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가족여행(혹은 캠핑)이 콘셉트인 MBC <일밤-아빠! 어디가?>(이하 <아빠! 어디가?>)에는 아이들을 위해 직접 만든 아빠표 요리가 매회 등장한다. 전문 요리사가 아닌 아빠들이 만드는 만큼, <아빠! 어디가?>의 음식들은 기존 요리, 여행 프로그램을 화려하게 장식해오던 요리들과 달리 다소 투박하고도 소박한 맛이 살아있다.

6개월가량 이어진 장기여행으로 지금은 아빠들의 요리 실력도 일취월장했으나, 방송 초반만 해도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대다수 아빠들에게 음식을 만드는 미션은 다소 버거워보였다.

이러한 아빠들의 고민을 덜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라면, 햄 등 인스턴트식품이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었고, 아빠들의 첫 번째 요리대결에서 시중에 파는 짜장라면과 굵은 면발의 라면이 혼합된 김성주의 '짜파구리'가 아이들이 선정한 최고의 요리로 뽑히기도 했다. 그 후 '짜파구리'를 띄운 일등 공신 윤후는, 아빠 윤민수, 김성수-김민국 부자와 함께 N사의 짜장라면 CF모델이 되었다.

하지만 아빠들의 요리 실력에 탄력이 붙으면서 쉽고 빠르게 조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요리 대신, 아빠들이 공을 들인 음식이 아이들은 물론 시청자들에게도 각광받기 시작한다. 단순 게살 비빔밥을 넘어, 볶음밥이라는 게요리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할 정도로 어떤 요리든 뚝딱 만들어내는 성동일의 요리 실력도 최고지만, 아이들 입맛까지 고려한 윤민수의 섬세한 요리들은 <아빠! 어디가?>가 야심차게 선보인 또 하나의 흥미로운 볼거리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아들의 건강과 비주얼까지 생각한 밥케이크를 만들었지만 아들 윤후에게마저도 '짜파구리'에 외면당한 아픔을 뒤로하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진화한 윤민수의 요리세계는 일요일 저녁시간대 시청자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문(?)을 안겨준다.

게다가 윤민수가 선보이는 요리는 재료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 경양식에서 맛보았던 돈까스 소스를 응용한 모리스 닭돼면스(스파게티)를 시작으로, 마법의 카레가루로 치킨과 꽃게튀김까지 뚝딱해내는 윤민수 표 요리들은 요리에 자신 없는 시청자들에게도 음식 만들기에 도전하고픈 희망을 안겨준다.

창의적인 발상이 돋보이는 이종혁의 요리 실력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난 계곡 캠핑에서 입수 후 전의를 불태우며 아들 준수와 함께 만든 주먹밥이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이후, 28일 방송에서는 이종혁이 만든 꽃게카레 튀김 '스타크랩푸드'는 윤민수의 타이요리풍(?) '뿌빠뽕가리'와 함께 그날 방송 최고의 주인공으로 등극하기에 이른다.

<아빠! 어디가?>의 아빠표 요리들이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응을 얻는 이유는 가정에서도 쉽게 만들 수 있고 먹을 수 있는 '친근함'에 있다. 실제로 윤민수의 '카레치킨튀킴'이 방영되자마자 전국의 치킨집이 주문전화로 북새통을 이뤘다는 흐뭇한 소식이 전해질 정도로, <아빠! 어디가?>의 음식들은 더위에 지친 시청자들의 입맛까지 살리는 힘이 있다.

아빠들이 정성껏 만든 요리 자체도 맛깔스럽지만, 그걸 맛있게 먹어주는 아이들의 귀여운 '먹방'이 더하니 이보다 더 건강한 식욕을 자극하는 프로그램이 또 있을까. 지난 계곡 캠핑이 전국의 치킨집을 활짝 웃게 했다면, 이번 서해안 특집은 수많은 시청자들의 눈을 '게'로 향하게 한다.

뭘 해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에게만 의존하는 것이 아닌, '요리'라는 마성의 콘텐츠로 시선을 고정시키는 <아빠! 어디가?>. 그렇게 <아빠! 어디가?>는 우리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요소들이 어우러진 완벽한 가족 예능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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