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긴장감 넘치는 드라마는 황금의 제국이다. 황금의 제국 스토리는 왜 손현주가 제작발표회 때 자신 있게 4회까지만 봐달라고 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거의 숨 막히기 직전까지 가게 만드는 타이트한 긴장감과 마지막 회까지 결론을 예측하기 힘든 반전 때문이다.

하지만 극은 그렇게 단순하게 가지 않았다. 왜 최민재가 미사일신드롬처럼 악행을 쉽게 저지를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사연이 나온다. 최동성과 최동진 형제간의 알력다툼. 최동진과 그의 아들 최민재는 마부처럼 항상 궂은 일만 도맡아하고 그 열매는 최동성 일가가 가져가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 위를 밟고 올라가기 위해 최민재는 더 낮아지고 더 비열해진 것이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사람, 아내가 죽을 때 다른 여자와 결혼식을 올릴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사나이가 바로 최민재이다. 모든 것을 다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것을 다 이루고도 다 잃은 사람이 바로 최민재였다.

이 부분에서는 최동성 회장이 악당이다. 하지만 최동성 회장도 사연은 있었다. 어릴 적부터 수재였던 그는 동생인 최동진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으나 그룹을 이끌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피할 수만 있다면 잔을 피하고 싶다는 고백을 했지만 결국 그 잔은 자신이 마셔야 했다. 그의 말로는 비참했다. 그룹 회장이지만 누구보다 불안하게 살 수 밖에 없었다. 모두가, 아들마저도 자신의 자리를 탐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자신이 가장 믿고 사랑했던 아내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것도 죽음의 목전에서 말이다. 27년 동안 독을 품고 산 아내가 최동성이 가진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죽음 직전에 알게 되었다.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자신의 딸도 지키지 못하고 무력하고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었던 최동성 회장 역시 사연은 있었다.

최동성 회장을 그렇게 죽게 만든 한정희가 악당처럼 보였으나 한정희에게도 사연은 있었다. 한정희의 원래 남편은 청마건설 사장이었다. 최동성 회장이 한정희의 남편을 죽게 했고, 그때 한정희는 배성재를 임신하고 있었다. 한정희는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최동성 회장과 결혼해 복수를 꿈꾸며 배성재를 최동성 회장의 아들로 키워나가게 되었다.

최동성 회장의 딸 최서윤은 모든 것을 물려받게 된다. 장남인 최원재는 아버지의 신임을 얻지 못해 권력다툼에서 밀려났다. 최서윤은 자신의 아버지를 존경하고 사랑하던 딸이었다. 아버지가 이루어놓은 것을 지키고자 하는데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10억 달러를 손에 쥐기 위해 장태주와 결혼을 선택한 비운의 여자가 된다.

장태주는 애초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성진그룹을 향해 나아갔지만, 이젠 오로지 황금의 제국을 갖겠다는 욕망만이 남아있다. 한정희는 억울하게 죽은 남편의 복수를 위해 27년 동안 인고했다고 하지만 남편이 신고하려는 것을 신고하지 말라고 설득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것이었고, 이제는 아들 배성재의 말처럼 성진그룹을 가지려는 욕심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최민재도 마부의 아들이라 자신을 합리화시키지만 그 역시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비열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절대권력이자 절대반지인 성진그룹을 갖기 위해 펼치는 탐욕의 향연이 바로 황금의 제국이다. 그것을 그려내기 위해 모든 캐릭터에, 심지어 조폭인 조필두에게까지 사연을 만들어준 황금의 제국은 완벽한 드라마라 할 수 있다. 24부작 중 15회를 마친 지금 스토리는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과연 황금의 제국은 누구의 것이 될 것인가. 황금의 제국은 과연 바벨론처럼 무너지고 말 것인가. 월화가 기다려지게 만드는 드라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