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송이 시작될 때부터 <더 지니어스>는 사람들 사이의 세력싸움이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었다. 복잡한 것으로 보이는 게임 룰은 '연합'을 통해서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게임의 구성은 <더 지니어스> 제작진의 노림수였을 것이다. <더 지니어스>가 상당 부분 차용한 것으로 보이는 <라이어 게임>에서 '라이어 게임 사무국'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이렇게 연합이 중요한 게임들이 경기 초반 연합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게임부터 '차민수팀'과 '김구라팀'이 나눠졌기 때문이다. 독보적인 게임 이해로 많은 이들을 감싸 안은 '차민수'와 강력한 카리스마로 소수의 확실한 팀을 구성한 '김구라팀'의 대립은 <더 지니어스>의 백미였다.

제작진은 <더 지니어스>의 게임 초반을 연합을 위주로 한 게임으로 배치했다면 중반전은 개인과 개인의 관계가 중요한 게임을 배치했다. 좀비게임이나 경마게임은 연합보다는 개인관계를 이용한 정보 교환이 더욱 중요한 게임이었다. 어쩌면 제작진의 노림수는 강한 연합을 붕괴시키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연합이 김구라 연합의 한 축이었던 '성규'에 의해 깨진 것이다. '성규'가 '차민수'를 탈락시키면서 '차민수 팀'은 위기에 빠진다.

하지만 리더의 부재는 오히려 '차민수 연합'을 더욱 공고하게 했다. '차민수 세력'에서 큰 발언권을 지녔던 홍진호,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룬 김풍의 협업은 '차민수 연합'의 위대한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는 '절대적 강자'가 없어진 환경에서 서로 손을 잡고 믿었기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었다.

이렇게 되자 '소규모'였던 '김구라 연합'이 오히려 힘에 부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 시점부터 '김구라'는 '차민수 연합'의 굳건한 쌍두체제인 '홍진호, 김풍'을 견제한다. 기분 나빠하는 것이 방송에서 그대로 보일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게임이 진행된 것이다.

이번 게임에서 제작진은 '연합'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도록 유도했다. 참가자들을 마을로 나눠 버린 것이다. 두 마을로 나뉜 참가자들은 갑자기 그 마을의 멤버들이 기존의 연합인 양 착각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렇게 짜여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충실한 사람이 있었다면, 이 상황에서 기존 연합을 생각할 것이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전문적으로 게임을 하는 이들이 아니었다. '주어진 상황에서 연합한다'가 기본 틀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홍진호가 패자가 됐다. 홍진호는 자기와 함께 탈락을 겨룰 데쓰매치 상대를 골라야 했고, 김구라를 선택했다.

홍진호가 김구라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다. '김구라'가 가장 강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성규'가 '차민수'를 지목했던 것처럼 '홍진호'가 '김구라'를 선택한 것은 <더 지니어스>라는 가상의 게임 안에서 이미 '현실과 같은 관계'가 형성되었음을 증명한다. 홍진호와 김구라는 다른 세력이었다. 김구라는 '김구라 세력'의 가장 강한 축이었다. 그렇다면 당연히 '김구라'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데쓰매치에서 '홍진호'가 승리할 것은 당연했다. 그는 게이머답게 카드의 숫자를 다 외워버렸다. 심리적인 게임만 한 김구라보다는 더욱 나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김구라는 이미 자신이 승리를 다 포기했다고 했지만 실은 승리하기 위한 승부수를 몇 번 던지면서 결국 그 수를 읽히기 쉽게 된 상태였다. 무엇보다 홍진호는 <더 지니어스>에서도 2등을 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홍진호가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더 지니어스>내의 양대 큰 산맥이었던 '차민수 연합'과 '김구라 연합'의 주축들이 다 탈락하게 되었다. 그럼 어찌될까?

춘추전국시대가 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더 지니어스>의 첫 번째 게임부터 차민수, 김구라 급은 아니지만 나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었고, 동맹을 통해 이제 확실히 가장 강한 세력으로 부상한 '홍진호, 김풍'이 있기 때문이다. 이 둘이 강자가 되고 나머지가 춘추전국시대로 돌입한 상황. 그렇다면 이 둘 중에서 중심에 있는 홍진호에게 위기가 올 것은 명확하다. 김풍이 배신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농후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암시가 이미 '예고편'에서도 있었다.

결국 <더 지니어스>는 다시 세력싸움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가장 강한 상대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김구라가 말한 대로 '모난 돌이 정 맞는' 일이 일어나기 쉬워진 것이다. 처음부터 이쪽저쪽을 적당히 옮겨 다녔던 이상민과 성규가 지금까지 잘 살아 있고, 이곳저곳 잘 끌려 다녔던 박은지도 건재한 것을 보면, 결국 강할수록 일찍 철퇴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현재 가장 우승에 근접한 인물은 '성규'이다. 그는 김구라 연합에 있으면서도 차민수 연합이었던 김경란과 손을 잡으려는 시도를 했고, 참가자들에게 '게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미지도 심어 놨다.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서도 큰 위협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러면서도 아예 존재감이 없는 것도 아닌 그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연합들의 러브콜을 계속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모습이 지독하게 현실적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최강자가 된 홍진호는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짤 수밖에 없고, 결국에는 누군가와 다시 손을 잡거나 아니면 절대적인 실력을 발휘해서 이 상황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그 키는 다른 참가자들에게 쥐어졌을 것이다. 과연 홍진호는 준우승을 할 수 있을까? 그 답은 결국 연합에 있을 것이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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