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와 박하선의 첫 만남이 나름 독특했다. 다짜고짜 가슴을 움켜쥔 것이다. 소위 이준기의 나쁜손으로 미리부터 홍보를 탄 장면이다. 조폭구역 가게에서 수금을 해야 하는 이준기는 해변가 이벤트장에서 동상연기를 하는 박하선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친구를 빨리 단념시키기 위한 건달다운 무식함을 보여준다. 약간은 초면의 여자에게 다짜고짜 키스를 했던 김기덕의 나쁜남자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박하선은 상상 이상으로 맑고 괴짜인 여대생이었다. 그런 이준기를 찾아 해변을 샅샅이 뒤진다. 그리고 마침내 이준기를 만나서는 우선 뺨을 두 대 때리고는 이상한 질문을 던진다. 자신을 동상인줄 알았냐는 것이다. 어떻게든 그렇다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준기가 그렇다고 하자 환하게 웃으며 뒤를 따르던 친구들에게 지갑을 열게 했다. 이준기의 행동을 자신이 동상연기를 잘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굳게 믿었음이 틀림없다.

그렇게 해서 건달과 청순한 여대생의 사랑이 시작됐다. 영자의 전성시대 때에나 유행했을 법한 진부함도 살짝 느껴지는 관계다. 따지고 보면 연애의 시작이란 대체로 다 유치하고 진부한 법이려니 하고 넘길 문제다. 그러나 헤어지는 과정의 아픔은 조금 다르다. 이준기는 박하선을 버리면서 인간으로서의 감정도 함께 버렸고, 이후 사랑이라는 것을 생각해본 적 없는 회색인간으로 살아왔다. 반면 박하선은 혼자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이준기에 대해서는 생각도 하기 싫은 증오만 남아있다. 물론 애증일 것이다.

그런 박하선이기 때문에 약간의 우려가 든다. 잘못하면 몰입을 방해할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추적자에서 손현주의 아내 김도연은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죽음을 택했다. 좋은 연기자가 일찍 하차하게 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그로 인해 손현주에게 더욱 감정을 이입할 수 있게 됐고,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숟가락 오열신이 나올 수 있었다. 투윅스 역시 추적자 못지않은 필사의 도망 그리고 사투를 그리고 있다. 이것만으로도 벅차다.

그래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어린 딸을 살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검사 김소연과의 관계에 몰두할 수밖에는 없다. 시작하자마자 엔딩을 논하는 일은 무척 성급한 일이겠지만 앞으로 투윅스앓이에 동참하게 될 시청자들은 모두의 해피엔딩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이준기가 딸에게 골수를 이식하게는 하겠지만 이준기마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거친 짐작을 하게 된다.

투윅스는 아주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추적자도 있고, 실패했지만 천명도 얼마 전에 종영됐다. 투윅스로서는 그 익숙함은 분명 플러스 요인이라 할 수 없다. 그나마 자식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버지의 눈물겨운 몸부림은 여전히 유효한 소재라는 점이 큰 위안이다. 다만 익숙한 만큼 몰입을 위한 깔끔한 전개가 요구되는 것은 당연하다. 첫사랑 박하선이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추적자에서는 아내가 추적 도중에 죽었고, 천명에서는 미리 죽었다. 그래서 작가는 어쩌면 두 드라마와의 차별성을 위해 엄마의 존재를 강조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박하선이 맡은 역할의 무게감으로 보아 추적자의 아내처럼 일찍 죽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박하선이 할 수 있는 14일간의 이야기가 좀처럼 그려지지 않는다. 그렇게 예상할 수 없는 것을 형상화해내는 것이 작가의 능력이지만 첫사랑의 추억은 더 이상 꺼내지 않는 것을 좋을 것이다. 과거 회상을 통해 박하선이 엄마보다 첫사랑의 인상이 커진 것이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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