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참 많은 토크쇼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 '진행자'들의 존재감이 이 정도로 컸던 토크쇼는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토크쇼에서 중요한 요소는 '게스트'였고, 때문에 얼마나 반응을 키울 수 있는 '게스트'를 섭외하느냐가 '토크쇼'의 생존전략이었다. <라디오 스타>는 이런 대부분의 토크쇼와는 다르게 게스트보다 진행자의 비중이 컸다. 어떤 게스트가 나와도 진행자들의 힘으로 게스트를 살려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라디오스타>의 특징은 게스트를 훨씬 상회하는 진행자들의 존재감이다.

하지만 이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들은 이상하게도 잦은 논란에 휩싸였다. 신정환, 김구라, 김희철 등 죄도 있었고, 논란도 있었고, 군대를 가버리기도 했다. 진행자의 힘이 큰 <라디오스타>의 특징을 생각해보면 진행자의 잦은 논란이나 교체는 당연히 <라디오스타>를 위협하는 큰 악재였을 것이다.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들 가운데 무게감을 잡아주는 '김국진', 그리고 다른 진행자 또는 출연자의 멘트를 가장 많이 받아쳐주는 '윤종신'이 남아 있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그 둘 중의 하나라도 문제가 생겼다면 <라디오스타>는 지금보다 훨씬 안 좋은 상황이 되었을 것이다.

김국진, 윤종신, 유세윤, 규현의 체제가 지속되면서 <라디오스타>는 다시 자리를 잡아 가고 있었다. 이 강력한 진행자들의 조화가 잘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유세윤의 음주운전 자수사건은 다시 한 번 <라디오스타>에게 시련을 주는 일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유세윤의 빈자리를 원년멤버 김구라가 채우게 됐다. 김구라는 초기 <라디오스타>의 정체성을 상징하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그의 복귀로 <라디오스타>는 오히려 천군만마를 얻은 것과 다름없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많은 우연히 겹쳐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윤종신'이 회신에서 하차하지 않았다면, '윤종신+김구라' 조합이 그대로 유지되는 또 다른 토크쇼를 하긴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김구라가 출연하고 있던 <두드림>이 폐지되는 것도 '김구라'의 복귀를 가능하게 한 큰 이유이다. 두드림은 <라디오스타>와 같은 수요일 밤에 방송되고 있었고, 만약 <두드림>이 폐지되지 않았다면 '김구라'는 <라디오스타>에 복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우연은 '유세윤'의 충동적인 행동이 적절한 시기를 선택한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게 한다.

어쨌든, 김구라의 복귀로 <라디오스타>는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바로 규현이다. 규현은 김구라를 대신하여 독한 캐릭터를 잡고 있었는데, 김구라의 등장으로 인해 규현의 캐릭터가 애매모호해지면 자칫, 지금과 같은 존재감을 발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따라서 '김구라'를 얻은 <라디오스타>가 더 큰 성공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김구라와 규현'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규현의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조정기간이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만약 이것이 잘 안 된다면 사람들은 곧 소집해제를 앞둔 김희철을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과거 김희철과 김구라의 관계는 상당한 재미가 있었다.

김구라의 복귀는 <라디오스타>에겐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또한 김구라의 복귀로 인해 <라디오스타>가 가진 무게감은 또 한번 변할 것이다. 복귀한 김구라와 다른 진행자들이 어떻게 합을 맞춰 나갈지, 특히 규현이 김구라와 어떻게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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