고 편성과 시사제작국은 이를 구실로 불방시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KBS스페셜> ‘어떤 인생-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편(지난해 9월 9일 방송) 방송금지 가처분이 기각됐을 당시의 판결문을 인용해, 심의실의 판단이 자의적이라는 점을 되짚었다. “형사 재판이 진행 중이라 하여 시사보도가 일체 금지된다고 볼 근거가 없는 점, 형사 재판을 담당하는 법원은 이 사건 프로그램 등 언론의 보도와 관계없이 해당 사건에 제출된 근거를 바탕으로 공정한 재판을 할 것인 점을 고려하면, 위와 같은 신청인 측의 사정만으로 이 사건 프로그램의 방영이 위법하여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추적60분> 불방사태 이후 새 노조, <추적60분> 제작진, KBS 기자협회·PD협회 등 내부 구성원뿐 아니라 언론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성명을 내어 불방사태를 강력 비판했으나, 방송 시점 및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남진현 PD는 “방송은 다 만들어져 나가기만 하면 되는 상태”라면서도 “방송 시점을 두고 내부에서 논의가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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