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정의 가장이 대기업을 그만두고 산을 오르는 데 모든 시간을 쏟아붓는다면 그 사람은 분명 이상한 사람일 것이다. 남들은 들어가고 싶어도 못 들어가는 대기업에서 제 발로 나와 누구나 할 수 있는 등산을 선택하다니 말이다. 바로 서성호 대원이 그러하다. 다큐 공감에서 80일간의 로드다큐를 찍은 김창호의 ‘From 0 to 8848 에베레스트’.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인 에베레스트 해발 8848m에 도전했다. 그런데 그냥 도전이 아니라 좀 특이한 도전이었다. 해발 0m에서 시작, 무동력- 무산소라는 가장 내추럴한 인간의 모습으로 도전했기 때문이다.
지난주 1부에 이어 7월 16일 화요일 밤 10시 50분에 KBS 1TV에서 2부가 시작된다. 1부에서는 시작부터 에베레스트의 초입까지 여정이 그려졌다. 해발 0m인 뱅골만의 바크할리에서부터 시작해, 인도의 콜카타까지 카약으로 158km를 노를 저어 갔다. 서성호 대원과 몽벨 자문위원 김창호 대장이 패들링을 하며 158km를 완주하였다. 한국에서 연습할 때는 파도가 없었는데 실전에 나서니 파도가 심해서 카약이 전복되기를 여러 번, 조금씩 조금씩 8848m를 향해 거슬러 올라갔다.
이때 몽벨 자문위원 김창호 대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현재 노를 젓는 그 순간이 바로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이라는 말이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함께 노를 저어 저 높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그 자체가 이 원정의 목적인 것이다.
카약 구간이 끝나자 바로 자전거 주행이 이어졌다. 김창호 대장과 서성호 대원은 삭발을 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인도에서 삭발하고 마음을 다잡아 자전거 코스로 돌입하였다. 자전거로 893km를 달려 네팔로 가는 것이다. 말이 893km이지 서울에서 부산을 왕복하는 먼 거리다. 또한 우리나라처럼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는 곳도 아니고 차선조차 보이지 않고 교통 법규는 존재하지 않는 듯한 인도의 거리를 달려야 했다.
허벅지가 터질 듯한 아픔을 느끼는 그 순간조차도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하니 역시 도전은 사람을 활기 넘치게 하는 것 같다. 사서 고생하는 원정대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그들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마땅할 텐데 오히려 현실에 안주하려는 내가 더 한심해보였다. 몽벨 자문위원인 김창호 대장의 나이는 44살, 서성호 대원의 나이는 34살이다. 그들의 도전이 숭고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들은 왜 끊임없이 페달을 밟고 그 높은 곳을 향해 쉬지 않고 달려가는 것일까.
며칠간 계속된 자전거 주행은 쉽지 않았다. 위험한 순간도 많았고, 무엇보다 도로 위를 달리다보니 먼지와 매연으로 얼굴이 시커멓게 되기도 했다. 원정대가 893km의 코스가 끝나는 툼링타르에 도착했을 때 이들과 함께할 또 다른 대원들을 만날 수 있었다. 30여 명의 포터와 5명의 원정대가 이제 8848m의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채비를 갖추고 걷기 시작한 것이다.
원정대는 평범한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를 처음으로 등반했던 에드먼드 힐러리가 1951년에 정찰 등반시 걸었던 루트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어떤 도구나 동력,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만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걸음 한걸음씩 8848m의 고지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에베레스트로 향하는 길,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에 주목하고 가고 싶어하는지를 알 것 같았다. 미약한 인간의 발걸음으로 거대하고 신성해 보이는 곳을 정복해나가는 도전은 무모해보이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드디어 1부의 끝, 에베레스트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설산을 넘어 하늘을 뚫고 들어갈 기세로 있는 에베레스트로의 여정. 과연 2부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모해 보이는 인간의 도전은 과연 성공할까? 또한 이 도전을 통해 얻는 것을 무엇일까? 7월 16일 화요일에 방송될 2부의 예고 영상을 보며 다음 편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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