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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그 프로그램![뒷북TV (3)] 조기종영과 연장방송의 역사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0.12 11:15

MBC <쇼바이벌>이 6개월 만에 막을 내린다. 드라마가 아니니 ‘조기종영’이라는 표현은 딱 들어맞지 않지만, 호평을 받는 프로그램을 시청률 때문에 폐지시킨다는 맥락에서는 같은 말이다. 

이는 관행이다. 방송사 입장에서 시청률이 낮다는 것은 열심히 만든 프로그램이 반응이 나빠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의 수준이 아니다. 그만큼 광고가 적게 붙어 방송사의 수익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다. 이 ‘쩐의 전쟁’에서 제 몫을 다하지 못하면 바로 퇴출이다. 조기종영을 말한다. 반대의 희생자도 생긴다. 연장방송도 프로그램에 반드시 좋은 영향을 주는 것만은 아니다. 원래 기획을 갑작스레 바꿔야 하는 만큼 프로그램의 질이 떨어질 확률이 높아진다.

최근에는 시청자들의 시청패턴이 바뀌어 ‘시청률=반응’이라는 공식이 깨졌지만, 광고시장에서는 아직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이렇게 편성기획이 틀어지면 준비가 부족한 채 다음 프로그램이 나온다. 반응이 좋으면 다행이지만 급하게 준비한 프로그램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종영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은 반복된다.

2005년부터 조기종영 혹은 연장방송의 기록을 남겼던 프로그램을 정리해본다. 사연도 제각각이다. 찾아보니 아까웠던 프로그램이 많다.

 

   
  왼쪽 MBC <영웅시대>, 오른쪽 SBS <귀엽거나 미치거나>  

2005년

MBC <영웅시대> : 조기종영을 놓고 작가와 MBC가 갈등을 벌이다 3월 1일 70회로 막을 내렸다. 다른 드라마와 다르게 이환경 작가가 조기종영을 놓고 외압설을 제기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다. MBC는 그게 아니라 시청률 부진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애초에 100회로 기획됐지만 시청률이 낮은 바람에 광고가 잘 들어오지 않아 엄청난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는 이유다.

MBC <사랑찬가> : 조기종영을 하자 이를 환영(?)하는 분위기가 펼쳐지는 모욕을 받아야했다. 당시 민언련은 <사랑찬가>를 ‘7월의 유감방송’으로 선정하고 “조기종영은 MBC가 자초한 것이다. 출생의 비밀, 복잡한 애정관계, 극단적 선악대결 등 10년 전의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었던 진부한 내용으로 시청자들로부터 매서운 비판을 받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MBC 일일연속극 <맨발의 청춘> : 방송 석 달 만에 서둘러 막을 내렸다. 2005년 최고 인기드라마 중 하나였던 <굳세어라 금순아>와 너무 비교됐기 때문이다. <굳세어라 금순아>가 3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과 반대로 <맨발의 청춘>은 10% 아래에 맴돌았다.

SBS <세잎 클로버> : 이효리의 그해 봄은 따뜻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연기에 데뷔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으나 한 자리대 시청률에 머물고, PD가 중간에 바뀌는 일까지 벌어졌지만 효과가 없었다. 20부작이 16부작으로 줄어버렸다. 

SBS 시트콤 <혼자가 아니야> : 신동엽, 공형진, 변정수, 남상미 등 출연진은 화려했지만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예정보다 한 달 빠르게 자리에서 물러났고, <귀엽거나 미치거나>가 들어왔지만 후속 프로그램도 조기종영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SBS <귀엽거나 미치거나> : <순풍산부인과>를 만든 김병욱 PD의 작품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시청률 부진으로 일찍 막을 내렸다. 당시 이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다. 2007년에 제작한 MBC <거침없이 하이킥>정도는 아니었으나 재벌을 풍자하는 새로운 시도가 눈길을 모았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후에도 김병욱 PD가 각종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표했다.

SBS <패션70s> : 연장방송인지 조기종영인지를 알 수 없는 이상한 마무리를 지었다. <패션70s>은 결말을 놓고 방송사와 제작사의 입장이 달랐다. 제작사는 24부작으로 연기자들과 계약을 한 반면, 방송사는 30회로 계획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몇 명의 배우들이 자신의 스케줄 조정이 가능한 범위에서 연장출연에 계약했다. 방송사 입장에서는 조기종영, 제작사 입장에서는 연장방송이 된 셈이다. 결국 28부에 끝났지만 26부까지만 출연하기로 한 김민정은 드라마 안에서 이상하게 사라져버렸다.

