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이하 <라디오스타>) 출연 소식만으로 약간의 논란을 빚었던 이현도에게 <라디오스타> MC들은 시작과 함께 "물어뜯을 게 많은데 괜찮겠나?" 식으로 돌직구를 던진다. 그때까지만 해도, 논란의 게스트 이현도를 <라디오스타>에 섭외한 제작진들의 강력한 의지가 제대로 드러날 줄 알았다.
하지만 많은 시청자들이 생각하고 있던 바와 <라디오스타> 제작진과 MC들이 이현도에게 '물어뜯을 거리(?)‘는 정반대였던 것 같다.
<라디오스타>는 뮤지션으로서는 흠잡을 데 없는 이현도를 둘러싼 먹잇감을, 신정환-고영욱과의 에피소드 그리고 동료 연예인들과의 축구, 게임 등에서 보이는 이현도의 성격, 과거 가요계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던 서태지와 아이들과 듀스의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 등에 한정한다. 또한 세간의 물의를 일으켜 현재 방송에 출연이 불가한 신정환과 고영욱을 각각 Mr. S, Mr. K로 지칭, 과거 신정환과 고영욱이 <라디오스타>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 이현도와의 일화를 다시 이현도 관점에서 재해석하는 식으로 웃음을 선사한다.
1993년 고 김성재와 함께 듀스를 결성한 이래,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이현도는 뮤지션으로는 최고의 역량을 갖춘 궁극의 인물이다. 한국에 본격적으로 '뉴잭스윙' 장르를 도입, 힙합 마니아층은 물론 대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은 다수의 곡을 만들어낸 이현도는 음악계 후배들의 존경과 찬사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때문에 올해 데뷔 20년을 맞은 그를 위한 헌정무대는 전혀 손색이 없어 보인다. 어디까지나 음악으로만 봤을 때 말이다.
이번 <라디오스타>에서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지만, 오롯이 이현도의 음악적인 면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힙합, 음악 애호가 층의 충성도와 달리, 많은 네티즌에게 있어 이현도는 '아르헨도'라는 비공식적이며 다소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인물이다. 때문에 방송 초반 이현도에 대해 물어뜯을 게 많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MC들이었기에, 당사자에겐 꺼림칙하게 다가올지라도 한 번은 언급하고 그에 대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해명이라도 나올 줄 알았다. 옛날의 <라디오스타>의 컨셉에 비추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었다.
그러나 '아르헨도'가 아닌, 대한민국 힙합의 전설 이현도를 위한 후배들의 훈훈한 헌정방송 <라디오스타>의 허기를 채워준 존재는 이현도의 후배 게스트 격으로 출연한 UV의 뮤지와 하하였다. 특히 그간 유세윤에게 가려졌던 입담과 모창실력을 뽐내며 스튜디오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빛나게 한 뮤지는 <라디오스타>가 발굴한 또 하나의 예능 기대주였다.
<라디오스타>에 출연하기 이전, 지난 3일 방영된 <무한도전-여름예능캠프>에 입소한 경력이 있는 뮤지는 이번 <라디오스타>에서 드러낸 예능감을 통해, '역시 <무한도전> 게스트는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속설 혹은 <무한도전>만의 예능 사관학교 훈련의 효과를 재확인시킨다.
물 만난 고기처럼 <라디오스타>에서 콸콸 쏟아내는 언변도 일품이지만 힙합 래퍼로서도 절정의 실력을 드러낸 뮤지는, 뮤지션과 예능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조만간 집을 바꾸고픈 그의 소망에 한 발자국 다가가는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주었다.
이처럼 뮤지라는 예능계의 뉴페이스에 주목하게 하는 데는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번 방송의 메인인 이현도와 관련, 핵심이 아닌 소모적인 폭로전만 진행된 점에 있어서만큼은, 예전의 <라디오스타>가 아닌 같은 방송사에서 매주 토요일 방영하는 <세바퀴> 등 여타 토크쇼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 보인다.
명색이 이현도-듀스 특집임에도 오롯이 이현도의 이야기가 아닌, 신정환과 고영욱 그리고 김국진이 그간 가리고 싶었던 LA 나이트 클럽 사업 경력, 버벌진트 서울대만 남은 <라디오스타>. 오랜만에 시청한 <라디오스타>는 김구라의 재등장에도 불구, 내가 알던 그 라스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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