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현 주연의 영화 <위대하게 은밀하게>가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상영관 ‘싹쓸이’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해당 영화는 개봉 첫 주였던 지난달 8일 무려 1341개관(전체 상영 스크린 중 64.5%)까지 스크린을 독식한 바 있다. 정윤철 감독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어 달이 멀다하고 단 한 편의 영화가 공포의 슈퍼갑이 되어 다른 영화들의 극장을 빼앗고, 왕따 시키며, 퐁당퐁당 교차 상영 신세로 전락시키는 모습은 한국 사회 곳곳의 병폐와 너무도 비슷하다”고 스크린 독식의 실태를 꼬집기도 했다.

독립영화도 배급과 유통이 어렵다는 점에서 문제가 다르지 않다. 독립예술영화 전용 스크린 수는 29개(2012년 기준)에 불과하다. 그에 따라 2012년 독립예술영화는 관객 수 370만 명으로 1.89%의 관객비율에 머물렀다.

상업영화의 토대로서도, 한국사회 문화다양성 측면에서도 독립영화 활성화를 위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영화진흥위원회가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나섰다. 물론 ‘배급’과 ‘유통’의 중요성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이다.

▲ 4일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의견수렴 공청회'가 열렸다. 김정석 추진단장과 영진위 문봉환 부장(좌에서 우)ⓒ미디어스

4일 충무로에서 위치한 서울영상미디어센터에서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 의견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정석 유통지원센터 추진단장(인디플러그 대표)은 독립영화가 처한 현실로 △멀티플렉스의 독과점 심화, △서울 지역 극장·관객 편중, △독립영화 순환구조 미확립 등을 문제로 꼽았다.

김정석 추진단장은 ‘독립영화 유통지원센터’의 가치에 대해 “독립영화는 현 정부의 문화다양성, 지역영상문화의 중요한 역할로 부각되고 있다”며 “지역문화를 활성화하고 다양한 가치의 소통을 위한 독립영화의 활성화는 구조적 취약함을 가장 크게 가지고 있는 유통의 부분을 개선하고 확대함으로서 서울을 포함한 각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의 핵심으로 영상문화와 독립영화를 인정받는 것에 그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지역문화와 독립영화를 위한 ‘독립영화 유통지원센터’

추진단은 ‘독립영화 유통지원센터’의 목표로 △독립영화 산업적 선순환구조의 형성, △지역 영상문화 활성화 시스템 구축, △문화향유권 확대와 다양성 확보에 뒀다.

그리고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의 역할로 상영(Window) 측면에서 “독립영화 상영 극장의 확대”를 첫번째꼬 뽑았다. 추진단은 지원센터를 통해, 전국 100만 인구 도시에 독립영화 전용관을 구축(수도권 4곳, 지역 4곳)하는 것을 제시했다.

또 추진단은 콘텐츠의 선순환 측면에서 “독립영화 생산 구조의 확립”으로 독자적인 독립영화 상영 체인망을 확보하고 평균 40여개관과 150~200개관까지 개봉 전략을 수행해 작품당 평균관객 1만명을 목표로 설정했다.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는 “독립영화 관객 확대·개발”을 역할로 꼽았는데, 이는 비상설극장(미디어센터 등) 지역 공공상영 거점을 발굴하고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에 따른 지원센터의 핵심사업은 △독립영화 상영 확대 사업, △독립영화 유통확대를 위한 배급·홍보 지원 및 컨설팅, △독립영화 유통개선 및 미래를 위한 정책 개발로 선정했다.

추진단은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의 단계별 발전 모형도 이날 함께 제시했다. 1단계에서는 ‘민간중심 지원구조 전환’, ‘운영의 자율성 및 연속성 보장’, ‘운영사업의 확대’로 시작해 유통구조를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에서는 독립영화 지원을 집적화하고 3단계에서는 독립영화 문화와 산업의 확장을 통해 ‘독립영화지원센터’로 발전시킨다는 게 목표이다.

“기본적으로 위탁운영…영진위는 감독만”

김정석 추진단장은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와 관련해 “배급사 등의 역할과 롤 기능을 빼앗거나 대신한다는 개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추진단은 운영 등의 이후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이미 추진단은 지난주 해체됐다“고 밝혔다.

김정석 추진단장은 “멀티플렉스의 경우, 독립영화들이 12시 이전과 24시 이후에 편성 비율이 높다”며 “극장을 찾아도 보기 어려운 시간에 배치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객들 역시 서울에 집중돼 있다. 상영관 확대 등 지역에서의 접근 가능성을 넓힐 필요가 있다”며 “최근 <지슬>이 요 근래 잘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역별 격차는 심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 국내진흥부 문봉환 부장은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는 기본적으로 위탁운영될 것”이라며 “영진위는 인건비를 포함한 사업비 등 기본예산을 지원할 예정이며 1년 단위로 수행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영진위는 센터가 올바른 길로 가도록 감독만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2~3년 사업하다 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문봉환 부장은 “위탁을 잘못할 수 있는 등 시행착오는 있을 수 있겠지만 ‘독립영화유통지원센터’를 계속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의지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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