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현장21>의 연예병사 실태 보도 이후 자체 감사에 들어간 국방부가 16년 만에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해당 보도를 한 김정윤 기자는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감사하지 않아 아쉽다”며 국방부 감사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다.

국방부는 18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국방 홍보지원대원(연예병사) 감사 결과, 후속 조치로 ‘홍보지원대원’ 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폐지 이유로 △홍보지원대원의 불미스런 문제로 군 이미지 실추 및 장병 사기 저하 △홍보지원대에 대한 국민 신뢰 상실 등 2가지를 들었다.

국방부의 홍보지원대 특별감사와 연예병사 폐지 결정을 촉발시킨 것은 SBS <현장21>의 보도였다. 지난달 25일 <현장21>은 일상적으로 핸드폰을 이용하며 숙소를 무단이탈해 안마방 등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등 연예병사의 실태를 보도했다.

이달 2일에는 연예병사들의 군 생활을 집중 조명, 관리를 맡고 있는 국방홍보원이 관리 소홀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21> 연예병사 편은 18일 방송기자연합회 제58회 ‘이달의 방송기자상(기획다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 SBS '현장21'은 지난달 25일, 이달 2일 2번에 걸쳐 연예병사 제도 실태를 고발하는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사진은 25일 방송된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현장21' 화면 캡처)

연예병사 취재기자 “군 내부 누적된 병폐 돌아보길 기대했는데…”

25일 ‘연예병사들의 '화려한 외출’ 편을 취재, 보도한 김정윤 기자는 18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의 감사 결과 발표를 두고 “문제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감사였는지, 문제된 것들만 점검하는 면피성 감사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국방부가) 그동안 있었던 구조적 문제를 심층적으로 감사하지 않아 아쉽다”고 밝혔다.

김정윤 기자는 “국방홍보원 간부 성희롱 건도 혐의가 없다고 나왔지만 저희(취재진)가 확인한 것은 그렇지 않았다”며 “(국방부는) 대부분 두 차례 방송에서 문제제기한 것만 감사를 했다. 군 내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윤 기자는 연예병사 폐지에 대해 “국방의 의무 부분을 평등하게 했다는 부분에서 폐지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연예병사 제도가 90년대 말부터 시작됐는데 그 사이 병사들은 조사하지 않았다는 점, 병사 징계가 약한 측면이 있는 점 등을 볼 때 (국방부는) ‘연예병사 폐지’ 카드로 논란이 정리되기를 바라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정윤 기자는 “이번 보도를 계기로 (국방부가) 누적된 병폐를 돌아보고 문제가 재발되지 않도록 책임 규명을 명확히 하길 기대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김정윤 SBS 기자 ('현장21' 화면 캡처)

<현장21> 폐지설…"존재 이유 명확, SBS 방송 본연의 역할을”

일베 논란 조명, 출판계 베스트셀러 사재기 의혹, 연예병사 실태 등의 보도로 주목받고 있는 <현장21>은 지난 5월 폐지설이 불거졌다. SBS 보도국은 ‘<현장21>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생각하자’며 한 발 접은 상황이지만, 이달 초 대규모 기자 인사발령을 통해 <현장21>의 기자 4명을 감축해 내부에서는 “힘 빼기 조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윤 기자는 “<현장21>은 SBS의 유일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인데, 어떤 요인인지는 모르지만 폐지 논란이 불거진 자체가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에서 일베 문제를 처음 제기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했고 성역 없는 보도를 하려고 했는데 내부에서 인지도와 시청률이 낮다, 영향력이 없다면서 폐지설이 나오고, 인력 감축이나 시청 시간대 변경 등을 얘기한다. 이런 것은 (프로그램) 약화 시도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정윤 기자는 “<현장21>이 주 시청시간대에 유일한 시사보도 프로그램으로서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SBS가 지상파 방송으로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21>은 오는 23일 방송에서 ‘연예병사 문제’를 다뤘던 2차례의 방송 내용과 이번 국방부 감사 결과를 정리하는 아이템을 내보낼 계획이다. 현재 정책사회부 소속으로 <8뉴스> 취재기자로 활동 중인 김정윤 기자 역시 방송에 출연, 취재 후기를 프로그램에서 전할 예정이다.

국방부, 연예병사 폐지로 비리의혹 '조기 봉합'

국방부는 연예병사 폐지를 계기로 더 이상 문제가 확대되지 않고, 메조지 되길 바라는 눈치다. 국방부는 18일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5일까지 국방 홍보지원대 관련 특별감사를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국방부는 “연예병사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국방부는 “위문열차 관련 납품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 최저가 낙찰계약을 하지 않고 협상에 의한 계약을 체결해 매년 같은 업체를 선정, 유착 개연성이 있다”면서도 국방홍보원 간부의 성추행 의혹, 위문열차 담당 직원의 명절 떡값 및 회식비 대납 요구 의혹은 부인했다.

국방부는 국방홍보원 관계자 5명 징계, 업무를 소홀히 한 직원 4명 경고, 2개 부서 기관 경고를 내렸고 홍보병사 16명 중 군 기강 문란 행위자 8명을 징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징 대상 연예병사 8명 중 7명은 중징계, 1명은 경징계를 내린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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