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간판 프로그램 <SNL 코리아>가 22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3주간 방송을 쉰다. tvN 측은 ‘프로그램 재정비 차원’이라고 밝혔지만, CJ가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수사 진행 상황임을 감안해 ‘몸 낮추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22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3주간 휴식에 들어가는 tvN 'SNL 코리아' (tvN 제공)

tvN은 21일 보도자료를 내어 “<SNL 코리아>가 22일부터 3주간 재정비 후 7월 13일부터 생방송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tvN은 “올 2월 정규시즌(시즌 4)을 개시한 후 쉼 없이 달려온 데 따른 것”이라며 “더욱 새롭고 재기발랄하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tvN은 “22일 방송에서 정규 시즌 중 가장 인기를 끌었던 콩트들의 리허설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모아 방송한다”고 밝혔다. 22일 방송에는 이영자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그 겨울 바람이 분단다’, 포미닛 현아와 신동엽의 만남으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응교’를 비롯해 지난주 출연한 미란다 커의 비공개 영상 등이 나갈 예정이다.

tvN이 3주간 휴식의 이유로 ‘프로그램 재정비’를 내세운 것은 일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SNL 코리아>가 지난 2월 시즌4를 시작하며 이달 15일까지 17주간 생방송 일정을 소화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CJ 이재현 회장이 비자금 의혹 및 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CJ그룹이 현 상황을 의식, ‘몸 낮추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CJ그룹은 지난 14일 “대한민국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는 전면광고를 주요 10대 일간지에 실었다. 결혼 및 육아로 경력 공백이 2년 이상인 사람에게 CJ그룹 입사 기회를 주는 경력 Re-Start 프로그램 ‘CJ 리턴십 프로그램’ 홍보 광고였으나,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창조경제’라는 키워드를 직접 사용해 대대적으로 광고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 CJ E&M 전 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자사 이미지 홍보 영상 (화면 캡처)

“대한민국의 창조경제를 응원합니다”라며 같은 슬로건을 단 30초 분량의 스테이션 아이디(Station ID, 자사 이미지 홍보 영상)는 현재 CJ E&M 전 채널을 통해 방영되고 있다. 이 가운데 tvN에서 방영되는 광고는 박근혜 대통령의 5촌 조카인 연예인 은지원 씨가 등장해 ‘정권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CJ E&M은 해당 광고를 1~2개월 정도 더 내보낼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tvN이 지난달 28일 첫 방송을 하루 앞두고 <최일구의 끝장토론> 방영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힌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여기에 간판 프로그램인 <SNL 코리아>마저 3주간 생방송을 중단한다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SNL 코리아>는 “그동안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발칙하고 신랄한 비판이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예전의 찬사가 무색하게 ‘선정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국내외 정치 문제를 다루며 특히 지난 대선 기간 큰 사랑을 받았던 ‘글로벌 텔레토비’가 지난달부터 몇 주째 결방되고 , 한 주간의 소식을 전하며 재치 있게 풍자했던 ‘위켄드 업데이트’가 국내 뉴스를 이전보다 덜 다룬다는 점 등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CJ E&M의 한 관계자는 2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SNL 코리아>가 그동안 쉬지 않고 생방송을 해왔기 때문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당장 소나기를 피하자는 것은 맞다”고 답했다.

유민지 민주언론시민연합 활동가는 같은 날 통화에서 “현재 CJ 비자금 수사와 맞물려 굉장히 미묘한 시점에서 (프로그램) 휴식이나 불방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데, 전혀 분리해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CJ가 정권의 압력에 굴복해 자체 프로그램을 정비하고, 그것으로 부족해 광고를 내면서 정부에 납작 엎드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민지 활동가는 “언론은 기본적으로 권력을 감시, 비판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정권의 압박으로 인해 모든 것을 놔 버린 형태를 보니 굉장히 안타깝고, 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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