이 밖에도 KBS <쾌걸춘향>, MBC <안녕, 프란체스카>, SBS <사랑한다 웬수야>, SBS <해변으로 가요>, SBS <돌아온 싱글>, SBS <토지> 등이 시청률에 따라 한두회 늘이거나 줄이며 마무리됐다.  

2006년

   
  MBC <늑대>. 주인공들이 촬영도중 사고를 당해 방송 4회만에 막을 내렸다.  
KBS <웃는 얼굴로 돌아보라> : 중견연기자 이혜영과 이덕화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KBS가 야심차게 준비했지만 한자리 대 시청률 앞에서는 별수 없었던 모양이다. 두 달 당겨 문을 닫았다.

MBC <늑대> : 그해 1월 가장 어이없는 이유로 조기종영 된 프로그램이다. 주연배우들이 드라마를 제작하다가 부상을 당했고, 그러면서 드라마를 계속 진행할 수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사전에 제작된 프로그램이 4회 밖에 없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생방송’과 다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 드라마의 제작여건도 공개해야 했다.

MBC <별순검> : 2005년 추석특집으로 만들어졌다가 반응이 좋아 2006년 초 정규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낮은 시청률로 방송 6회 만에 막을 내리는 기록을 세웠다. 방송사의 냉정한 판단과는 다르게 팬들의 반응은 뜨거워 결국 MBC 드라마넷을 통해 13일 부활한다.

SBS <101번째 프러포즈> : 2006년 여름부터 MBC <주몽>의 패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연기파 배우 이문식이 주인공을 맡았지만 시청자의 눈을 잡지 못했고, 마침 월드컵도 열리면서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후에 이 작품을 만들었던 PD와 작가가 <쩐의 전쟁>으로 호흡을 맞춰 인기를 얻으면서 서러움을 잊었다.

SBS <독신천하> : 이 드라마도 별다른 반응이 없자 프로야구 중계에 맞춰 14회로 마무리를 지어버렸다. 2회가 당겨지면서 드라마가 서둘러 줄거리를 마무리하는 바람에 작품성은 더 떨어졌고, 당연히 시청률은 끝까지 나빠진 오명을 기록했다.

연장방송도 있었다. 2006년은 방송사들이 골고루 연장방송의 기쁨(?)을 누렸다.

   
  위로부터 KBS <열아홉 순정>, MBC <주몽>, SBS <하늘이이여>. 시청률이 높아지자 연장방송에 들어간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KBS는 <소문난 칠공주>, <별난여자 별난남자>, <열아홉 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에 KBS는 2007년 초까지 웃으면서 시청률 표를 볼 수 있었다.

MBC는 당연히 <주몽>이다. 초기에는 출연자들의 반대도 있었지만 결국 20회 연장방송 계약에 도장을 찍었다. 아침드라마 <있을때 잘해>도 나중에는 거들었다. 아침드라마지만 20%이상의 시청률을 올리자 20회 이상 늘어나 2007년 초까지 방송됐다.

SBS <사랑과 야망>, <하늘이시여>가 대표적이다. 30회 이상씩 늘어나면서 줄거리가 한없이 길어졌다. 그나마 <사랑과 야망>은 끝까지 완성도를 잃지 않았다는 평이 나왔지만, <하늘이시여>는 어이없는 에피소드들로 하루 하루 채워지면서 인기가 높으면서도 드라마 이미지가 나쁜 이상한 프로그램으로 기록됐다.

2007년

KBS <일단뛰어> : 멜로를 배제하고 전문 경찰드라마를 만들겠다는 야심이 있었지만 실패했다. 마무리를 짓는 특별한 줄거리도 진행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막을 내렸다. 시청률 탓이다.

SBS <사랑하는 사람아> : 올 초에는 MBC <주몽>을 이길 자 아무도 없었다. 24부작으로 기획됐으나 <주몽>과 같은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4~5%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자 마감을 빠르게 당겨 버렸다. 주연 김동완 때문에 이례적으로 일본팬들이 반발하는 일도 생겼다.

SBS 드라마툰 <달려라 고등어> : 방송 8회 만에 막을 내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제작됐다는 점, 만화적 기법을 과감히 도입한 실험정신, 오디션을 통해 신인 배우 파격기용 등으로 방송초기부터 관심이 높았지만 3%대의 낮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KBS TV 소설 <그대의 풍경>도 조용히 조기종영의 철퇴를 맞았다. 10월 23일 애초에 150회에서 136회로 막을 내린다. 동시간대 방송됐던 MBC 아침드라마 <내곁에 있어>에 밀렸기 때문이다.
 
KBS <달자의 봄>, MBC <거침없이 하이킥>, <커피프린스 1호점>, SBS <외과의사 봉달희>도 시청률이 좋아 당초 계획보다 늦게까지 시청자를 만날 수 있었다.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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