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우에게 세 번째 메시지가 도착했다. 익명으로부터 온 택배상자에는 0022 번호가 적힌 사물함 열쇠가 들어 있었다. 사물함에는 한 장의 사진이 담긴 서류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사진엔 어떤 한적한 동네가 찍혀있다. 어딘지 알 수가 없는 동네다. 한 번도 가본 적도 없고 어디서 본 적도 없는 곳이다. 일본어 간판의 소바집이 있는 걸로 보아 한국이 아닌 일본일 것이라는 예측만 할 뿐이다.

익명의 누군가는 왜 이 생경한 장소가 찍힌 사진을 보냈을까. 조해우의 머릿속은 끊임없는 의문으로 가득하다. 수소문 끝에 사진 속 장소가 일본 오키나와라는 것을 알게 된 조해우는 남편 오준영과 함께 오키나와로 향하게 된다. 오준영도 오키나와에서 사업상의 미팅이 잡혀 있던 터라 동행하게 된 것이다. 남편이 중요한 미팅에 참석한 시간에 조해우는 사진 속 동네를 찾아 가 본다. 어쩌면 복잡한 실마리 중 어느 것 하나라도 풀릴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하면서.

김준의 도움으로 사진 속 동네에 쉽게 이를 수 있었던 조해우는 그 곳에서 어느 한국인 노인을 만나게 된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난감해하던 그녀에게 노인은 대뜸 차나 한 잔 하자며 그녀를 집으로 들인다. 그리고는 끝내 그녀의 눈에서 눈물을 흘리게 만들고 만다. 노인이 자신의 집에 한 달 동안 머물러 있던 한 소년의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가 바로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한이수였기 때문이다.

노인이 건네준 상어 조각의 목걸이를 보는 순간 조해우는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그리고는 그 목걸이를 손에 꽉 쥔 채 이내 절절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상어는 부레가 없어서 계속 움직여야만 살 수 있다는 한이수의 말을 떠올리면서. 아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아서 상어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기억을 회상하면서. 상어 목걸이는 분명 한이수를 의미했고,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조해우는 더없이 슬펐고 더없이 후회스러웠다.

동네를 안내해준 김준이 한이수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조해우는 그 앞에서 그리움에 젖은 목소리로 한이수의 이름을 부른다.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울고 있는 그녀를 김준은, 아니 한이수는 먼발치서 바라보고만 있다. 허공을 바라보며 한이수를 부르짖는 조해우와 그녀 앞에 서서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한이수. 그들이 그려낸 마지막 장면은 ‘상어’ 2막을 알리는 시작점이었고, 반전의 이야기가 펼쳐질 터닝포인트였다.

어제 방송된 ‘상어’ 7회에서의 손예진의 연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쫓아가고 있는 사건의 진실 속에 한이수가 얽혀있다는 것을 알게 된 조해우의 심리를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동안의 그리움이 한순간에 폭발해버리는 장면 또한 애틋하면서도 그 안에서 정돈됨을 찾아가는 연기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그녀의 연기는 저조한 시청률로 인해 계속해서 묻혀 간다. ‘그녀의 오열연기는 명품이었다’ ‘눈물이라고 다 같은 눈물이 아니다’ 등의 제목으로 몇몇 언론에서 떠들고는 있지만, 드라마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미약하다 보니 ‘그랬구나’ 정도로 그치고 만다. 첫 회부터 지금까지 그녀의 연기로 들썩거린 적이 없다. 그저 ‘상어’ 마니아들의 아쉬운 한숨 소리만 거칠어질 뿐이다.

사실 손예진의 눈물연기는 자극적이지 않다. 톡 쏘는 탄산수가 아니라 은은한 미향의 에이드 같은 느낌이다. 사실 요즘 같이 막장드라마에 익숙하고 말초적인 신경을 자극하는 것에 길들여진 때에 손예진 스타일의 연기가 잘 먹혀들 리는 없다. 상대평가에서 무색무취 무향의 연기라는 지적을 당할 수도 있다. ‘상어’의 시청률이 10%를 넘지 못하는 것에 그녀의 책임을 물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손예진의 연기력에 대해서 질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를 한 번 살펴보자. 데뷔하자마자 처음으로 선보였던 ‘연애소설’과 ‘클래식’부터 시작해서, ‘내 머릿속의 지우개’ ‘작업의 정석’ ‘무방비도시’ ‘아내가 결혼했다’ ‘백야행’ ‘오싹한 연애’ ‘타워’까지 그녀가 출연했던 거의 대부분의 작품은 흥행에도 성공을 거뒀고 작품성 면에서도 만족할 만한 평가를 들었다.

작품 선택을 잘한 것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자기 색깔을 찾아 열연한 그녀의 연기력 덕분임을 무시할 수는 없다. ‘상어’에서의 그녀의 연기력에 딴지를 걸려면 먼저 그녀의 영화들 속에서 흠을 잡아내야 한다. 한 배우가 영화 따로 드라마 따로 연기력을 선보인다는 것은 무리니까.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를 향한 특별한 비난은 없었다. 곧 그녀의 연기력에는 별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 작품이 너무 강해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말은 사실 능력 없을 때나 하는 얘기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짜인 작품이라면 그 어떤 때, 어떤 상황에서도 1위를 고수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드라마계에서 유행이라는 것은 분명히 존재하며 작품성과는 상관없이 이슈에 따라 시청률 차이가 난다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경쟁작이 어떤 작품인가도 꽤 중요하다는 말이다.

‘상어’는 ‘구가의 서’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청률을 선점한데다가, 이승기와 수지의 조합에서 터지는 포텐이 생각보다 막강했기 때문이다. 손예진이 출연한 드라마는 거의 이런 식이었다. ‘개인의 취향’은 ‘신데렐라 언니’에 가려졌고, ‘스포트라이트’는 ‘일지매’에게 무너졌다. 당시 엄청난 인기의 배우와 이슈가 되는 작품들을 매번 경쟁작으로 만난 불운을 겪었던 것이다. 이번 ‘상어’ 역시 그때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보다 자극적인 연기를 요구하는 대중의 성향과, 연기력 하나만으로 상대하기엔 너무 센 작품들을 만난 불운이 ‘상어’와 배우들의 연기를 밀어내고 있는 듯하다. 이대로 묻히기엔 참 아까운 손예진과 김남길의 연기인데도 말이다. 어제 방송을 기점으로 제 2막의 화려한 시작이 펼쳐졌으면 싶다. 작품 제목처럼 끊임없이 움직이고 노력하는 ‘상어’가 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연기가 수면 위로 떠올라 대중에게 인정받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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