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아웃사이더가 되지 말자

크로스핏이 그룹으로 훈련을 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매 순간순간 경쟁하는 것이야말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쟁을 통해서야 진정한 운동의 ‘강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로스핏을 이제 막 시작한 당신이라면, 건강해지기 위해 하는 운동에서 왠 경쟁,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경쟁이라고 하면 마치 대단한 운동선수들이나 하는 것처럼 느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크로스핏이 도입한 경쟁이라는 요소와 이를 통해 촉발되는 분위기는 생각보다 단순한 그러나 강력한, 바로 ‘인간은 누구나 승리하길 원한다’는 인간적 본능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이겨야 하고, 1등을 하기 위해서 기를 쓸 필요는 없다. 박스에서 훈련할 때 주위를 둘러보면, 숨이 턱까지 차오르지만 한 번이라도 더 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지’들이 보일 것이다. 당신의 경쟁 상대였던 멤버들이 마지막엔 다 그렇게 동지가 된다. 때때로 남들 보다 먼저 WOD를 끝내게 될 지도 모르는데 그럴 때는 그래서 꼭 다른 멤버들을 독려하고 응원해줘야 한다. 서로 경쟁자이면서도 동시에 동지인 멤버들과 우리는 크로스핏 박스의 커뮤니티를 이루고 하나의 동지애 속에서 움직인다.

당신의 응원은 누군가에겐 개인 기록을 세우게 만드는 힘이 될 수도 있고, 때로는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번 더 바벨을 잡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물론, 이것은 당신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모든 것을 쏟아 부은 WOD를 끝내고 쓰러져 있을 때, 잘 했다며 손바닥을 마주쳐 줄 사람은 분명 당신과 경쟁했던 박스의 멤버 중 한 사람 일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신이 크로스핏 박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더 이상은 보통 사람이 아닌 한명의 운동선수가 되며 당신을 지지하는 동지들로부터 언제나 응원을 받을 것이고, 그를 통해 이제 무엇이든 해 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란 점이다. 이러한 에너지를 다른 멤버들에게도 반드시 나누어 주도록 하자.

둘, 스스로를 극한으로 인도하라

고강도 훈련은 자신을 더 극한으로 몰아붙이는 것이고, 성장을 위한 원동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 때, 안전함과 위험함의 찰나는 그야말로 종이 한 장을 차이에 불과하다. 정확한 폼으로 리프팅 할 수 있다면, 당연히 더 무겁게, 더 빠르게, 조금 덜 쉬면서 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 나쁜 폼으로, 또는 자신에게 무리한 레벨로 WOD를 소화 해 내려고 하는 것은 물론 나쁘다. 하지만, 한 번도 극한까지 자신을 몰아 붙여보지 않는 것 역시 크로스핏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 힘들었던 훈련이라도 내일은 더 이상 힘들지 않을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꾸준히 하다보면 언제나 오늘 보다는 내일, 내일 보다는 한 달 뒤 당신의 몸은 더 많은 것들을 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WOD를 해 내려는 의지가 필요한데, 이 의지는 절대로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당신의 코치조차, 당신이 더 극한으로 자신을 밀어 붙이도록 도와주진 못한다. 모든 것은 당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아주 조금씩이다. WOD를 하는 매 순간, 아주 조금씩만이라도 자신의 한계를 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 ‘의지’가 몸이 해 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다짐하는 것부터 시작 된다는 점이다. ‘의지로 낙관하라’는 말도 있는데 이 ‘의지’의 시작을 할 수만 있다면, 짧은 기간 동안 당신의 몸과 정신이 변할 뿐 아니라, 매 WOD가 끝날 때 마다 엄청난 성취감과 승리감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장담하건데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매일 아주 조금씩, 조금씩 더 나아지는 것이다. 내일은 분명 오늘보다 건강해질 것이라 믿고 두려움 없이 도전하라.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운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WOD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빨리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셋, 가장 하기 싫은 WOD를 해라

이제 크로스핏에 적응 하다 보면, 내일 해야 할 우리 박스의 WOD가 하루 종일 궁금해지는 ‘중동의 단계’에 들어서기 마련이다. 크로스핏은 무작위적인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포함하는 피트니스를 단련하는 운동이다. 때로는 무거운 물체를 이동 시켜야 하고, 때로는 오랫동안 달리기를 해야 할 때도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이 절대로 WOD를 편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당신이 다닐 박스의 모든 WOD는 제각각 그날 단련해야 할 목표들이 있고, 이러한 것들은 끊임없이 다양하게 당신의 정신과 육체를 자극할 것이며, 시간이 지나 이러한 훈련 볼륨이 누적됨에 따라 당신의 피트니스를 어떤 것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단련하기 위한 설계를 갖고 있다. 매일 스트랭스 훈련만 할 거라면 헬스클럽이나 역도장을 가면 되고, 매일 달리기만 할 것이라면 마라톤 동호회를 가는 편이 낫다. 종합적인 신체 능력, 모든 것을 포함한 피트니스를 잊어선 안 된다. 내일 해야 할 WOD가 내가 가장 하기 싫은 것일 때, 그 날 반드시 박스로 나가야 한다. 내 피트니스의 약한 부분을 단련해 나가는 것이 바로 크로스핏이다.

