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뼈저리게 반성한다'는 말이 아니라, 재를 뒤집어쓰고 가슴을 찢으며 진정으로 회개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난달 30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경찰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는 미사를 드린 것에 이어 개신교 목사들도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등 촛불 시위 폭력 진압에 대한 종교계의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35명의 개신교 목회자들은 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의 재협상 요구를 '반미'로, 촛불집회를 '폭력시위'로 규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35명의 개신교 목회자들은 1일 오후 3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정부의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선영
이들은 기자회견에 앞서 "지난 5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촛불집회에 담긴 국민의 뜻을 정부가 왜곡하는 것에 참지 못하고 나왔다"며 "국민의 뜻을 왜곡하고 짓밟고 있는 현 정부를 지적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함께 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도를 맡은 산성교회 진광수 목사는 "교회 장로인 이명박 대통령이 민심 가운데 역사하는 하나님의 뜻을 읽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회개해 백성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변화시켜 달라"고 말했다.

함께하는교회 방인성 목사도 "지금처럼 이렇게 시민들이 자발적, 모범적, 평화적으로 시위를 이어온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의 긴 항거에도 불구하고 사탕발림식 추가협상으로 국민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 목사는 이어 "이명박 정부는 촛불시위로 인해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의 경제위기는 세계적 흐름"이라면서 "정부가 정책을 바로 세우고 국민의 뜻을 하나로 모아야만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방 목사는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에서 사원들을 다루며 성공할 수 있었고 서울시장으로 공무원들을 다루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대통령으로서 국민만은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고집을 꺾고 국민 뜻을 헤아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을 폭행하지 마십시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국민을 무시하고 폭행하는 것은 현 정부가 국민을 위한 민주정부가 될 의사가 없다는 것이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인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대통령은 국민을 내리치고 있는 곤봉을 내려놓고 명박산성을 해체하라", "모든 연행자를 석방하고 어청수 경찰청장을 파면하라"며 국민을 섬기고 국민의 뜻에 순종할 것을 요구했다.

▲ 개신교 목회자들이 청와대로 행진하려 하자 약 3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세종문화회관 근처를 둘러싸면서 이들의 청와대 행을 막았다. ⓒ송선영
오후 3시 40분 즈음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성명서와 공권력 남용을 규탄하는 목회자 명단을 청와대에 전달하기 위해 행진을 시작했으나 약 300여명의 경찰 병력이 세종문화회관 근처를 둘러싸면서 이들의 청와대 행은 저지됐다.

이들은 "촛불 뜻 왜곡하는 정치권은 각성하라" "재협상을 실시하라" "경찰폭력 규탄한다" "평화집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시간 동안 청와대 행을 추진했으나 경찰에 의해 무산됐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한 시민은 "전문가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만 우기면 어떻게 하냐"면서 "옛날 시대도 아니고 세상 사람들이 다 눈 뜨고 있는데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고 이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예수살기 최헌국 목사는 오후 5시 <미디어스>와의 전화에서 "나중에 경찰이 청운동 동사무소까지의 행진을 허락했고 청운동에서 목회자 대표가 청와대에 서한을 전달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현재 경복궁역 근처에서 경찰이 목회자들의 행진을 막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