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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사태 불러온 국내 프로배구 규정에 관한 근본적 의문[블로그와] 임재훈의 스포토픽
스포토픽 | 승인 2013.07.25 18:04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뛰던 ‘지-구 특공대’ 구자철과 지동원이 2012-2013 시즌 아우크스부르크가 1부 리그에 잔류하는 데 큰 기여를 하고 각자 소속팀인 볼프스부르크와 선덜랜드(잉글랜드)로 복귀했다. 
 
그렇다면 이들이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임대선수로 뛰던 기간은 이들의 원소속팀인 볼푸스부르크, 선덜랜드와의 계약기간에 포함될까? 포함되지 않을까? 이런 정도의 문제는 축구팬들에게는 난이도 ‘하’에 속하는 문제일 것이다. 대다수의 축구팬들은 당연히 ‘포함된다’는 정답을 말할 것이다. 
 
어찌 보면 이 같은 원칙은 축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스포츠 분야, 그리고 더 나아가 상품의 거래에 있어 당연한 이치라고도 할 수 있다. 렌터카 회사에서 고객에게 차를 빌려줬을 때 고객이 자동차를 사용하는 기간 동안 차량의 소유주가 렌터카 회사에서 고객으로 바뀌지 않고, 렌터카 회사 소속 차량으로 사용기간에 포함되는 이치와 같은 이치다. 
 
   
▲ 여자배구 거포 김연경이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배구연맹(KOVO)에서 열린 상벌위원회에 출석해 진술한 뒤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연맹 상벌위는 김연경이 FA 규정(정규리그 6시즌 출장)을 위반했으므로 임의탈퇴 공시는 적합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김연경의 이의신청을 기각했다. ⓒ연합뉴스
김연경의 소속을 놓고 친정팀인 흥국생명은 김연경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6시즌을 소화해야 함에도 4시즌만을 흥국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으므로 FA가 아닌 흥국생명 소속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김연경은 일본과 터키에 입대됐던 기간까지 합치면 6시즌 동안 흥국생명 소속 선수 자격으로 선수생활을 했으므로 FA 자격 취득 요건을 모두 완성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프로배구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KOVO)가 흥국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KOVO는 23일 "김연경이 임의탈퇴공시에 대해 KOVO 규약에 근거해 이의신청한 것에 쌍방(김연경, 흥국생명)이 제출한 해명자료, 주장 등을 근거로 오랜 시간 논의를 거친 결과 이의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KOVO 측은 "김연경은 FA 자격취득 요건인 6시즌 출장을 취득하지 못해 흥국생명과 계약을 체결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거부함으로써 연맹 FA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며 "상벌위원회는 선수의 재능과 능력을 고려해 재능을 발휘하도록 구단과 원만한 합의로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상벌위원회에서 김연경은 자신이 국내 로컬룰에 따라 FA 자격을 획득하지 못한 것을 인정했지만 흥국생명과 계약만료(2012년 6월 30일)로 국제배구연맹(FIVB) 규정에 따라 국외 진출이 자유롭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생긴다. 왜 KOVO는 선수의 FA 취득요건에 관해 ‘소속’이 아닌 ‘출장’을 내세우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 김연경 ⓒ연합뉴스
앞서 구자철과 지동원의 이야기를 예로 들었던 것과 같이 특정 선수를 다른 팀에 임대를 보냈다면 임대를 보낸 선수의 ‘소유권’은 당연히 선수를 빌려준 원 소속구단이 갖게 되고, 임대기간을 계약기간에 포함시켜 계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속된 기간’을 계약기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프로배구는 특정 선수가 다른 팀에 임대선수로 가는 순간 소속 구단과의 계약기간은 정지되고 임대된 선수가 다시 원 소속팀에 복귀해 출장하는 순간 다시 계약기간이 흐르게 된다. ‘출장한 기간’을 계약기간으로 보기 때문이다. 흥국생명이 김연경을 외국 팀에 마음 놓고 임대해 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축구, 농구, 아이스하키, 미식축구 등 지구상의 어떤 국가의 어떤 프로스포츠에서도 이처럼 선수의 ‘실제 출장기간’을 계약기간으로 인정한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물론 한국 배구계의 환경이나 여러 사정을 고려할 때 그 필요성에 따라 이런 규정을 두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어쨌든 국내 프로배구의 선수자격 규정은 한마디로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규정이다. 그 이전에 일반적인 상거래의 이치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정상적이라면 흥국생명은 당초 김연경을 일본에 진출시킬 때 임대로 보낼 것이 아니라 이적료를 받고 이적시켰어야 했다. 그리고 김연경과는 국내 리그에 복귀할 때 반드시 흥국생명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면 일은 깔끔하게 마무리됐을 것이고, 이런 계약은 어느 정도 국제적 표준에도 부합하는 내용이 됐을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 프로배구 규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규정으로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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