넷, 자신의 몸을 아껴라

당신은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많게는 여섯 번을 고강도 운동을 하게 될 것이다. 언제나 부상의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 당신의 코치뿐만 아니라 당신 역시도 굉장히 똑똑해질 필요가 있다. 코치가 제 아무리 경험이 많고 뛰어난 지식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물론 부상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갑작스런 사고나 실수에 의한 부상을 제외 하면, 또 대부분의 부상들은 이미 예견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부상을 막기 위해선 첫째, 무엇보다 스스로의 능력에 맞는 레벨로 축소된 WOD를 해야 한다. 당연히 코치는 당신이 무게를 선택할 때, 횟수와 라운드를 결정할 때 분명 조언을 해 줄 것이다. 특히 초보자 시절에는 반드시 코치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초보 운전자가 운전에 막 재미가 들렸을 때 사고를 많이 내는 것처럼 어떤 날 당신은 분명 레벨을 조절 하는데 실패를 하기도 할 것이다.(멋모르고 Rx’d에 도전 한다던가 하는) 이러한 일이 잦을수록 잠재적인 부상의 위험은 점점 누적되어간다.

두 번째로 자신의 몸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뭔가 제대로 되고 있는 느낌이 아닌, 평소와 다른 기분이 특정 부위에 느껴진다거나 할 때, 부상은 찾아온다. 크로스핏에서 추천하는 운동 빈도는 3일 훈련 1일 휴식의 반복이다. 일주일에 적어도 두 번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은데, 언제나 자신의 컨디션을 관찰하고 무리하게 자주 운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부상은 통증이라는 신호로 몸이 반응 하게 되는데, 종종 크로스핏에 빠져든 사람들 가운데 이 신호를 그냥 무시해 버리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늘 예방하고, 부상을 이미 당했다면 쉬어야 한다. 일주일만 쉬면 계속 운동 할 수 있는 것을 일주일 더 운동 하고 싶어서 몇 달을 쉬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세 번째로 모빌리티(mobility, 유동성/가동성) 훈련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크로스핏은 언제나 관절이 허락하는 최대의 가동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동작들은 분명, 몇 년 동안 운동과 담 쌓고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던 당신의 굳은 몸을 이리저리 비틀리게 만들 것이다. 똑똑한 코치라면, 올림픽 리프팅 훈련을 할 때, 당신의 고관절과 어깨 모빌리티 훈련을 클래스 중에 포함 시킬 것이다. 키핑풀업을 연습하거나, 푸샵을 할 때 어깨가 아프다거나, 어느 날부터 스쿼트를 할 때 무릎이 아프다면, 언제나 코치에게 물어보고 방법을 알려달라고 해야 한다.

▲ 폼롤러는 훌륭한 부상방지 도구이다.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고 모빌리티를 향상시켜 주자.

다섯, 피트니스 레벨을 올려야 한다는 믿음과 목표

마지막으로, 훈련에 최선을 다 하는 만큼 회복에도 최선을 다 해야 한다. 크로스핏은 당신의 몸에 굉장한 데미지를 남긴다. 이렇게 망가진 세포 조직들은 영양과 휴식을 통해서만 재구성 될 수 있고, 다시 재구성 된다는 것은 당신의 몸이 그만큼 더 발전한다는 얘기와 같다. 하지만 운동 사이에 적절한 휴식이 없다면 칼에 베인 상처를 베고 또 베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회복을 위해서는 먼저 좋은 식습관과 충분한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일과 질 좋은 단백질, 그리고 견과류와 같은 좋은 지방을 매 식사 때마다 함께 섭취하면 좋다. 너무 늦게 잠들지 않도록 과도한 카페인이나 술은 자제해야 하고, 가능하면 8시간 이상 수면을 취해야 한다. (회복에 관한 더 자세한 내용은 필자의 이 글을 참조하면 좋겠다)

피트니스 즉, 건강함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삶을 스스로 핸들링 할 수 있는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크로스핏의 목적은 그것이다. 더 이상 크로스핏을 운동선수들이나 하는 운동처럼 오해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제 주변에서 크로스핏을 할 수 있는 박스를 찾아보자. 시작하기가 많이 망설여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금만 용기 내어 이 글을 읽고 크로스핏 박스를 찾아간다면 그곳이 어느 박스이건 간에, 그곳의 코치들과 그곳의 커뮤니티는 ‘동지’가 생겼음을 열렬히 환영하며 당신을 반길 것이다. 장담하는데, 바보 같은 코치가 아닌 이상 당신을 다치게 만들거나 다시는 크로스핏을 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들게 훈련시키는 곳은 분명, 없을 것이다. 3, 2, 1 GO!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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